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괜찮은 하루인데도,

나는 나를 몰아붙인다.

by 새롭게 리플랜

매번 비슷하게 흘러가는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니, 어느덧 한 해가 지나간 것 같다. 쳇바퀴 굴러가듯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집에 와서 아내와 밥을 먹고, 카페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보기도 한다. 밥을 많이 먹은 날에는 꽁꽁 싸매고 소화도 시킬 겸, 다음 날 무리 없을 정도로 한 시간 내외 산책을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밤에 잠이 안 오고 머리가 불쾌한 감정에 휩싸여 새벽까지 뒤척이던 날이 많았는데, 멜라토닌이 좋다는 추천을 받아 요즘은 약에 살짝 의존하고 있다. 덕분에 8시간 이상 푹 잘 수 있게 되었고, 하루 일과를 피곤함 없이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규칙적인 삶을 사는 데도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런데도 뭔가 공허하다.

‘뭔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너무 부족한데’라는 불편한 감각이 늘 나를 불안하고 조급하게 만든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이 인스타나 쇼츠에 뜨는 날이면, 해볼까 싶은 두근거림에 잠을 설치다가 몇 번 시도해 보고 가망이 보이지 않으면 멈춰버리는 일을 종종 반복했다. 지금 쓰는 이 글도 어쩌면 그 연장선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할 것 같은데?”라는 이 마음은 열정이나 희망이 아니라 불안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불안을 동력으로는 오래, 꾸준히 갈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라기보다,

하루의 일과에서 있었던 일들, 마음속에 남아 있던 감정이나 불편함, 이렇게 시작하고 마는 일들까지도 좀 더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는 것 같다.


문득 이런 비유가 떠올랐다.

꼭 뭘 잘해야만 사랑받았던 어린아이의 내가, 잘 못 그린 그림을 보면 보기 싫어서 어느 정도 그려놓은 종이를 꾸겨 엄마가 보기 전에 쓰레기통에 넣던 모습 말이다. 잘하는 모습도 나고, 못하는 모습도 나인데, 못하는 모습을 보면 실망할까 봐, 사랑해주지 않을까 봐 가려버리거나 버려버리는 아이의 모습이 지금의 나에게서도 보인다.


그래서 오늘은, 이 글을 마치면서

내 안의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잘 못해도 괜찮아.

지금 멈춰도 괜찮고, 다시 시작해도 괜찮아.

네가 뭔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살아내고 있고, 충분히 잘하고 있어.


불안해서 움직이는 나도 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나도 나야.

어느 쪽이든 버리지 말고,

그냥 옆에 앉혀두고 같이 가보자.


완벽하지 않아도, 성과가 없어도,

너는 여전히 사랑받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내가 먼저 믿어줄게.”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