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지리산과 섬진강을 다녀와서

by 안명옥


7월 11일 금요일 서울역 KTX를 타기 위해 집을 일찍 나섰다. 아침나절인데도 벌써 거리는 폭염이 느껴졌다. 서울역 올리브영에서 썬 스틱을 사고 롯데 아울렛에서 검정 반바지를 하나 샀다. 그리고 간단하게 점심을 햄버거로 먹었다.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이 붐볐다.

남원 가는 산천행을 잘 타야된다는 딸의 성화에 표를 들고 제대로 3호차 특실 창가 자리에 앉았다. 2시간 20분 정도면 남원에 도착한다.

남원에 도착해 지리산 서어 숲으로 가니 바람이 시원했다. 돗자리 펴고 폭염을 잊는 분들도 눈에 들었다. 서어나무를 농촌 마을에 이렇게 조성해 두니 좋았다. 자작나무과다. 잎지는 넓은 잎 큰키나무로 근육질의 줄기가 키 15미터 정도로 비틀리듯 자란 모습이 장관이다. 그늘을 이렇게 드넓게 경작해주니 한여름 농촌에서 이런 곳에 와서 돗자리만으로도 해변 피서가 부럽지 않다. 연리목 연리지도 눈에 들어 사진을 찍었다.

목이 말라와 근처 카페로 갔다. 수국을 좋아하는데 수국이 가득한 카페였다. 레몬 차를 시원하게 마셨다. 카페 앞 창가로 조성된 조선소나무 숲이 아름답다. 뷰가 돈이 되는 세상에서 이 카페는 조선 소나무숲의 신세를 진다. 자리 덤을 얻고 있었다.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았다. 구불구불하게 뻗어 허공을 수놓는 조선 소나무들에 영혼을 빼앗겼다. 쭉 위로만 자라는 일본 소나무와는 다른 멋이 느껴진다. 길가에 가지를 뻗는다고 큰 가지를 싹둑 자른 나이테를 보니 내 팔이 잘린 듯 아프다.

카페를 나와 조선소나무 숲을 벗어나니 들판에 개망초꽃들도 활짝 피었다. 나라가 망할 시기에 일본에서 들어와 핀 꽃이라 개망초란 이름을 얻었나 싶다. 망초보다 작다는 의미의 개가 붙어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개망초의 꽃말은 화해다. 멀어진 관계를 회복하거나 갈등을 해소하고자 할 때 선물하면 좋다. 우리 동네 천변에서도 길가에서도 개망초는 잘 자란다. 산책마다 개망초 활짝 핀 하얀 꽃을 보며 용서를 많이 하곤 했다.

수국은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감사와 진심을 표현하는 꽃이나 서양에서는 변덕 거절 냉정함을 상징하기도 한단다. 수국은 토양 따라 여러 색을 낸다. 가지를 잘라 꽂아두면 뿌리를 내린다. 분홍 수국은 사랑, 진심, 우정, 감사의 꽃말이고 빨간 수국은 열정적인 사랑, 용기, 존경을 상징하며 파란 수국은 신뢰, 포용, 후회, 사과를 의미한다고 한다. 보라 수국은 신비로움, 꿈 ,희망을 주며 하얀 수국은 순수함, 변덕, 오만 허영심을 상징한다는 데 내가 보기엔 순수함이 맞는 거 같다. 가만히 보면 장식화, 헛꽃이 보인다. 수국은 씨앗이 없다. 동행한 친구가 야생초 공부를 해서인지 아는 것이 많다. 난 어떤 시간이든 배우거나 창의적인, 생산적인 시간을 사는 것이 좋다. 그러나 산수국은 씨앗이 있어 꽃들이 있단다. 헛꽃이 곤충들을 유인 한 후 그할 일을 마치면 돌아누워 버린다니 신비롭다.

느티나무가 우거진 마을 입구를 지나가다 느티나무 정자를 사진을 찍었다. 마을의 수호신처럼 어느 마을 입구나 느티나무가 우람하게 가지와 그늘을 키우며 있었다. 수호신처럼 섬기는 나무로 팽나무도 있다. 실은 쓸모가 없는 나무라 그럴 수도 있다. 내 어린시절 아버지는 나무를 지게에 해와서 쇠죽을 쑤고 밥을 짓고 씻을 물을 데웠다. 나도 솔가지를 긁어왔다. 소나무는 땔감 외에도 뭐든 쓸모가 많았다. 집짓는 재목으로도 쓰이고 관을 소나무로 짰다. 쓸모가 없는 나무는 그냥 두지만 쓸모 많은 나무는 그냥 두고 섬길 수 없었던 것이리라.

정자에 노인 서너분이 앉아 담화중이다. 정자 문화는 마을 정치도 하고 장기도 두고 바둑도 두고 했다. 은행나무를 신성하게 여겨 집 입구에 심기도 했다. 열매가 맺히지만 냄새가 나니 재목으로 쓸 수는 없는 나무다.

그러고 보니 당산나무나 섬김 대상의 나무들은 어쩌면 쓸모가 없는 나무라 정해진 것인가.

가장 예쁜 꽃이 잘 꺾여지는 이치와 비슷한 것처럼 생각 들었다.

산채비빔밥을 저녁으로 먹고 나서 여기 남원에 내려와 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처럼 피어올랐다. 청국장은 덤으로 나오고 산나물들을 포함한 반찬 가짓수가 18개나 되었다. 문우 중 경은 목포에 내려가 살면서 요리를 안 한다. 아점으로 한끼를 사 먹으면 반찬 수가 많이 나와 다 먹지 못하고 서너 가지 싸와서 그걸로 저녁을 먹는다. 한 끼에 먹는 나물양이 내가 일주일정도 먹는 산나물보다 더 푸짐하다. 영향이 충분한 전라도 반찬의 인심이 느껴졌다. 서울 경기도에서는 비싼 한정식을 먹어야 이 정도 가짓수가 나온다. 이렇게 팔아도 돈이 남나? 외려 먹는데 미안했다.

어제는 지리산 일대를 돌았다면 오늘은 섬진강 주변을 다녔다.

우선 아점을 먹으려 식당에 갔다. 허영만 식객, 일박 2일서 소개된 부산집이란 남원 추어탕집을 갔다. 추어탕국물이 진하고 맛이 깊다. 시래기도 듬뿍 넣어준다. 딸려 나온 반찬들에 손이 갈 여유도 없이 추어탕을 먹었다. 먹은 후 차창룡 시인의 고향인 곡성을 향해 가는데 나무 터널들이 이어졌다. 녹색의 푸른 나무 터널을 보니 도심에서 출,퇴근 때 나무 터널을 지나 출근하면 사람들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말랑말랑해지지 않을까. 그럼 교통사고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서울은 한낮 38도라고 뉴스가 나온다. 길은 전세 낸 듯하다. 고요하다. 마음이 치유된다. 퇴직 후 연금이 되면 남원 내려와 살고 싶다. 서울 경기에 모두 모여서 집값, 교통지옥, 그렇게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원한 그늘을 달리며 눈에 녹색물이 든다. 곡성은 전라남도가 되고 남원은 전라북도다. 그 경계를 오고 간다.

전라북도 꽃이 배롱나무 백일홍이라 그런지 길가 가로수 백일홍이 예쁘게 피었다. 꽃은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나 옆 꽃잎이 자꾸 피어 오래 백일동안 핀다 해 백일홍이라는 이름이 붙은 나무다. 선비들이 좋아한 꽃이기도 해 절이나 서당, 사당 등에도 주로 핀다. 옥황상제가 머무는 궁 이름이 자미궁이라 하는데 백일홍은 자미화라고도 한다.

길을 지나다가 백일홍 껍질이 호르르 벗겨지는걸 사진 찍었다. 껍질을 떨구고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나무라는 상징이 백일홍을 더 좋아하게 만든다. 친구는 배롱나무가 명옥헌 연못 주변 피어나 물에 꽂이 떨어지고 물에 비친다며 명옥헌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 이름은 밝은 명, 구슬옥이나 명옥헌은 울명, 구슬옥이라 한다. 명옥헌은 정자 이름이다. 그 계곡에 옥구슬 구르는 소리가 난다해 명옥헌이라 이름 지었다 한다. 백일홍 피는 철에 명옥헌을 가보고 싶어진다.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팔공산의 서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북서쪽으로 흐르다가 정읍시와 임실군의 경계에 이르러 갈담 저수지를 이룬다. 순창, 곡성군, 구례군을 남동쪽으로 흐르며 하동군 금성면과 광양시 진월면 경계에서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지리적으로는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의 3도에 걸쳐 흐르는 강이다.

비가 오지 않아서인지 섬진강 물이 많지 않다. 섬진강 이름은 고려시대인 1385년 우왕 11년 섬진강 하구에 왜구가 침입하자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울부짖어 경고를 하듯 알려주니 왜구가 광양 쪽으로 피해 갔다고 하는 설이 있다. 이때부터 두꺼비섬蟾자를 붙여 두꺼비 나루터인 섬진강이 된 것이다. 섬진강을 지나며 김용택 시인도 떠오른다. 섬진강 물소리도 들어본다. 아름다운 섬진강 사진도 남겨본다. 남원 하면 복효근 시인도 생각난다 오래 그곳에서 국어 선생님을 해오며 시집 외에도 디카시집, 동시집 등 다양한 활동을 엿볼 수 있다.

내가 다시 대학교를 간다면 사범대나 도서관학과를 가서 번잡하지 않은 시골 도서관 사서나

시골 국어교사를 하고 싶다. 시골은 점점 학생들이 부족하다. 학생보다 교사가 더 많은 기현상도 벌어진다. 오이 딸기가 난다는 전라도 평야를 지나며 큰 기업체들이 내려오고 문화시설도 들어서고 사람들도 내려와 살면 지역도 살리고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나의 고향 화성시 남양은 현대 연구소, 기아자동차가 오고 시청이 들어서자 지하철도 생기고 아파트며 편리 시절에서 부족함이 없다.

전라북도에서 전주가 붐비는 곳이라면 남원은 오지처럼 한적한 곳이다. 난 이런 곳에 더 애정이 간다.

남원역을 떠나기 전 춘향과 몽룡 빵을 기념으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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