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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Jul 29. 2017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사랑하는 나의 친구, 김희연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바쁘고 정신없게, 그렇게 지치게 살아가다가 서로를 만난다. 우리가 건네는 말들이 주로 위로와 위안인 것을 보면 무언갈 끝끝내 버티고 버티다가 만난 것이다. 소주를 들이키고 맥주를 다시 담으며 서로의 일상을 펼치고 그 일상 속 고통을 끄집어냈다.

 


내가 버티고 있던 건 사람이었다.

"누군가 작정하고 저주를 내리는 것 같아. 내 인간관계를 다 망쳐놓기 위한 저주 말이야. "

올해, 그러니까 유독 올해. 나와 나를 마주한 사람들 간에 자꾸만 많은 일이 생기곤 했다. 그 일들은 시끄러운 잡음을 만들어냈고 점점 커져가는 소음 속에 나는 어찌할 줄을 몰라 길을 헤매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나 때문인 것 같고 내가 나쁜 것 같고, 그렇게 불면증에 시달리고. 결국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상황.



일어난 일들에 대한 원인과 결과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 수 없었다.

'이러이러한 일'로 '저런 일'이 생겨서 내 마음은 '이렇다'라고 논리 정연하게 말을 하지 못하고 뒤죽박죽 두서도 없는 말들을 그녀에게 내뱉었다. 그녀는 가만히 조용히, 나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조금 끄덕이며 나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붙이던 몇 마디 말.

따스한 위로, 묵직한 조언들.



나는 생각했다.

'이 아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었구나.'

뒤죽박죽이던 나의 말을 차근히 다 알아들은 그녀였다. 덕분에 편안해진 마음. 그녀는 늘 그랬다. 무언가에 힘들어하던 나의 근처에 조용히 있다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따스한 눈빛과 말로 나를 알아주던, 위로해주던 친구. 괜찮지 않은 일도 괜찮아질 것만 같은 느낌을 주던 친구.






고맙게도 나 또한 그녀에게 그러한 존재였나 보다. 우리는 스스로가 해결하지 못하는 어떠한 아픔을 서로에게 공유하며 대신 치유해주곤 했다. 그렇게 함께해온 시간은 작고 여린 중학교 1학년이던 우리를 21살 어엿한 성인의 나이로 만들어버렸다.  




"우리 여행 가자."

기분 좋은 취기가 올라왔고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었다. 다가오는 가을에 함께할 여행을 약속하며 우리는 헤어졌다. 서로의 삶이 너무 바쁘고 정신없으니 여행을 가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어떠랴. 일상을 살아가다 어떤 날 어디서든 우리는 다시 만날 테고, 다시 따스한 위로가 되어줄 텐데.


힘들었던 일, 즐거웠던 일, 정의 내릴 수 없는 어떤 감정들 모두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줄 텐데.










사진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theseolgi1&logNo=220771918451&proxyRefe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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