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정의 : 돌아올 때 떠나길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들면 성공이다
내가 02학번인데 아마 90년대 후반 학번부터 사비 들여서 어학 연수하는 게 그야말로 당연한 유행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학교에서 06학번 이하의 학번은 제대로 마주 친 적 없이 졸업했기 때문에 요새 애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그리고 물론 어학연수와 여행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콘셉트를 지향하고 있는 고캄비오에서 일하고 있지만 GoCambio를 통한 어학연수를 하든 아니든 간에 어학연수에 성공하는 간단한 비법이 있다.
첫째,
가기 전부터 사서 걱정하지 말라는 것. 물가가 비싸다던데 실제로 어떤가요? 치안이 위험하다면서요? 이런 거 저런 거 어떻게 하는지 묻지 말 것! 생기지도 않을 걱정, 혹은 막상 생겼을 때 어찌할 수 없는 일을 갖고 사서 걱정하지 마라.
둘째,
직접 부딪혀라. 유학생 사이트에 물어가면서, 휴대전화비 탑업은 어떻게 하나요? 은행계좌 개설을 어떻게 하나요 이렇게 묻고 댓글을 보고 일을 진행하지 말 것. 어차피 새로운 세계에서 스스로 부딪혀 보겠다고 떠나온 어학연수면 직접 휴대전화 샵을 방문하고, 직접 은행에 가서 부딪혀 봐라.
말을 잘 못 알아 들어서, 절차를 몰라서 당황할 수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은행 문이 제대로 안 열려서 문 입구에서부터 당황했다는) 그게 다 배우는 거고 남는 거다. 얻은 정보로 쉽게 쉽게 가려고 하지 말아라. 이삼십 년 넘게 한국에서 생활하다가 언어도, 환경도, 사람도 낯선 곳에서 이것저것 실수하고 당황하는 건 당연한 거지.
셋째,
언어에 목숨 걸어라. 쉽게 말하면, 각설하고 언어배우겠다고 일본이든 캐나다든 스페인이든 온 거다. 온 이유를 잊지 말길. 물론 외국에서 한두 명 한국인 사귈 수도 있고, 서로 도움 주고받으면서 한국에서도 그 우정이 이어질 수 있지만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외국에서 만난 한국 사람은 한계가 있었다. 서로 목적이 있어서 만난 만남이라 그런가, 아니면 서로 돈에 벌벌 떠는 상황이라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밥 한 끼 서로 사지 않고 더치페이를 정확히 해대는 만남이 나는 늘 부담스러웠다. 절대로 한국인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아시안 식당 가고, 한국애들끼리 운동하고, 특히 밤마다 한국어가 그립다며 한국 예능 다운받아 보고 그러지 말길.
외롭고 힘들고 외국어가 답답하고 한국어가 너무너무 당긴다고(?) 하더라도 꾸욱 참고 현지 TV 보고, 잡지사보고 쉬운 책이라도 구해서 봐라. 돈 들여 왔는데, 비행기 값이 얼만데 여기서 무한도전 다운받아 보는 건 너무너무 아까운 짓. 무도랑 라스는 한국 가서 바닥에 배 깔고 누워서 실컷 보면 된다.
넷째,
돈을 써라. 쓸 돈이 어딨어. 부모님한테 어떻게 더 손 벌려 이런 생각하지 말고 일단 돈을 써라.(낭비하라는 게 아님) 일단 나같이 직장 다니다가 내 힘으로 온 경우는 그래도 쓸 돈이 있을 테니 좀 더 팍팍 쓰고, 대학생들이 어학연수 왔다면 그래도 부모님 모두 은퇴할 나이는 아니니 한 달에 이십만 원 정도만 더 부탁드려도 집 망하지 않는다.
나 포함 많은 학생비자로 온 한국 사람들이 1유로 2유로에 벌벌 떤다. 근데 사실 한국에서 나는 천 원 이천 원에 벌벌 떨 정도는 아닌데 외국이라 그런가, 자꾸 머릿속으로 환율 계산을 해대는 나를 볼 때마다 그러지 말자 그러지 말자 나를 다독였다.
내가 돈을 쓰라고 하는 이유는, 레스토랑 가서 제대로 정식 코스도 먹어보고 운동도 배워봐야 현지에 스며들 수가 있다. 낭비하라는 것도 아니고, 이것저것 경험에 필요한 돈까지 구두쇠처럼 아끼지 말 것.
그 돈 아낀다고 부자 되는 거 아니다.
한마디로,
도둑질과 마약만 빼고 다 해봐라.
나는 10개월이 지난 현재 한국에선 꿈도 꾸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여기서 해 보았다.
단순하게 아일랜드의 모든 맥주를 다 먹어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pub 섭렵부터 시작해서, Dublin City FM 한한인방송 라디오 DJ 석달, 그래 운동도 해야지 라는 마음에 헬스장 등록, 석 달 간 테니스 배우기, 아일랜드 기네스 광고 촬영 (외국인 역할), 할리우드 영화 출연(완전 엑스트라), 마라톤 나가기, 창업회사 취업 등등 가만히 있지 않고 열심히 정보 뒤져가며 떠나오기 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 많은 추억과 경험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 정도면 떠나오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