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전

by Honkoni

1.

또 부지런히 써야지.

하반기에 좋은 소식이 들리길 이라고 쓰고 속으로 bitte bitte bitte 를 외쳐본다.


2.


소송 중인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



"너는 왜 이혼 소송 중이면서 이혼 했다고 말하고 돌아다니니?"

"몇년 째 소송중인게 지겹고 소송 2년째에 어차피 끝은 이혼이 되는건데 소송중이다 라고 말하는게 더 웃겨서."

..............

다시 물었다.

"애들이 뭔죄니."

"부모복 지지리도 없는게 죄지. 안 낳고 이혼했었어야 했는데, 아님 애 안생겼을때 끝냈어야 했는데."

"그럼 걍 다시 잘해보든가."

"내가 돌았어?"

친구는 확고하다.


"어차피 끝난거 더 빨리 온거 뿐이지. 애들한테 미안할 때마다 가끔 얼굴 보거나 목소리 듣거나 뭐 사주면 되겠지."


아무리 내 친구지만 좀 잔인하다. 남의 집 가정사에 안 끼어들려다가 또 한마디 했다.

"결국 니 조차도 니 미안한 마음 없애자고 애 이용하는거 아냐. 니 전처도 아직 젊고 좋은 사람 만날 수도 있는데, 아직 어린애들이 진짜 혼란스럽겠다. 혹시 너두 성장이 좀 불우했어? 결혼도 아무 생각 없이 외로우니까 대충, 이혼도 섹스리스에 말 안통하니까 대충, 그럴꺼면 애는 왜 낳았냐?"

..............

친구가 말이 없다가 귀찮다는 듯이 말한다.


"전처가 설마 재혼하겠냐? 알아서 애 키우고 살겠지. 아 몰라 재혼하든 말든 애들 성을 바꾸든 말든 관심없고 그냥 내 꼴리는 대로 할거야."


입이 딱 벌어진다.

"아무리 부부사이는 부부만 아는거라지만 니 전처가 왜 별거하고 니 목소리조차 듣기 싫어했는지 알겠다. 난 니 입장에서 전처만 욕했었는데 지금 보니까 둘이 똑같애."


3.


이렇게 결혼 십년차에 이혼하는 부부들이 넘쳐난다. 결혼하고 미국 사는 언니도 남편이 틴더 데이트 어플 깔고 총각 행세인척 하다가 한인사회에 까발려 져서, 언니는 또 억울하지만 그거 참고 우울증 약 먹으며 버티고 살다가 결국 이혼하고...

상대 탓 하지 마시게. 단순 성격차이든 섹스리스든 외도든 바람이든 애 낳기 전에 분명 징조가 있었을텐데 안일하게 살다가 이렇게 이혼해버리면 자식만 상처주고 부모의 미안한 심리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연락 끊긴지 10년도 더 된 울 외삼촌 아들처럼 그렇게 못되먹게 크는 거다.



기승전

이혼하는 부부들은 둘이 상대방 비난하기 전에 둘이 똑같이 어리석고 멍청하며 책임이 크다.



친구랑 얘기해봤는데

우리가 단순히 성격차이로 "우리는 서로 맞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너의 행복을 빌어줄게, 이혼하자" 이렇게 꽤나 쿨하고 웨스턴 스럽게 헤어진게 아니라 고부간의 갈등, 외도, 바람, 폭력, 폭언, 섹스리스, 재산싸움 뭐 이런걸로 헤어졌다면....그래서 협의이혼이 아니라 치열하게 소송이혼으로 하는거라면 난 내 새끼 어찌 됐든 내가 키우고 애 한테 미안하지만 아빠와의 인연도 끊어버린다.

MH 언니 왈, 소송이혼으로 끝내면 이미 소장에 서로 진실과 거짓말이 뒤섞여서 상대를 쳐죽일놈 만들어 논거라 관계 회복이 불가능 하고 철천지 웬수로 끝난다고 한다. 그런 웬수에게 아빠랍시고 애들이 원한답시고 보여주고 뭐 그런 짓 안하고, 어차피 서서히 멀어지는 관계 초장에 끝내야 애들의 상처도 덜한 법이라고. 더군다나 인생은 길고 나도 좋은 사람 만나야 하는데, 애들이 전남편하고 계속 아빠아빠 거리는 사이다?


뭐 난 용납 못한다. 뭐 이 문제의 답은 없겠지.... 그저 애들이 부모복이 지지리도 없을 뿐.

어릴 때 사랑많이 받고 자란 위 친구도 결국 이혼하는 것처럼 한부모 가정에서 큰다고 해서, 혹은 부모없이 고아로 큰다고 해서 꼭 삐뚤어 진다는 단언할 필요도 없다.

다 타고난 복대로 사는거니까.


이런 의미에서 결혼안하고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걸 하는 삶은 아직 꽤 축복인지도 모른다.

여자들이여,

책임감 있는 남자랑 결혼하길. 책임감과 의리 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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