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아서 하고 싶은데
주말 아침이었다. 원래라면 더 자도 되는 시간, 아무 일정도 나를 부르지 않는 날이었지만 눈은 일찍 떠졌다. 꿈에서 빠져나온 몸은 이미 깨어 있었고, 다시 잠에 들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사라져 있었다. 피곤하지 않은데도, 다시 눈을 감는 것이 꺼려졌다. 잠이 싫어진 게 아니라, 그 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은 느낌에 가까웠다.
꿈속에서 나는 이유도 모른 채 나는솔로에 출연자로 있었다. 선택받은 것인지, 떠밀려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이미 프로그램 안에 들어와 있었고, 아침에 막 일어난 상태였다.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나가 촬영장으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나는 아직 하루를 시작할 준비조차 되지 않은 채 혼자 남아 있었다. 씻지도 못했고, 옷도 갈아입지 못했다. 세상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는데, 나만 시간에 걸려 넘어져 있는 것 같았다.
급하게 준비한 바지를 입으려 했지만, 내 몸에 맞지 않았다. 종아리에서부터 멈춰 선 바지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다리를 가로막고 있었다. 나는 그 앞에서 내가 잘못된 사람처럼 서 있었었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더욱 조바심나게 만들면서 불안감이 커져가서 될것도 안되는 상태였다. 나에게 입혀진 기준과 기대가 나와 맞지 않은것 투성이었고, 그 사실을 깨닫기엔 꿈은 너무 빠르게 흘러갔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더 당황스러웠다. 머리는 정리되지 않았고, 표정에는 피로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화면에 담기기엔 너무 솔직한 얼굴,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에는, 평가받기에는 보호가 필요한 상태였다.
창밖으로 버스가 보였다. 모두가 이미 타고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흐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나는 계속 스스로를 재촉했다.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놓치면 안 된다고, 이대로 뒤처지면 안 된다고. 하지만 그 조급함은 나를 앞으로 보내지 못한 채 더 깊은 혼란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문제는 꿈이 끝났는데도 몸이 끝났다고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다시 잠에 들고 싶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또 그 장면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 준비되지 않은 채 불려 나가는 감각, 따라가지 못하는 속도,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으라는 압박이 다시 시작될 것 같았다. 그래서 몸은 본능적으로 깨어 있으려 했다. 이것은 불면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려는 반응에 가까웠다.
주말 아침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그 감각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쉬어도 되는 시간 앞에서, 미뤄두었던 생각들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평일에는 일정이 막아주던 질문들—이대로 괜찮은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언제쯤 준비가 끝나는지—그 질문들이 꿈을 빌려 먼저 찾아온 것이었다.
여기서 혼란은 더 깊어졌다.
먼저 가시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나는 이미 나는솔로 출연자로 역할을 맡은 사람이었고,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는 기다려야 하고 누군가는 혼란을 겪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 상태 그대로 나가는 것도 두려웠다. 씻고, 정리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나가야 할 것 같았지만, 그러는 사이 버스는 떠날지도 몰랐다. 반대로 막 일어난 모습으로 그들 사이에 섞이는 것은, 나 스스로를 너무 함부로 내미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을 선택해도 누군가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았다.
이 꿈이 말하고 있는 것도 결국 그것이다.
지금의 나는 빠르게 나가야 할 사람이 아니라,
나를 버리지 않는 방식으로 합류해야 할 사람이라는 것.
버스는 떠나지 않는다.
혹은, 설령 떠난다 해도 그건 실패가 아니다.
내가 나를 버리고 탔을 때보다,
조금 늦더라도 나를 지키고 오르는 편이 훨씬 오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다시 잠들지 않아도 괜찮다.
눈을 뜨고 혼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이미 그 상황을 무작정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니까.
이 혼란은 약함이 아니라,
나를 함부로 쓰지 않겠다는 아주 정확한 감각이다.
요즘들어 이런 비슷한 꿈을 계속 꾸고있어 무의식이 뭔가 나에게 말을 하는것 같다. 이렇게 꿈이 반복되는 이유는, 나를 다그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것 같다. 더 빨리 가라고 재촉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 상태로 무대에 서면 안 된다는 마음의 경고에 가까웠다. 지금의 나는 늦은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지 않는 속도에 나를 맞추려 애쓰고 있을 뿐이었다.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일 뿐이었다.
토요일 새벽 아침 6시에 일어나 이 글을 쓰고 있다. 불편하지만 마주하고 남겨보는 이 순간.
이 꿈은 불안의 기록이 아니라, 나를 함부로 밀어붙이지 말라는 신호다. 그리고 그 신호를 알아차렸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는 나를 조금 더 잘 돌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