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수영을 다녀와서
딱 보면 안다. 어깨만 봐도 초짜인지를 안다. 어깨 힘주고 앉아있는 사람은 인생도 삶도 초짜가 틀림없다.
수영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자꾸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강사는 나보고 어깨 힘을 빼라고 한다. 한쪽으로 가는 것도 힘 들어간 어깨 탓이다. 아니 삐딱하게 바라본 나의 시선 탓인가. 똑바로 갈 수 없는 수영 시간을 바라보면 내 삶과 닮은 것 같다. 물속에서 숨을 삼키며 생을 배운다.
직장 다닐 때 할 수 없던 몇 가지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수영이다. 대화역 고양 체육관을 지척에 두고 살면서도 한 번도 이곳을 와보거나 운동을 신청해보지 못했다. 출퇴근 때 늘 지나치던 곳이었다. 퇴근 후에는 다시 시인이요 가정주부요 엄마로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딸이 날이 더워지자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 동네 걷거나 산 걷는 게 덥다고 헬스장을 권했다. 난 수영을 생각했다. 재난 영화를 보더라도 수영은 자신을 지킬 수도 있고 남을 구할 수도 있다. 대학 체육 과목에서 수영을 한 학기 배운 거로 태국 호텔 수영장에서 자유형을 하고 가다가 들어가지 말라는 줄을 모르고 넘어갔다. 선수용 수영 코스였다. 밑을 보는 순간 시퍼런 물을 보고 두려웠다. 호흡을 놓쳐 그만 물을 먹자 두려워 허우적거렸다. 순간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며 이렇게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나가던 호텔 직원이 구해주었다. 나와서 생각하니 그해 나보고 광화문 보살이 그해 물 조심하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 후 물이 두렵다. 딸이 호캉스를 시켜줄 때도 호텔 수영장에 들어갔다가 수영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 그때 다짐했다. 시간이 주어지면 수영을 다시 해야겠다고. 탁구도 학교 근무 때 잠시 6개월 기계 탁구만 치다가 안치니 못 한다. 수영도 한 학기 배운 거로 하는 게 아니었다. 뭐든 꾸준하게 해서 몸이 기억해야 하는 걸 실감했다.
어깨며 관절에도 좋다고 딸은 수영을 강력하게 추천하더니 수영복, 수영모자, 물안경을 사 왔다. 특히 고양 체육관은 신청하는 게 경쟁이 하도 심해 어렵다고 알고 있던 터였다. 아들이 신청 기간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가입하게 도와주었다.
2025년 7월 1일 화요일 첫 수영 수업이었다. 누구든 모르면 두렵다. 전날 아들과 며느리가 전화를 걸어와 힘을 주었다. 결제를 인터넷으로 하지 않고 직접 체육관에 가서 했다. 체육관이 그렇게 넓고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과 종목들이 진행 중이고 하루 이용객들이 그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다. 회원증을 받고 안내도 받고 주차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보고 왔다. 전날 늦게 퇴근한 딸로 인해 잠이 깨는 바람에 잠을 충분히 못 잔 상태로 수영 첫 수업을 참여했다.
물에 들어가니 차가웠다. 아기가 첫걸음마 떼듯 한 동작 한 동작 조심스럽게 물속을 걸었다. 발차기도 했다. 아침을 먹고 왔어도 힘에 부쳤다. 30명 가운데 내가 가장 나이가 많아 보였다. 여름휴가 물놀이를 앞두고 있어선지 다들 젊은 아가씨와 청년들이 대부분이다. 40대도 한 명 있었다. 수영강의 유튜브 보고 올 필요가 없다고 했다. 여기서 상황이 다르니 우선 강사 하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고 말이다. 물속에서 걷고 물속에서 숨을 쉬고 올라오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다시 했다. 사람 몸은 가만있으면 물에 뜬다. 그러나 무서워 허우적거리거나 숨을 쉬거나 하면 다리가 가라앉는다. 그걸 이론으로는 알면서도 안 된다. 팔과 다리를 구부리면 일어나는 법도 알았다. 귀에 물이 들어가 자꾸 출렁인다.
물을 닮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 물은 흐르는 대로 살고 낮은 곳으로 향한다. 또한 물은 부드럽고 모든 걸 품어준다. 물은 어디든 스며들다가도 불도 끄고 생명을 앗아가는 파도처럼 무섭기도 하다.
딸 초등학교 시절 딸 수영을 등록하면서 나도 다시 시작했다. 개인 수영장으로 락스물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내 피부에 꽃이 피었다. 피부과에 갔다. 의사가 내 피부는 아기피부라며 수영을 그만두라고 했다. 그때 계속 했어야 했다. 수영강사는 수영은 20대 30대 해야지 나이들어선 힘들다고 한다.그래도 난 자유형, 배영, 평영까지는 배우고 싶다. 20대들 중 마지막출발로 배우고 있지만 해내고만 말겠다.
이곳 수영장은 관리를 잘한다니 피부는 괜찮을 거라고 여겼다. 물도 먹을 각오를 한다. 그러나 샤워실 오래 기다리는 걸 봐서 하루 이용객이 수천 명 될 듯싶다. 물안경 너머로 물속을 보면 떠다니는 것들이 많다. 그래도 어쩌랴. 고개를 물속에 용감하게 박는다. 물을 마신다. 권투선수가 맞는 것을 두려워하면 권투를 배울 수 없듯이 나는 기꺼이 물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참에 물과 친해지고 싶다. 물이 무섭지 않았으면 한다. 처음 발차기는 자꾸 힘이 들어간다. 더 빠르게 차라고 물을 뿌려대는 강사가 야속하다. 41살 여자는 헉헉거리며 죽을 것 같다고 엄살이다. 빠르게 차느라 용을 쓴다. 밥심도 소용없다. 잘하게 되면 이렇게 힘들이고 빠르게 아니해도 되나 첫 수업이니 이렇게 연습시키는 것이려니 생각했다.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깨에 힘이 자꾸 들어간다. 초짜다. 어깨 힘주고 다니는 초짜 인간과 닮았다. 어깨 힘을 빼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음~~ 하면서 머리를 들고 파를 외친다. 호흡을 하는 게 가장 숨 가쁘다. 숨차다. 머리를 충분하게 넣어 일자가 되면 몸은 뜨는데 내 몸인데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역시 뭐든 어릴 적 배워야 한다. 물놀이처럼 수영을 배워야 한다. 물놀이도 못 하고 자란 어린 시절이 아쉽다. 개울가에서 물과 친해지며 개구리 수영부터 접영 등 수영을 잘하는 친구가 부럽다. 배움도 다 제때가 있나 싶다. 어깨 힘 빼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나는 과연 물에 뜰 수 있을까. 자유형을 우아하게 오리처럼 물속에서 할 수 있을까. 진도가 너무 세다고 하니 6학년들이 모인 반도 있다고 강사가 말한다. 난 화목반 여기서 일단 포기하지 않고 견뎌낼 거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 하는 게 견디기라는 걸 살면서 알았다. 물은 나를 밀어내고 나는 나를 가르친다.
수영 두 번째 날 목요일이다. 오늘은 차를 끌고 갔다. 딸이 사 온 귀마개도 챙겨가고 마실 것도 챙겼다. 30분 전 회원카드를 대고 젤 먼저 들어가 샤워를 한 후 수영장 안으로 들어갔다. 41살도 와있었다. 같은 안씨 성이어서 여동생처럼 친해졌다. 아이 학교 등교 전 온 것을 걱정한다. 퇴직한 나는 그런 걱정은 없다. 2년 전 아들이 결혼했다고 하자 그 동생은 요즘 젊은이들은 약속을 하고 결혼을 한단다. 우선 혼인신고 하지말고 아기 낳지 말고 살기를 혼전에 약속한단다. 그게 트렌드라고 일러준다. 수위가 위험하다. 가라앉는 시대의 철학처럼 요즘 청춘들이 참 고달프다. 취업포기, 연애포기, 결혼포기, 아파트 포기, 자녀포기니 해서 5포 세대라는 말이 아프게 물위로 떠올랐다. 물속에서 나를 배우듯 물 앞에서 세상을 다시 들여다본다.
수영 시작 전 몸풀기 스트레칭이 시작 되었다. 귀마개를 하려다 그만두었다. 강사가 귀마개를 한 사람을 보고 귀마개 없이 하는 법을 익히라고 일러준다. 물이 안 빠지면 다시 귀에 물을 부라고 한다. 그리고 옆으로 뛰면 귓속 찬물이 다 빠진다고 한다. 오늘은 안경도 맞게 잘 조여서 눈에 물이 들어가지 않았다. 41살 동생은 몸이 굳어 잘 안되어 어제 헬스가서 근욱을 좀 풀고 왔다고 한다.
오늘도 세게 진도가 나간다. 아침밥을 일부러 든든하게 먹고 와도 금방 탈진된다. 발차기만 해도 힘에 부친다. 돌아가며 물속에서 호흡하며 물 밖으로 파하고 솟아나는 걸 배웠다.
내 옆으로 아들 같은 젊은이들이 발차기하는데 눈을 뜨기 힘들어 물안경을 쓰고 연습했다.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머리는 물속에 박고 앞으로 나가며 발차기를 하는데 발차기가 일정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머리가 너무 세게 올라오면 다리가 가라앉으니 머리를 가볍게 들어 숨을 얼른 들이마시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한 바퀴 돌았다. 숨고르는 연습이 부족하다. 숨이 차다. 평소 그냥 있어도 호흡이 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물속에서 호흡이 힘든 줄 다시 실감한다. 잘 뜨지 않는 몸과 가라앉는 마음으로 고래를 떠올렸다.
고래는 왜 같은 포유류인데 물속으로 갔을까 늘 궁금했다. 물속에서 살기 위해 고래는 물 밖으로 물을 뿜어내며 호흡을 한다. 물속의 침묵을 알고 몸의 저항도 안다.
8월 두달이 지나간다. 자유형은 반복하고 배영을 시작하고 있다.누워서 물에 뜨는 기분을 느꼈다. 나가더라도 왔다갔다 한다. 20대 30대 나는 무얼했을까 생각해보니 두아이 엄마며 직장인이었다. 엄마는 강하다. 딸아들같은 틈에 있지만 돌틈에서 피어나는 민들레처럼 야생의 기질로 수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견디고 이겨낼것이다.
두달이 지났으니 고비는 넘겼다. 그냥 일년은 무조건 수영을 해볼 생각이다.즐기면서.
50분이 금방 지나간다. 끝나고 샤워 줄이 길다. 대강 씻고 집에 가서 씻으려니 피부가 가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