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은 '회사'의 것

이렇게 살면 행복해지는 줄 알았다.

by 새롭게 리플랜

원하는 직장에 취업을 하고 열심히 일을 했다. 새로 산 첫 중고차를 타고 내가 좋아하는 '영상제작'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 내가 원하는 직장이라는 것이 남들 보기에 좋은 직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잘하는 것을 찾고, 공부를 해서, 인정을 받은 뒤 나의 노력을 알아봐 주고 인정해준 직장을 '내가 원하는 직장'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앉아서 컴퓨터만 하는데 돈을 받을 수 있다니..

역시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돼


좋아하는 일로 돈 버는 사람이 된 거야!



회사에서는 거절하는 법을 몰랐다. 너무 하기 싫은 것도 딱히 없었다. 빼지 않고 적극적인 모습을 회사에서 좋아했고, 그런 나를 인정해주니 더 열심히 나를 채찍질하기 바빴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작은 영상회사여서 복지는 없었다. 야근이 잦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야근수당이 있었고, 점심은 각자 돈으로 사 먹지만 저녁은 지원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야근을 적극 권장하는 회사도 아니었지만, 모든 복지는 야근을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었다.



나의 성장을 위해 공부하면서 영상을 만들면

시간에 돈을 추가로 준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을 하다가 회사에 와서는 돈이 되는 영상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부족한 내가 만든 결과물이 누가 돈을 주고 사고, TV나 홈쇼핑, 광고판에 나온다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다. 그렇게 수준 높은 영상은 아니지만 이게 일하는 보람인가 싶었다.



TV를 틀면 내가 만든 영상이 나오고,

카페를 가면 스크린에 내가 만든 광고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더 잘하고 싶지만 실력이 받쳐주지 않을 때가 많았다. 멋진 효과와 모션, 그리고 편집 스킬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회사 컴퓨터도 말을 듣지 않을 때가 많았다. 지금 내가 글을 쓰는 컴퓨터보다 못한 성능의 컴퓨터였고, 3분짜리 영상을 만들면 랜더링 해서 출력하는 시간이 1시간이 걸릴 때도 많았다.


내가 하고 싶고 욕심을 부릴 수 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의 저녁시간을 투자해야만 가능했다. 오전 오후에는 작은 수정들이 업체를 통해 계속 전달되었고, 그것들을 수정하다 보면 렌더링 시간 때문에 내 업무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저녁시간 이후일 때부터가 많았다.


대표는 야근을 적극 권장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돈이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직원들은 야근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야근수당이 있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나의 첫 월급은 미래를 계획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차편이 부족한 나에게는 언제든 집에 갈 수 있는 작은 중고차가 있었고, 일을 하면 할수록 하루에 몇만 원에 야근 수당이 월급에 추가가 되니 점점 나를 버리며 돈에 집착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돈을 모아야 해,

아직 부족해



한 달에 70% 이상은 야근을 했고, 기본 월급에 몇십만 원의 추가 야근수당이 붙었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다른 회사들도 밤을 새우는 일이 많기 때문에 야근수당이 없는데, 우리는 그래도 돈을 받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라는 최면을 걸면서 열심히 했다. 실력이 느는 느낌은 딱히 없었다. 업체에서 영상제작을 주문할 때 무리한 주문을 하고, 내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작업을 '할 수 있다'라고 업체에 말해버리고 나에게 넘겨버릴 때가 나의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평범하게 일하면 야근, 배우면서 실력을 늘리려면 철야



뱉은 말에 책임을 지고 싶었다. 나는 이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열심히 한 결과는 한 달 동아 만든 영상제작의 수와 야근수당이 말해주었다. 30살이 넘어서 새롭게 시작한 직장은 나에게 너무 소중했다. 지금의 아내인 여자 친구와도 결혼도 해야 하고, 결혼자금도 모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야근과 주말출근으로 뭔가 추가적으로 일을 벌이는 것이 불안했다. 언제든 이상이 생기면 나가야 하는 오분 대기조처럼 긴장하고 있었다. 이렇게 일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내가 영상제작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나를 위해 꼭 해야 하는 것을 미루고,

회사에서 해야 하는 일을 우선시했다.



나는 열심히 하는 직원이고, 가족과 여자 친구에게 매년 1년마다 회사를 그만두는 실망스러운 남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렇게 꾸준히 열심히 하면 나의 인생이 행복해질까?라는 생각도 지칠 때마다 점점 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건 무슨 상황인 거지?



이렇게 돈만 번다고 하면 어떻게 그럭저럭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게 인생의 다가 아니었다. 결혼 준비를 하고, 여러 가지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들을 피곤하다는 핑계로 계속 쌓아놨고 그것들을 해야 된다는 생각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나보다, 가족보다, 여자 친구보다, 회사가 더욱 중요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늦게 시작한 나는 빨리 자리를 잡아야 되고,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고 지치면 안 되는 우리 아버지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멈추면 안 되는 돈 버는 기계가 되었고,

이미 나의 인생은 '회사'의 것이 되어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