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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koni Dec 28. 2020

부모님

차를 끌고 2시간만 달려가면 부모님이 계신다. 

익숙한 내 방이 있는 곳, 내 유년시절 학용품과 지금은 입지도 않는 옷가지, 책이 있는 곳. 

더 새로울 것도 없는 엄마표 음식이 있는 곳. 


연말...몸과 마음이 지치고 앞이 보이지 않을때, 친구들과의 시끄러운 수다, 잘 될거라는 근거없는 희망회로를 돌리면서 울화를 가슴에 숨기고 있기 싫었다. 

그래서 갑자기 '나 집에 갈게'하고 급하게 전화를 했고 그렇게 며칠을 부모님댁에 있었다. 내가 올 때마다 엄마는 잡채와 고등어찜을 내놓는데(내가 굳이 혼자 집에서 해먹지 않을 음식이 생선찜과 잡채라고 막연히 예측하신다) 사실 내가 더욱 좋아하는 건 콩자반과 나물같은 밑반찬이다. 뭐, 아무렴...집밥은 전기밥솥에서 꺼낸 쌀밥도 맛있으니까. 


많이 먹고, 얼마 전에 본 영화까지 1인극 식으로 막 연기까지 해가며 엄마한테 설명하고 나니 마음속의 까닭있는, 혹은 까닭없이 일렁이던 불안까지 잠잠해졌다.

이미 6살 조카의 할아버지, 할머니인 내 부모님이 노인이 아니라 아줌마, 아저씨로, 갈 때마다 늙어보이는게 아니라 씩씩한 부모님으로 계셔주셔서 너무 든든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모님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거라는 그 당연한 진리를 나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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