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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뢰렉신 Mar 08. 2016

그냥 '아는 여자'

주변에 그냥 '아는 여자'에게 사랑에 빠진 적 있죠?

사랑


[명사]
1.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 마음의 상태.


2. 부모나 스승, 또는 신(神)이나 윗사람이 자식이나 제자,

    또는 인간이나 아랫사람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


3. 남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


4.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5. 열렬히 좋아하는 이성의 상대



1.

‘사랑이란 무엇일까?’


줄기차게, 영화는 묻는다.

사랑은 뭘까?? 사랑이 뭐지?? 사랑에 대해서 말해 봐봐..


“이름 물어보고, 그 이름 가진 여자 사랑하는 거고,

그다음에는 나이 물어보고,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물어보고….”


“어떤 사랑, 무슨 사랑 할 거 없이 사랑은…

  그냥 사랑 아닌가요??”


“사랑은.. 네가 가면 되는 거야,

기다리는 사랑한테 걸어가.

볼넷으로 걸어가든, 몸에 맞아 걸어가든”


라고 스쳐가듯 등장하는 조연들이

사랑의 정의를 나름대로 내려준다.


동치성(정재영)은 실연을 당하고,

3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죽는 마당에 사랑 타령보다는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은행에 가서 집을 담보로 1억을 대출을 받아버린다.

그래, 남은 3개월의 삶 동안 돈이나 맘껏 써보다 죽자.


촉망받던 고교 투수였지만,

프로에 와서는 찌질 한 실력의 2군 외야수다.

그러나,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마당에 1군에서 투수로

그를 불러주었다.

뭔가, 이 운명의 장난은??


그 남자를 혼자서 너무 오래 좋아해서,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까먹은(?) 여자


한이연(이나영)은 이제서야 등장을 한다.

(동치성의 초반 대책 없는 좌절 스토리가 어느 정도 설명되고 나서야.)


나에게 이 영화는 이나영의 재발견을 이끌어 내주었다.

이 전에 본 이나영은 그냥 그저 내 머리 속에 깊이 박혀있는 배우는 아니었다.

물론, ‘영어 완전정복’ 이란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나서, 참 덜 떨어진 연기 잘한다.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사랑스럽다든지, 예쁘다든지, 그런 느낌은 못 받았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이나영에 대하여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 중에 하나..

라는 편견(?)을 갖게 되었다.

허둥지둥 대는 동작이나, 말을 할 때 오른쪽 입술이

살짝 위로 들려서 말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럽다.


10년을 한 남자 주변에서 그에 대한 사랑을

착실히, 착실히 쌓아왔지만,

정작 남자는 그녀의 존재 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여자는 한 남자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처음에 왜 좋아졌는지 까먹었을 정도로

기나긴 10년이란 세월이었지만,

그녀의 사랑을 의심할 빈틈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어떤 여자'가 '아는 여자'로 바뀌고, 아는 여자가 내 인생에 '최고로 사랑하는 여자'가 되다.


2.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10년이다.

그녀가 정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그에게 알리고,

더불어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기다린 시간이 10년이다.


사랑이란, 그런가 보다. 자신의 존재와 사랑을 알리는데 수년, 수 십 년이 걸려도 꾸준한 마음을

키워갈 수 있는 믿음인 것이다.


누구든, 자신의 사랑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10년이 아니라 100년이라도,

그 사랑을 기다리고 또 기다릴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란 감정은, 근간이 없어지지 않는 한,

세월이 지나고, 기억에서 사라져가도,

어떠한 계기로 한 순간에 내 앞으로 불러와지면,

다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과실수로 성장할 수 있는 놀라운 생명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감성적 기억은 머리가 하는 게 아니라

가슴이 보관하기에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다고 해희미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세월의 먼지가 쌓여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언제라도 후~ 하고 먼지를 불어내고 닦아주면,

다시 반짝반짝 처음의 그 모습 그대로 윤기를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다.


둘이 영화까지 봤다면, 사귀는거 아닌가?


3.

“너 나 좋아하냐고?? 너 나 사랑하냐고??”


동치성은 술에 취해 야수같이 미친 듯이

무섭게 다그치듯 한이연에게 소리친다.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동치성의 그 질문에

한이연은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다.

그 질문은 사랑을 받는 사람의 거만한 만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의 약자인 한이연은,

야수와 같이 비틀거리며 우뚝 서있는 동치성 앞으로 조심스레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이듯 대답을 해준다.


‘사랑해요’ 라고…


이 부분에서, 머리가 쭈뼛이 서는 감동을 느꼈다.

그녀는 정말 그를 사랑하고 있구나.

사랑의 용기란 것은 참으로 이런 상황에서도

소신을 갖게 해주는구나.


동치성은 이성을 잃었지만,

그녀의 이 속삭임에 굳게 닫혀있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만다.

머리 속이 복잡하다. 하염없이 길을 걷는다.

그리곤 뭔가를 깨닫고 그녀에게 달려간다.


결국 영화는 늘 그렇듯이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엔딩은 너무나 재밌다.

그리고 너무나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는 동안에도

내 입가에서는 웃음이 떠나가질 않았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리고 서로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뻔한걸 알면서도 자잘한 반전들이 행복한 결말로 가는 조각 맞춤처럼 표현이 되어, 이 영화를 반짝이게 해주었다.


그의 방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조차 좋아하게 된다


4.

사랑은 열병이다.

고열로 머리가 아닌 가슴이 펄펄 끓는다.

아프고, 아프고 또 아프다.

이러다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고,

혹은 다양한 약(?)으로 그 열이 식어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그 당시는 살 것 같지만,

또다시 열병이 찾아오기를 바라고,

또다시 그 아픔을 겪기를 바란다.


인간은,

사랑이란 마음의 병이 없으면,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의미하고 건조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금 ‘사랑’을 앓고 있는가 아닌가는 지금 내 인생이 행복한가, 우울한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순 지표가 될 수도 있다.


사랑,,

그 사랑이


서로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이건,

바라만 보는 사랑이건,

위험한 사랑이건,

고귀한 존경심이건,

평등한 믿음이건,


그 자체를 지금 현재 갖고 있고,

앓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이다.


걸어도 걸어도 또 걸어도 좋다. 옆에서 걷고 있다라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렇다 해도 사랑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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