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시 만나기를 바라면서.
결국,
이렇게 끝나는 건가요?
아침 전화에 사랑한다 했던 말은 요?
저 외에 다른 사람과,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작은 향기 양초를 사러 간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일이라면서요?
그러면서,
그러면서 어떻게,
그동안 저에게 달콤하게 속삭였던,
그 작은 입술로.
아주 차분히,
"헤어져"
라고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지요??
제가 이 상황을,
제가 이 기분을,
제가 이 대화를,
견뎌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나요?
그렇게 저를 잘 아신다면서,
제가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쉽게 단정 지으셨나요?
서운하네요.
너무나 서운하네요.
헤어지자는 말보다는,
당신은 제가 이 상황을
견뎌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아시면서,
머리 속으로 이 상황을
미리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예행연습을
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서운합니다.
그리고 너무나 슬픕니다.
그래요.
잘 가세요.
대신,
밖에 비가 오니
집에 가는 길 조심해서 가세요.
제가 오늘은 당신이
집에 잘 들어갔는지,
안부 전화를 못 드릴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인생은 언제나 회자정리 패턴의 연속입니다.
아직..
못다 한 내 열정과 노력과
보여주고 싶은 많은 이야기와 웃음들..
그리고
갚아야 할 것 들이 너무나 많은데,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
내게 이별을 불쑥 꺼내 놓곤 합니다.
차마 붙잡지 못하는 것은,
결정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의미로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많이 아쉽네요..
내 의지의 동력이
좀 더 팽팽했었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자책감이 많이 듭니다.
몇 년 전과 똑같이 다시 반복된 이별이라
통보받는 순간에는,
그동안 두꺼워진 마음이
상처를 많이 보호해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이별의 여운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더 파고들어와
아픔은 몇 년 전처럼 여전히 깊게 차오르네요.
그러나 분명,
다시 만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때는,
어제 함께한 사람처럼,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으며,
지금을 회상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