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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Jan 24. 2018

아픔을 다루는 법

그냥 사랑하는 사이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나를 위로해준다. 그럼 너는?"


건물이 붕괴됐다. 그 속엔 수많은 상점이 있었고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 파는 사람,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건물 구석구석 각 층의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또, 드라마 촬영을 위한 촬영팀 및 배우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 건물이 붕괴됐다. 그들은 무너진 잔해 속에 깔려 죽고 유리창에 찔려 죽고 사고 후 건물 속에서 버티고 버티다 뒤늦은 구조에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 속에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도 있었다. 기적, 절박한 순간에 희망이 찾아들게 만드는 기적. 붕괴된 건물 속에 한 소녀와 소년은 기적적으로 구조되었고 살아났다. 비록 그 날 소녀의 여동생이 죽고 소년의 아버지가 죽었지만, 소녀와 소년은 죽지 않고 살아났다. 건물이 붕괴된 그 날, 모든 구조대를 동원시켜 사태 수습이 진행되었다. 끊임없는 구조 작업 속에 기자들이 보도한 최종 희생자는 48명, 그리고 1명의 미수습자가 있었다. 그렇게 구조작업은 끝이 났고, 그 날의 그 사고는 마무리된다.



이후 10년의 시간이 흐르고, 그때 그 날의 소녀와 소년은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

과거는 그들의 발목을 잡아 현재를 불행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언젠가 그것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즉 '트라우마'라는 것을 심리학 수업에서 배운 적이 있다. 그러니까 같은 날 같은 곳에 있었던 소녀와 소년은 's몰 붕괴사고로 구조되어 그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진 채 살아가는 생존자'인 것이다.


사고가 난 장소에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기 위한 공사가 진행된다. 두 남녀는 처음으로 상처를 직접 들여다보고 잊고 지내던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그럼에도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에 서로를 위로하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힘을 얻는다.


이 이야기는 현재에서 과거를 다시 만나 그것을 이제야 뒤늦게 치유해가는 과정을 다룬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이야기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공감해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기에, 다시 만난 그들은 같은 아픔을 지닌 마음을 공유하며 서로를 치유해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아픔을 치료할 수 있는 건 온전한 나 자신일 것이다. 지나치게 상대의 아픔에 신경 쓰다 자신의 상처가 더 깊어질 수도 있다. 위로와 공감은 큰 힘을 가지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다룰 수도 없는 감정이다. 드라마를 한 회 한 회 시청하며 나는 그들이 온전한 위로와 공감을 받아 아픔에서 완전히 벗어나길 진심으로 바랐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나를 위로해준다. 그럼 너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는 자신의 고통을 잠시 미뤄둔 채 여자의 슬픔을 위로해준다. 나도 힘들지만 그 사람의 아픔이 더 먼저여서 나를 잠시 미뤄두는 것. 그런데 그것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그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가 과거의 아픔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그들은 잘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드라마가 아닌 현실인 것 같은 이 드라마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너무 힘들면 그냥 잊어버리고 다 묻어두는 것도 방법이야. 나중에 어떻게 풀릴지 어떻게 알아. 인간사 새옹지마라고 아니?"


'너무 힘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누군가에 의지를 했다. 그들을 통해 위로와 공감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 고마움 마음에 나도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처럼, 과연 우리는 이 과정을 거쳐 더 나은 미래를 만날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얼마나 나를 위로하고, 남을 위로해주어야 하는 것인지.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나를 위로해주는 슬픈 상황들에 왜 이렇게 마음이 아려지는제. 그래서 차라리 다시 묻어두는 것은 어떨지. 나중에 혹시 어떻게 풀릴지 모르는 거니까.


건물이 붕괴된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오게 된다. 그 새로운 건물이 어떻게 지어질지 모르겠지만 부디 든든한 땅을 바탕으로 튼튼한 건물이 다시 지어지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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