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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피디 Jul 29. 2022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1

택배계약 유랑기


작년 하반기, 일상기술연구소의 물류를 맡은 3PL 업체에서 계약종료를 통보해왔다. 담당팀 팀장이 전화를 걸어와 회사가 더 이상 3PL 사업을 하지 않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거짓말이었던 거 같다. 한두달 후 우연히 그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었는데, 고객사들에게 안내하는 명절택배공지 같은 게 계속 올라오고 있었더라고. 


그쪽 경영진의 결정을 이해한다. 노브라티는 시즌 아이템이다. 겨울에는 긴소매 옷을 만들어도, 히트텍을 만들어도, 놀랍도록 아무도 사지 않는다. 여름에는 펀딩이다 뭐다 징글징글하게 작업폭주를 일으키면서, 겨울에는 쥐꼬리만한 보관비용 말고는 별다른 수익을 내주지 않는 회사가 달가웠을 턱이 없다. 우리를 내보내고, 일년내내 택배가 꾸준히 나가는 다른 회사 제품을 들여놓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다만, 그 회사에서 일상기술연구소를 담당하고 있던 팀장과 실무자 모두 나와 무척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회사가 이 사업을 안 하기로 했다는 핑계는, 아마도 심성 고운 그 두 사람이, 내게 상처주지 않기 위한 방법을 고심해 말을 맞춘 결과였던 것 같다. 


하여튼, 물류창고에서 제품을 모두 빼온 뒤, 친척이 접근해와서 사무실을 내준다 동업을 하자 어쩐다 할 때 그쪽으로 재고를 다 옮겨놓을 뻔 했는데, 천만다행스럽게도 그러지 않았고, 나는 그 천덕꾸러기 박스들을 모두 집안에 꾸린 채로 겨울을 나고 추운 봄을 보냈다. 그 사이 디자이너와 결별하게 되었고, 야심차게 준비했던 초봄의 주니어용 맨투맨 펀딩은 망했다. 사람에 상처받고, 일에 좌절하고, 세번을 연달아 심적 타격을 입고 나자 너무 지치고 지긋지긋해서, 이 사업을 이만 접을까 말까 고민이 깊어졌다. 


그리고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기온에 비례해서 주문량도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날이 추울 동안에는 택배 부치기가 일주일에 한두번 일어나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매일의 루틴한 과업이 되었다. 오후 2시까지 기다려 하루치 발주를 확인하고, 택배를 포장하고, 편의점으로 가져가 부쳤다. 매일매일. 작년에는 3PL 업체에 대행시켰던 작업이었다. 겨우내 그 수량이 줄어드는 바람에 나한테로 돌아왔던 것인데, 이제 다시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나는 이제 이 단순하다면 단순한 업무에 매달려 어디 나갈 수도,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따로 택배 계약을 갖고 있지 있지 않은 영세 자영업자에게 편의점 택배는 엄청나게 유용한 서비스다. 매일 3시가 되면 나는 정갈하게 포장을 끝낸 택배박스를 차에 실어 편의점으로 실어 날랐다. 편의점의 택배수거함 위로, 옆으로, 일상기술연구소의 박스가 날이면 날마다 산처럼 쌓였다. 


to be continued…


* 일상기술연구소의 노브라 슬리브리스를 만나보세요. 

  오늘 너무 덥고 습해서 3000원 게릴라쿠폰 충동적으로 발행했어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선물하는 마음으로 :)

  온도 습도 모두 살인적인 이 여름, 그 어떤 옷보다 편하고 시원하다고 자부합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rollingdice/products/5721706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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