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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koni Jan 30. 2021

유년시절

TV프로그램 중 금쪽같은 내 새끼를 즐겨 시청한다. 본방으로 놓쳤더라 유툽 클립으로 꼭 찾아보는 편이고 시간을 좀 더 앞으로 돌려보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도 꽤 관심있게 챙겨봤었다. (고작 이제 막 성인이 됐을 때 인데도 불구하고. 대학생이 즐겨볼 프로그램은 아니지 않음?!)


오은영 박사님의 팬이어서가 아니다. 언제 결혼을 할지, 결혼을 할 수 있을 지 없을지, 나도 누군가의 엄마로 살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면서 새삼 육아에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다.


다만, 성인이 겪는 불안, 강박, 인간관계의 어려움, 인정 욕구, 물욕 및 무욕, 과잉 친절, 갑질 행동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찬 많은 정신적인 문제들은 거의 대부분 어린시절의 성장환경이 좌우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교육에 집착하면서 계속 잔소리 하는 엄마

-보통의 인정욕구를 떠나 어린아이처럼 칭찬받고 싶어 하는 중년의 남성

-남들에게는 친절하나 정작 가정에는 무심한 남편/아내

-자식에게 절대 사과를 하지 않는 부모

-자식을 끊임 없이 엄친아, 엄친딸과 비교하는 부모

-도통 자기의견을 말하지 않고 참다가 혼자 화장실에서 욕하는 버릇이 있는 남성/여성


언뜻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정신 질환이 있다고 까지는 명명할 수 없지만 건강하지 못한 정신으로 가족이나 친한 지인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속을 파보면 대개 그 원인이 5살에서 13-14살 무렵 사이 성장 환경이 매우 독특했다는 걸 알게 됐다.

독특이라...즉 집이라는 곳이, 부모라는 존재를 행복하게 인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신적 학대든, 육체적 학대든 묘하게 학대를 받으며 성장한 경우는 백발백중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또 그렇게 상처 많은 어른으로 컸지만 상처를 내면에 꼭꼭 숨긴 채, 평범함을 연기하다가 그 상처가 배우자와 자식을 찌르면서 결국 또 상처를 되물림 하기 쉽다는 것도 이제는 아는 나이가 됐다.


그래서, 나는 육아와 훈육에 대한 프로그램을 너무도 감사히 시청하고 장면 장면을 꼬집어서 본다.

그리고 볼때마다 나를 별다른 상처없이, 대단히 평범하게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지고 볶고 나름 반항 하면서 "나는 엄마같이 안살거야~~" "아빠는 너무 고리타분해~~!" 라고 소리 지르고 울고 불고 싸운 적도 있지만 내 유년 시절을 생각하면 나의 집은 항상 나의 따뜻한 보금자리 였고, 나는 내가 뼛속깊이 사랑받는 존재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의 유년 시절은 아주 중요하다. 그 사람의 성인 이후의 삶을 뒤흔들어 놓을 정도이니... 부모든, 할머니든, 학교 선생님이든 나를 믿어주는 친구든... 내가 믿고 의지할 존재의 중요성은 몇번을 강조해도 아깝지 않다.


그래서 같은 의미로, 부모자격 없는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자식을 낳아서 방치하거나 잘못된 훈육을 하여 또 미래의 슬픈 어른을 길러낸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아동학대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쉽게 말하면 기승전 부모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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