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이 산다...?(1)

by Honkoni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2017년이 왔고 (와, 나는 지금도 2000년 이후로 2001년, 2013년 이렇게 흘러흘러 17년째 더 살고 있다는게 놀랍다. 2000년대는 정말 한해 한해 카운팅 자체가 놀랍다)

나는 서른 다섯 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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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2016년은 놀라왔다.

2016년 상반기 난 아일랜드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글을 쓰겠다며 부모님 집으로 기어 들어가서 (달리 갈 곳도, 갈 돈도 없었기에) 백수 생활을 했다. 집에서 꼬박 세끼를 챙겨 먹으며, 하루에 네시간쯤 글을 쓰고, 두시간쯤 걸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아니면서 하루키처럼 살다가 결국 나의 백수생활을 참지 못하고 눈치를 주기 시작한 엄마와 백수생활 6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한달 내내 "이 정도면 인연을 끊어야 겠다" 수준으로 싸웠고 결국 상처를 가득 남긴채 나는 job 을 구해서 서귀포에 정착했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랑 아빠랑 안부를 묻고 굉장히 다정하게 연락한다. 그러나 우리 둘다 알아 버렸다.

우리는 같이 붙어서 오손도손 살 수 없는 모녀 사이 라는걸 알아버렸다고나 할까... 아마 상처에 딱지가 않고, 새살이 돋아 온다 하더라도, 상처를 볼때마다 그 싸움의 기억이 떠오르겠지...

그렇게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제주도로 와서는 아일랜드로 떠나기 전보다 적은 월급과, 저녁시간이 보장되는 직업을 구해서 그냥 저냥 살고 있다.

이 전처럼 직장이 서울이었다면 또 굉장히 치열하고, 치열한 만큼, peer pressure 을 제대로 느끼면서 우울해 했을테지만 지금은 사실 비교할 또래 대상 자체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의 우울감도 없다.

일로, 자기계발로 뇌를 풀가동 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에 평화로우면서, 단조롭다.

하필 사는 곳이 서귀포 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돈을 탈탈 털어서 경차도 한대 구입했고, 회사에서 기숙사를 제공 받아서 많은 불편함 없이, 그렇게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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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순간 나에게는 꿈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글이 쓰고 싶었던 애고, 작가의 꿈을 키웠던 사람이고, 좋은 인생의 짝꿍도 만나고 싶었고, 무엇보다 요즘은 정말 이사다닐 필요가 없는 내 집마련의 꿈을 키우고 있는데...그 무엇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이, 그러나 마음만은 편하게 2016년 하반기, 그리고 2017년을 막 시작하고 있다.

2016년 내가 이렇게 사는 곳을 제주도로 옮기게 될 줄, 그리고 10년 넘게 장롱면허였던 내가 갑자기 경차를 몰고 다니게 될줄 나는 2016년 5월 중순까지만 해도 전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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