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영역을 다루는 일

(feat. 작가 선생님 말씀)

by Honkoni

드라마 아카데미 수업을 듣고 있다.

듣기 전에는 드라마는 소설, 에세이와 다르게 알아야 하는 드라마적 기법이 분명히 필요하고 그래서 나는 혼자 고군분투 하다가 그래, 투자하자! 싶어서 아카데미에 등록했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비행기를 타고 왔다갔다 제주에서 서울까지 고생을 하다가 예지에게 신세를 지게 된거다.


아직 씬구성이니 뭐니 등등 본격적으로 디테일한 부분을 아직 배운건 아니고 4회차 수업인지라 '드라마란 무엇인가' 를 계속 반복하고 있지만 사실 수업 자체보다 작가님의 열정에 감탄하고 좋은 작가의 정의가 뭔지 생각하게 되고 나는 어떤 작가가 되어야 겠다 뭐 이렇게 계속 마음먹게 한다는, 그래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받아가는 수업이 된 것이다.


작가님이 지난주에 이어서 이번주까지 계속 감정에 대해서 말씀 하시는데 자꾸 뇌리를 때리는 강의를 들으면서 작가의 작법과 스킬 이런게 차후에 개발될 수있는 부분이라고 치면 타고나길 언어나 감정에 예민해야 글로 밥 벌어먹고 사는거 아닌가 나름 결론을 냈다.


작가님이 그러셨다.

교회 오빠 교회 언니, (불심이 가득한 절 오빠 절 언니도 마찬가지) 들은 좋은 작가가 되기 힘들다고 했다. 왜냐? 작가는 인간의 영역을 다루는 분야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도둑질은 하면 안되고, 살인은 나쁘고, 거짓말도 안되고 뭐 이렇게 "되고 안되고" "옳고 그른" 것에 대해서 종교적인 지배를 강하게 받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다양한 감정을 꿰뚫어 보는 글을 쓸 수 있겠냐 그것이었다.

옳고 그른걸 판단하는 건 신, 절대자의 몫이고 작가는 그 사이 인간의 영역에 대한 글을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마 위에서 말하는 신은 "하나님"도 "하느님"도 아닌 어떤 궁극의 절대자를 의미 할거다. 살인은 나쁜가? 모든 살인이 다 똑같은 취급을 당할까? 그렇다면 좋은 살인은 없을까? 로맨스란 무엇이냐?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해서 결혼하고 백년 해로하는 사랑 외에는 다 무시되어야 하는 감정일까? 아내를 극진히 20년간 간호하다가 아내를 죽이고 따라 죽으려다가 자살 실패로 끝난 어떤 노인은 살인자 일까 아니면 좋은 남편일까?


그래, 이런 영역들을 다루는게 작가다.

근데 내가 정확히 이런 사람인거다. 회사 생활을 어떻게 10년 가까이 했는지 스스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난 회사생활을 지긋지긋해 했다. 아마 용기가 없어서 더 일찍 그만두지 못했을 거다. 삼십대 중반이 넘어가서야 가까스로 용기를 낸 거고...


근데 회사 생활 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또라이들을 만나는데 (물론 나도 누군가에게 그 또라이 였을 수도 있고)

은근히 시기 질투하는 동료, 계급의 힘으로 은근히 괴롭히는 상사, 이간질 시켜서 결국 당하는 쪽이 못견뎌 퇴사하는 경우 등등 이렇게 크고 작은 회사내 인간관계들을 보면서 가해자가 정말 가해자 인건지 피해자와 가해자의 차이가 뭔지 생각했던 적이 있다.

또한 겉으로는 좋은 동료인 양, 괜찮은 직장 상사인 양, 천사의 탈을 쓰고 있다가 뒤로는 계약직들 내보내고, 똘똘한 놈들 내보내면서 칼을 휘두루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저들은 잘못 살고 있는것인가 잘 살고 있는 것인가 궁금하기도 했다.


여턴 남들하고는 좀 안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생각을, 그 관계도를, 글로, 드라마로, 소설로 풀어내고 싶었었는데 작법이 서툴고 어휘가 부족할지는 몰라도 이렇게 인간의 관계와 인간의 감정을 계속 생각해내는 나는 어쩌면 좋은 작가가 될 자질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내 나름의 자존감을 세울 수 있는 착각마저 하게 된 것이다.


살면 살수록 善意가 뭔지 헷갈린다. A와 B가 다퉈도 A쪽에서 들으면 A말이 맞고 B쪽에서 들으면 B의 주장이 납득이 간다. 그래서 나는 이유없이 길가다가 사람 찔러 죽이는 사이코패스 범죄 외에는 살인자도 다 같은 살인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죽여도 마땅하다는게 아니라 죽일 수 밖에 없었던 그 살인자의 기저를 파헤치고 싶은거다.


이렇듯 옳고 그런건 인간이 판단할 수 없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서도 옳고 그런건 달라진다. 옳고 그른건 대천사 미카엘만 판단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기에 겉으로 빵 터지면서도 속으로는 끄덕끄덕 했다.


노무현이 옳은가 그른가/ 나경원이 옳은가 그른가/ 심상정이 옳은가 그른가/ 문재인이 옳은가 그른가/ 박근혜는? 최순실은?

홍상수가 옳은가 그른가 그 누구도 답을 내리지 못한다. 답이 있지도 않다. 작가가 믿는 가치관대로 작품 속에서 인물을 설정해서 끝가지 캐릭터를 밀어 붙이는 수밖에 없다.


인간의 영역을 침예하게 다루는 글이 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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