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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koni Mar 24. 2021

마마보이

마마보이가 아닌 것처럼 착각하게 하지만 정말 피해할 인간 유형이 있다.

본인은 마마보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타인이 보기에도 언뜻 보면 부모랑 돈독한 사이로 보이는 유형. 그러나 이런 마마보이의 여자친구로 지내며 마마보이와 인생을 꽤 오랬동안 공유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일찍 헤어지지 못한 내 스스로에 대해 발등을 찍고 싶을 때가 있다.


마마보이 당사자가 자기가 마마보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포인트는 대충 이러했다.


- 마마보이는 엄마한테 일일히 전화해서 물어보고 허락받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는 사람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내가 결정하고 통보할 뿐이다. 부모님이 나를 무한 지지해준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했다.  부모가 아들의 여자인 나를 공격해도, 아들을 빨대 삼아도, 그래서 잠시 부모와 서너달 연락 안하다가 결국 우리 둘이 다른 문제로 싸웠을때 바로 눈 앞에서 전화를 해서 엄마와 통화를 한 뒤, 이런 스탠스를 취했다.


- 나 엄마보러 갈래. 사실 너와 우리엄마의 갈등을 보면서 우리엄마의 문제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그냥 억지로 참았어. 부모님 보고 싶고, 불효하는 거 같고 아아아~~~ 너랑 안할래


지금도 생각하면 씁쓸한 이야기.

몇번을 생각해도 내 아까운 시기를 놓쳐버린 이야기.


어릴 때 학대를 받고 큰 아이들은 커서 성인이 되었을 때, 행복한 삶을 살 수가 없는것 같다. 그게... 무슨 심리학 용어가 있던데...자기가 아무리 불행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그 가정을 원망하고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결국 그런 가정으로 회귀하게 된다고 한다. 익숙한거다.  익숙한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 거다.  행복이 불안하고 행복해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결국 그래도 핏줄을 참으며 나이가 30이 넘고, 40이 훌쩍 넘어도 나를 빨대삼는 엄마아빠의 품에 안긴다.


결론적으로 지팔지꼬. 내가 가르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던 나의 안일한 생각, 기혼 친구 선배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달라' 라고 말하며 노력했던 나의 옹고집이 나를 좀 비참하게 만들었다.

뭐 덕분에 상담도 받았고, 그 경험으로 책도 냈다만................책이 팔리지 않아서 유감.


지금은 많이 편안해졌다.  여전히 시간이 아깝고, 순간 올라오는 후회에 불면이 올만큼 여전히 가끔씩 그 여파가 미치긴 하지만 그럴때마다 그냥 자버리거나 실컷 울기도 하고 나를 자꾸 다잡는다.

발생한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거겠지. 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 이라는 말을 굳게 믿기로 했다.  내 인생의 레슨, 공부, 경험, 등등 갖다 붙이기 좋은 단어를 다 찾아서 명명하기로 했다.


"개새끼"를 만나서 만신창이가 됐어- 라고 울부짖었지만 지금은 맘이 많이 편해졌다.  


그래도 한 때 내 인생의 전부였던 그가 잘 살길, 진심 건투를 빈다.

다시는 본인의 선택에 후회 없이 행복하게, 잘 살길... 효도하는 아들, 미래 누군가의 좋은 아내, 아빠이길 정말 간절히 빈다. 정말 너가 나랑 헤어지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툭 털되, 너도 좋은 기억만, 사랑 하고 사랑 받은 기억만 간직하고 앞으로 나아가길



덕분에 인생에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 거 같다. 실패의 경험 덕분에 마음에 굳은살이 박히면 내가 더 단단해 지겠지.  암턴 기승전 효자와 마마보이 잘 구별하자. 어쩌면... 나의 잘못된 기대와 희망덕분에 좋게 좋게 끝날 수 있던 사람을 더 개새끼로 만들었으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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