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아늑해야 한다. 그래서 빛이 잘 들어야 하고 남향을 찾고, 큰 ㄷ자 부엌, 욕조가 있는 화장실, 큰 주차공간까지...조건이 좋을 수록 집의 가치가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내 집으로 말할것 같으면 부엌은 늘 좁아서 한번에 두가지 이상의 요리를 하기에 불편하고, 주차 공간이 있긴 하나, 이중 주차가 불가피 한 공간이라 차 빼달라고 전화를 주고 받는게 일상 다반사다. 욕조...당연히 없다. : (
그래도 빛이 잘 들고, 널찍한 투룸 공간이며, 세간은 많이 없지만 나름 아늑하게 살고 있다. 곧 봄날이 찾아 올것이고, 이사가 걱정이지만 뭐 닥치면 어떻게든 내가 갖고 있는 돈에서 또 최적의 장소를 찾아내리라 다짐만 하고 있을 뿐이다.
문득, 이 코로나로 정말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절을 겪고 있을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본다.
고시원, 원룸텔에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그들에게 정말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회사든, 학교든 가능한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밖에서 밥을 먹고, 커피숍에서 사람도 만나고 공부도 하면서 밖에서 하루의 대다수를 보내고 에너지를 다 소비한 뒤, 집은 쓰러져 잠만 자는 공간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쉽게 말해, 돈 없는 사람들이다.
창문도 없는 좁은 원룸에서 내가 내 뿜는 이산화탄소에 질식할 것만 같은 그 작은 공간에 억지로 쳐박혀질 수 밖에 없는 작금의 상황이 얼마나 괴로울까 . 나만 해도 혼자 살기에 꽤나 널찍한 투룸에 갇혀 있는게 여간 괴로운게 아니다.
- 이래서 집에 있는 가구가 좋아야 하는구나 싸구려 식탁 위에서 하루종일 글 쓰는게 쉽지가 않구나-
이렇게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이다. 커피숍에서, 도서관에서 글을 쓰지 못하고 삐걱이는 의자에 앉아서 밥도 먹고 글도 쓰려니 난생 처음 좋은 가구, 비싼가구의 중요성이 가슴에 알알히 와서 박힌다.
문득 고시원, 원룸텔에 누군가 나보다 더 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할 이름모를 그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처참히 아려온다.
이렇게 코로나 펜데믹은 또 전혀 다른 방향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을 더 비참하게 비틀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