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내 인생에 쇼킹한 사건이었다.
사람 간의 관계는 다분히 상대적이다.
나에게는 둘도 없이 좋은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는 최악의 사람이 될 수 있고,
나에게 소름 끼치게 싫은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사람일 수 있다.
관계에 있어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이처럼 극과 극을 달리기도 하는데,
나는 이 상성 관계를 인정하는데
늦은 나이가 들어서야 받아들였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인정 및 용납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년 전, 주변에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라는 걸 알게 된 적이 있었다.
난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누가 나를 싫어한다라는
말을 전해 들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으니까.
(그 전에도 있었겠지만, 내 귀에 들린 건 처음이었다;;;)
여하튼, 그 얘기를 듣고,
'에에?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라는 의구심으로 시작해서,
'감히 나를 싫어한단 말이지?'
라는 분노로 증폭이 되어,
'그렇다면 나는 너를 두배로 싫어해주마'
라는 복수심에 불타올랐다.
나의 이런 면모를 지인에게
얘기해줬더니,
"너 주변에 모두 너를 좋아할 거라 생각해?
천만의 말씀이야.
너 주변에도 앞에선 생글거리지만
뒤에선 너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걸?"
난 이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에 빠졌고,
갑자기 우울감이 쏟아져 들어왔다.
적어도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을
너무나 아끼고 좋아한다.
내 인생의 일부를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소중히 여기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그들에게 진심을 보여주며 생활하는데,
그런 그들 중에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믿기힘들었고 너무나 큰 실망감에
사람들이 무섭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 깊게 생각하지 마. 어차피
예수나 석가모니 조차도
그 시대에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니까.
네가 그들보다 위대하거나,
선하거나 더 매력적이지는 않잖아?"
라는 지인의 충고에 난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큰 깨달음을 얻어 열반에 들고,
장사한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 다시 살아나
하늘에 오르사 하나님의 우편에 앉아계시다가
다시 내려와
'미워도 다시 한 번'의 뢰렉신이 되셨다.
그래.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게 이상하지.
사람은 제각기 여러가지 상성의 관계를 이루고 살아가잖아.
같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다양한 성향과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감정들이
생기겠어?
내가 내뱉는 많은 말들,
내가 취하는 다양한 행동들,
내가 의도했던 안했던 그것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주변 사람들 가운데 미움, 질투, 시기 등 부정적인
감정도 누군가에게 발생하겠지.
그건 너무나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야겠지.
내가 그렇지 않다고 다른 사람도 내 생각과 같아야
한다라는 건, 나의 큰 오만이라 생각해.
그렇지만 뭐, 얼마 전 <미움받을 수 있는 용기>란 책이 좀 유행했나 보던데, 그래서 사람들에게 미움좀 받고 살아도 됩니다라고 위로해주었던거 같은데,
그래도 역시 난 미움 받기는 싫다.
사랑만 받기에도 내 인생은 짧고,
나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