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다짐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태어나서 살면서 최소한 한번 이상 당한 성추행 쯤이야(?) 안당해본 여자 없을 것이다.
학창시절 바바리맨에서부터 지하철에서 이게 지옥철을 내세워서 성추행을 시도한 건지 아니면 정말 의도없이 몸과 몸이 다닥다닥 붙어서 갈 수 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상황인거지 애매한 경우까지 여자라는 이유로 불쾌했던 점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길거리를 혼자 걷고 있다가 갑자기 술취한 남자가 와서 나를 툭 치면서 가슴을 슬쩍 치고 간다거나 (누가봐도 성추행) 하는 경우를 이십대 후반쯤 한두번 더 겪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아 재수없어.
아 불쾌해
아 저새끼가..
아 저런게 확..
그냥 이 표현을 입밖으로 중얼 거리거나 입에 담기 뭣한 심한 욕을 속으로 마구 해댔었다. 그런 일을 겪으면 몇일 정도 불쾌감이 지속된다. 샤워할 때마다 "그 새끼"가 슬쩍 만진 가슴을 더 벅벅 씻는 식으로 해서 울분을 삭힐 수 밖에.
그러다가 어제 드디어 일이 터졌다.
벌건 대낮 홈플러스 후문을 나오면서 바로 70미터쯤 앞 건널목에서 나를 기다리기로 되어 있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었다. 그리고 건널목에는 의경이 열심히 교통 지휘를 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를 향해 걷고 있었는데 불현듯 시야에 검정색 상의에 검정색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하고 있는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옷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약간 추레해 보이는 그 아저씨를 경계하면서 차도쪽으로 조금더 붙어서 걷기 시작했다.
그때 바로 잘 걷던 아저씨가 내 쪽으로 확 붙어서 어깨를 툭 치더니 손으로 내 바지가랑이를 꼬집듯이 잡는거였다.
그래, 정확히, 그 부분, 그 부분을 움켜쥐었다.
나느 긴 겨울 코트의 단추를 풀고 걷고 있었고, 검정색 진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때의 충격과 불쾌감과 수치감을 정말이지....
"아 뭐야!" 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 새끼가 되려 나를 쳐다보면서 '니가 쳐다보면 어쩔건데' 라는 험악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더한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길거리에서 한 대 맞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이상 쬐려보지는 못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 순간 의경이 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의경한테 뛰어갔다
"저기요, 제가 방금 성추행을 당했는데요, 저기 저 사람좀 잡아주세요"
의경 왈
"지구대에 신고 하시면 되는데요.."
순간 허탈했지만 의경하고 대화하는 나를 보더니 친구가 달려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우리둘은 "그 새끼"를 좇았다. 좇으면서 112에 신고를 했고 도움을 청했다. 허름한 여관건물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 하고 후에 출동한 경찰에게 인상착의를 설명하고 여관을 도움을 받아 CCTV를 확인한 후 그 변태를 잡았다.
결국 경찰서까지 피해자인 나는 나대로 함께 도와준 친구는 목격자의 신분으로 같이 조서를 쓰고 결국 몇시간을 더 잡아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검거해서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다. 괜시리 보복도 걱정되고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용기도 생겨났다.
앞으로 당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굳은 다짐과 이런 성폭력 범죄는 근절해내고 싶다는 욕심까지.
나는 성인 여자이고 내 주변에 수많은 여자 조카, 여자 사촌생, 여자인 친구들, 엄마들 그리고 할머니들까지 이런 성범죄나 여혐범죄를 슬기롭게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차후에 이런 일을 두번 다시 안당했으면 하고 바라지만, 만에 하나 또 당한다고 쳤을때 나는 이제는 1)재수없지만 액땜했다 2)그렇다고 무슨 신고까지... 이러면서 소극적인 행동에서 벗어날 자신이 생겼다.
나는 꼭 맞설것이다.
나를 위해서
이 사회를 위해서
내 조카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