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_2026년 2월 12일

by 재현가능성

회사 옆 편의점 사장님이 며칠 전 돌아가셨다. 진짜냐고 묻자 거짓말이겠냐는 말만 돌아왔다. 전기가 끊긴 편의점 앞에 ‘개인사정으로 잠시 쉽니다’라는 문구는 안식의 증거였다.


그 분은 살가웠다. 회사에서 모은 돈과 퇴직금으로 편의점을 인수했고, 손님들과 친해지고자 김치를 나눠주었다. 고즈넉한 도로 사이, 주전부리와 담배를 구할 곳은 여기 밖에 없었기에 모두가 여길 드나들었다. 사장님이 키우는 세 마리의 고양이들은 손님들에게 볼을 부볐다.


편의점은 6시에 불이 켜졌다 23시에 불이 꺼졌다. 원체 마른 사장님은 더 매말라갔다. 퇴근길에 들린 편의점에서 사장님의 안색을 물었다. 사장님은 언제 올 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느라 잠을 자지 못했다. 편의점에 수많은 식품들이 쌓여있었지만 섭식(攝食)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나는 사장님의 건강을 빌었다.


그리고 며칠 후인 오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집에서 쓰러졌다고 한다. 그렇게 돌아가셨단다.


발인은 이미 끝났겠지. 이름도 묻지 못하고 묻혔겠지. 한 입도 건드리지 못한 김치는 냉장고에 그대로 있겠지. 키우던 고양이들은 밥을 먹지 못해 사냥을 나가겠지. 편의점 앞 쓰레기통은 봄이 오면 썩어버리겠지. 나는 울지도 못하고 살아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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