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한번 가보자
후회하며 남 탓을 하고 살아온 몇 년간 나는 그 안에서 해어 나올 수 없을 줄 알았다.
감정일기나 글쓰기를 하면서 나를 마주하기를 반복하면서 수박 겉핧기처럼 맴돌지만 나도 모를 정도로 천천히 내려앉았고, 도전했다가 포기했다를 계속하다가는 큰 변화 없이 더 어두운 터널 아래로 들어갈 뿐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다닐 줄 알았지만 그만둠과 동시에 번아웃을 경험하면서 다시 회사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면 공포감이 먼저 몰려왔다.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받으며 이것저것 해본다고 도전하면서 몇 개월은 금방 흘렀고, 실업급여가 끝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나는 다시 불안하고 초조함을 가지고 다시 회사라는 곳에 들어가려고 애를 썼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자석의 같은 극처럼 저항하는 마음이 커졌다.
그러면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하고, 거만하게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점점 사라지면서 나의 겉모습을 둘러싸아놓은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본래의 나의 모습을 마주하는 날이 다가왔고, 그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방법은 마주하는 것뿐. 거부하고, 싫으면서 또다시 거울에 비친 적나라한 모습을 실눈을 뜨듯이 조금씩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의 원래 모습은 그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성장할 수 없고, 고통과 힘듦을 견디지 못하고 피하기만 하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인간관계를 점점 끊기 시작했고,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닌 나를 위한 삶을 나이 30대 후반에 처음 해보기 시작했다.
나를 이끌어 줄 수 있는 건 부족하고 실망스럽지만 진솔되고 거짓 없이 바라봐 주는 과거의 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