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를 다녀와서

by 안명옥


오키나와는 중국, 일본, 미국에 배신당한 땅이다. 지인이 오키나와를 다녀와서 태평양의 바다가 옥빛처럼 푸르고 아름답다고 나에게 권한 적이 있었다. 이번 여행은 11월 22일 토요일 출발, 월요일 입국하는 2박 3일간 일정이다.

오키나와는 남쪽, 중간, 북쪽 길게 뻗어있는 섬이다. 나는 중간 지대인 아메리칸 빌리지에 숙소를 잡았다. 여행은 떠나기 전 준비하는 날들의 설레임이 가장 큰 것 같다.

떠나기 전 오키나와에 서린 역사를 공부했다. 아는 것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최대 휴양지로 동양의 하와이라고만 알고 있던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과거 류큐국으로 독립된 나라였다. 해상무역을 독점하고 명나라에 설탕 향신료를 팔고 일본에 도자기를 파는 중개무역으로 큰 부를 축적한 나라였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보물 같은 파라다이스였다. 우리는 류큐국과 친선 관계로 지냈다. 일본은 우리나라 임진왜란을 일으키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류큐국에게 전쟁 식량 준비와 8천냥 상납하라고 한다. 류큐국은 명나라에 일본의 조선침략을 알리고 일본을 돕지 않는다.

류큐국은 일본침입으로 일본이 멸망시킨 나라다. 믿었던 명나라는 류큐를 도와주지 않는다. 일본의 도발을 청나라 역시 받아들인다. 그 후 200여 년간 일본에 수탈당하며 쇠락했다. 1874년 5월 타이완을 침공한 일본은 자국민 보호를 내세우며 류큐를 자국 영토로 삼기 시작했다. 병력을 보내 슈리성을 점령하고 류큐국 왕을 페위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오키나와현을 설치한다. 오키란 ‘바다의 먼 곳’이란 뜻이고 나와는 ‘새끼줄’이란 뜻이다. 즉 오키나와는 <바다 먼 곳에 새끼줄 같은 섬>이란 말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그랬듯이 운동회, 교련 호신무술로 동화 정책을 펼치고 일본어 교습소를 설치하며 류큐 문화 말살 정책을 폈다. 인류관 사건을 보면 조선인, 류큐인, 타이완인, 인도인 사람을 전시할 때 류큐인이 포함된 것은 오키나와의 류큐인들이 일본의 2등 국민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지금도 변화가 없다니 안타깝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전국인 된 일본은 강대국이 된다. 진주만 침공에서 미국 루스벨트가 제2차 세계대전 공식 참전을 선포한다. 미국은 일본의 본토를 가기 전 오키나와를 본토 방어 최저지선으로 삼는다. 미드웨이해전에서 일본은 가미카제(자살)로 미군을 공격했다. 슈리성 중심으로 게릴라전으로 미군 피해가 늘었다. 천황을 위한 희생은 영광이라며 폭탄을 안고 뛰어들게 하는데 어린애나 노인, 학도병들이 동원되었다. 9만 4천 명 오키나와인 민간인이 희생되고 지금도 유골이 나오고 있단다. 미군정이 실시된 오키나와는 미국에서 주민 토지를 몰수해 군사기지화 한다. 미군정은 오키나와에 류큐대학을 설립했다. 또한 오키나와는 미국 달러를 쓴다.

우리나라 제주도가 방언을 사용하듯 오키나와 언어는 일본어지만 일본어와 다르다. 이번 여행에서 일본과는 다른 모습을 가진 오키나와, 독립국이었다가 일본에 편입된 나라 오키나와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니 설레임이 구름바다처럼 출렁였다.

나하 공향에 도착하자마자 라멘집으로 가서 일본 라멘을 먹었다. 진한 국물에 고기가 든 라멘은 깊고 얼큰했다. 리무진이 떠나고 버스는 오래 기다려야 해 하는 수없이 비싸다는 일본 택시를 탔다. 기사가 묻는다. 왜 차를 대절 하지 않고 택시를 타냐고 묻는다. 일본어를 고등학교 때 배워 그나마 알아듣는다. 외국에 오면 제일 필요한 것이 그 나라 말이다. 딸은 시간을 벌기 위해 비싼 요금을 내는 것에 단호하다. 40분 정도에 8만 6천원이다.

다행히 빨리 와서 체크인하고 짐도 풀고 일본 편의점에 가서 모찌 고구마, 아이스크림을 먹어 본다. 해변 따라 걷는다. 태평양 에메랄드 바다가 일품인데 신이 그린 그림처럼 구름이 아름답다. 분홍색 혀 같은 구름도 있고 수묵화 같기도 한 구름바다로 변하기도 한다. 미군 단지내 미군들이 떠난 공간마다 공방들이 들어섰다. 먹을 것과 볼 것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잡은 골목이 예쁘다.

뷰 맛집에서 샐러드와 타코로 저녁을 먹는데 오리온 맥주가 맛있다. 목이 마르던 참에 먹으니 더 맛있다. 갈증 해소도 되고 거품도 많지 않아 부드럽다. 맥주 색이 노란색으로 곱다. 비알콜은 음료 같다. 맥주 특유의 칼칼한 맛이 없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것 같았다.

노을도 진다. 새색시 얼굴 같다. 구름 속에 숨어 조금 내민다. 지금 태평양 바다위에서는 누군가 사랑을 하는지 하늘이 분홍빛으로 전부 물들여진다. 그 위로 눈썹달이 살포시 떴다. 어두워지자 나무에 조명들이 불타는 나무 같다. 열심히 일한 뒤 가지는 휴식의 맛이 달콤하다. 아이스크림 맛집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맛본다. 거리엔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골목의 표정과 건물의 벽의 색들이 개성적이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7시 대욕장에서 힐링을 한다. 일본문화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온천이다. 아침저녁으로 온천을 15분 정도 담그고 피로를 풀 수 있다는 문화가 부럽다. 단잠이 얼마나 쏟아질까. 집에서 욕조를 없애고 앉아서 하는 족욕 욕조도 당근에 팔아 버린 후 몸을 담그는 일이 목욕탕이나 가야 가능했는데 여기와서 온천 탕 안에 드니 몸이 녹아내린다. 노곤하다. 온몸이 좋다고 아우성이다. 깨끗하고 따스하다. 부드럽고 조용하다. 위로가 된다. 샤워 후 흰 우유를 사서 마시니 고소하다. 150엔이다. 우유를 싫어하는 딸도 시원하고 맛있다며 단숨에 마신다.

온천을 마치고 밤 8시 숙소로 돌아오니 우리 숙소 창 바로 앞으로 불꽃놀이 중인 수천 발이 날아와 펑펑 터트려준다. 불쇼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 신의 선물 같다. 평소에 나는 환경오염을 발생하는 불꽃놀이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눈앞에서 보니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나는 일본 티비도 켜고 보다가 사진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든다.

다음 날 새벽 6시, 다시 대욕장에 가서 온천을 했다. 그리고 7시 반 조식을 갔다. 일본 음식은 다 맛있다. 샐러드가 어찌나 다양한지 고르게 먹었다. 메뉴가 다양하다. 늘 해외여행에서 조식은 든든하게 먹자는 주의다. 연어도 맛있고 닭강정도 맛있다.

지바고 커피점에서 모닝 커피를 마시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해변으로 가니 사람들이 북적인다. 테이크아웃으로 오전 해변 길을 걸으며 커피를 마시는데 외국인 여자 두 명이 해변에 누워 선텐을 하고 있다.

하도 물이 맑아서인지 바다의 비릿한 내음이 없다. 기념품을 사는 재미도 있었다. 딸과 나는 저렴하나 커플 반지를 사서 꼈다. 젓가락도 샀다. 문득 오늘 자격증 시험을 본 아들 생각이 난다. 아들 줄 젓가락 셋트도 샀다. 돈키호테처럼 지척에 면세되는 가게가 있다고 해 택시비를 절약한다.절약한 택시비요금 4만원정도로 평소 운동시 둘레메는 작은 가방을 샀다. 핸폰 넣고 다니기 안성맞춤이다. 득템한 기분이 좋다. 평소 원하던 것을 발견한 기쁨이다.

저녁 고기를 먹는데 밑반찬이 없다. 깍두기를 주문하니 달았다. 단무지 같다. 고기가 최상급이라 한 젓갈 먹는데 사르르 녹는다. 외국에 나오면 우리나라 식당 인심이 제일인 걸 안다. 우린 반찬을 더 달라고 하면 언제든 리필을 해주는 문화가 고마운 걸 새삼 느낀다.

오키나와의 역사를 생각하며 어둠이 내린 해변을 다시 걷는다. 고요하다. 빛이 주는 아름다움이 크다. 아픈 역사를 가진 오키나와를 내일은 떠나야 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힘없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 오키나와는 여전히 헬기 추락사고도 가끔 난다.역사를 알고 오니 오키나와의 일상이 더 소중하고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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