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간직하고 싶은 추억을 뭉쳐 자신을 만든다.
"내가 옛날에 말이야~"
라고 나이를 많이 먹다보니 자꾸 과거를 떠올리고
이야기하게 된다.
"내가 나중에 말이야~"
라고 젊었을 때는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리고
이야기 했지만 말이다.
응팔은 그런 의미에서 내 과거를
자꾸 설명해주고, 떠오르게하는 마력이 있었다.
'사람은 간직하고 싶은 추억을 뭉쳐 자신을 만든다.'
추억은
번들번들하게 닦고 닦아 매일 보는게 아니라,
먼지 쌓일 때까지 두었다가
현실에 지칠 때,
현실에 고독할 때,
현실에 잠깐 멈추고 싶을 때,
보고 싶었던 추억을 쓱쓱 소매로 닦아
끄집어 뭉쳐내어 본다.
그리고 그게 본인 자신이라 인식할 수 있는 토템이다.
응답 시리즈을 본 건 처음이다.
연속 드라마를 챙겨볼 정도로 부지런하지 않기도하고,
남들이 열광하는거에는 유독 시샘(?)을
느끼는 쪼잔함과 시니컬함 때문이었다.
매회,
난 최소 한 번에서 두 세번씩은 눈물을 흘렸다.
내 가족이 떠오르고(과거 추억 속의),
내 친구들이 떠오르고(과거 추억 속의),
내 사랑이 떠오르고(과거 추억 속의),
그냥 어려웠지만, 지금보다 더 행복했던거 같다라고
느끼는 내 과거의 추억들이 자꾸 애틋하고
물리적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라는 안타까움이
내 볼살 위로 눈물이 타게끔 만들었다.
또한,
응팔을 보면서 나오는 노래들을
나즈막히 따라부를 때면 벅차오름이 있었다.
(특히 이승환, 이문세, 변진섭 노래)
그 벅차오름은
가사 한마디, 음률 한소절에 붙어 딸려오는
추억의 풀뿌리들 때문이었다.
평상시에는 절대 떠올라지지 않았던
오래 전, 나의 소소한 추억들이
한장면에 삽입된 과거 노래로
삼투압 효과처럼 순식간에 쭈욱 뽑아져
기억나기 시작하는데,
그게 너무나 너무나
반갑고, 신기하고, 고맙더라.
아 그런일이 있었지...그런 감정이 있었었지....
그래 그 때 그랬었어...
돌아가서 다시 만나보고, 다시 만져볼 수 없는
그 추억들 이라서 울컥 했었다.
평소에는
역사적 추억만을 내 자신의 기둥으로 세워
나를 버텨주고 있지만,
결국, 나를 웃게했고 울게했던 인생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던 것은,
평상시에는 까맣게 잊고있던
내 소소한 일상의 추억들이 더 클 것이다.
그것을 끄집어 내 주어서 응팔에게 고마웠다.
눈물나게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