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맛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코드가 읽혔다.
그중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이 더 강하게 오버랩되었다.
영화의 본질을 나름대로 꿰뚫어 보니,
'키친'은 꽤나 잘 만들어진 영화다.
팔짱을 킨 채 뒤로 물러서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입을 삐죽이며
이 영화를 봤다면,
절대로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머리 빈 여자와
부인을 아는 동생에게 뺏길뻔한 바보 같은 남편,
그리고 친한 형의 여자를 은밀히 넘보는 배은망덕한 젊은 녀석.
이 세 명만 등장하는 영화가 절대 재밌거나,
감동적이거나 이쁘거나 할리 만무하다.
이 영화는 상징과 은유로 읽어 들여야지,
현실에 일대일로 대입하여 보면 울화통 터지는 내용이다.
그러나,
좀 더 영화 속에 얼굴을 담그고 눈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영화를 본다면,
본질을 내포하는 메시지들이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한다.
키친은 여자의 마음이다.
두 남자가 따로 들락날락 거리기도 하고,
같이 공존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이 서로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는
장소는 바로 키친이다.
여자 주인공의 마음속을 은유한 장소에서
그들 셋은 서로 사랑하기도 싸우기도 그리고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있다.
여자(신민아)의 내재적 소품인 양산을 통해 여자는
다른 사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려 한다.
오랜 사랑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적 심리가
양산에 숨겨져 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새로운 남자에게는
치명적인 유혹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남편(김태우)의 내재적 소품은 의외로 야구다.
던지고 때린다. 직선적이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홈베이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듯,
여자도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다른 남자(주지훈)의 내재적 소품은
일회용 카메라와 수술 자국이다.
상처가 있기에, 추억을 오래 담고 있지 않으려 한다.
한번 간직하고 버려버리는 일회용 카메라처럼 말이다.
감독이 이야기하려 했던 부분과 나의 해석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위와 같은 기분으로 보았고,
스스로 보는 내내 감동스럽고, 아름답고 이쁘게 보았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이제부터이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사람들이 느끼는 모든 것이 다르다.
이는 곧,
같은 삶을 살더라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기준과 의지에 따라,
각자의 삶의 가치와 긍지는 다르다는 말과 같다.
시궁창을 보았어도,
나는 그것이 찬란한 엘도라도를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느끼듯,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나의 기준에서, 또는 너의 기준에서
주어진 모든 것들에 대한 보는 눈,
느끼는 마음을 달리하여,
가치 있는 우리 삶을 살아가자.
봐봐 친구야. 아름답잖아, 우리 인생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