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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뢰렉신 Mar 22. 2016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감상문을 빙자한  짧은 습작 소설

바쁘고 지친 나날들 이었다.

숨 쉬는 공기조차 무겁고 텁텁했다.

아침은 어두웠고 저녁은 질척였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이 영화 꼭 봐봐 응?"  


그녀는 아침 일찍 비집고 들어와

한 영화를 꼭 보라 신신당부를 하며 권했다.

알았다건성으로 답을 했고,

나는 다시 빗발치는 일상의 상처를 견뎌내는데 몰입했다.

그런 시기였다.


며칠 후,


"그 영화 봤어? 어땠어?? 좋지??"


"아.. 아니 아직 못봤어.. 내일 쯤 꼭 볼께.."


이렇게 두 번 정도 확인을 계속해오는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결국 처음 얘기가 나왔던 시점보다

3주가 지나서야, 관객 10명도 채 안되는 심야에

이 영 보았다.


비가 온다.
영화 내내 비가 내린다.
여자는 떠날 채비를 하고,
남자는 차분하고 섬세하게 여자의 흔적을

어루만지고 지우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는 곧 떠난다.


여자는 그에게 떠남을 미안해하지만

남자는 그 어떤 분노와 아쉬움도 내비치지 않는다.

그런 남자를 보며 여자의 미안함은 곧 

서운함을 넘어 실망감에 작은 분노 마저 느낀다.



남자는 드러내지 않던 감정을

여자를 위한 마지막 요리를 만들며 썰고 있던

양파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보여준다.


주인 잃은 고양이가 집으로 들어와

작은 소동이 일어나는 것로 영화는 끝난다.

그리고

고양이를 향해 여자가 마지막 대사를 친다.


"괜찮아..다 괜찮아질꺼야.."



하루 동안의 이야기.
그리고
아무런 배경음악 없이

오직 빗소리와 생활 소음만 들려준다.


그래서
영화가 아니라 몰래 내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영화다.

또한..내 예전의 이야기를

누군가 영화로 만들어서 보여주는 거 같은 느낌?

여하튼 내게 이 영화를 꼭 보라했던

그녀의 의도를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헤어짐을 단 1퍼센트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에게 이별통보를 받은적이 있었다.

아침에 분명 사랑한다고 말하던 사람이

저녁에 헤어지자고 했던 적이 있었다.


내 몸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두 손 모아 이젠 제발 헤어져달라고

내가 너무나 사랑하던 그 눈에서 펑펑

눈물이 흐르는걸 본 적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랑해왔던 사람에게

이별을 전달 았던 그 순간을 나는 기억한다.
적어도 영화처럼 나이스한 모습으로

맞이하긴 힘들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연인을 믿어왔던 자기 자신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혼란 속에서 차분하게

절제된 행동을 보여주는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그랬었으니까.


이별에 덤덤한 사람은 없다.
사랑한만큼 삼켜야할 배려가

얼마나 큰 고통이었는지,
떠난 사람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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