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리셋 Aug 26. 2024

먼저 된 자, 나중 된 자, 결국 다 같은 자리

수영을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되어간다. 고등학교 때 잠깐 했던 수영을 성인이 되어 다시 시작한 것이다. 처음 수영장에 등록할 때, 자신 있게 최상급 반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강도 높게 훈련하면 하루라도 빨리 몸이 변하고 살도 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강사님이 실력을 보고 결정하자고 해서, 일단 그렇게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운동을 시작한 첫날부터 실력 차이가 느껴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새벽반에 사람이 적어서 나를 그냥 받아준 것 같기도 하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게 참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상급 반의 형님들과 누님들은 오랜 시간 수영을 해온 베테랑들이었다. 그들의 속도와 운동량을 따라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더 열심히 연습했다.


영상으로 기술을 익히고,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수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력이 늘었고, 대회에 나갈 정도로 성장했다. 결국 최상급 반에서도 앞자리에 설 수 있었다.


수영장에서는 실력에 따라 순서가 정해진다. 가장 빠른 사람이 맨 앞에 서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뒤를 따른다. 어느새 나도 선두에 서게 되었고, 그만큼 큰 성취감을 느꼈다. 하지만 어깨에 문제가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통증 때문에 맨 뒤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

통증을 피하려면 천천히 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상황이 많이 속상했을 것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어깨 통증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을 테니까. 그때라면 아마 아픔을 숨기고 무리해서라도 계속 수영을 이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이제는 무리하기보다 천천히, 내가 좋아하는 수영을 오래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목표도 ‘누군가보다 잘하는 것’에서 ‘즐겁게 오래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몸이 아프지 않고 꾸준히 운동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수영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앞서가는 데서 만족감을 느꼈다. 하지만 어깨 통증으로 맨 뒤로 물러나면서 깨달았다. 인생은 언제든 예기치 못한 일로 상황이 바뀔 수 있는 거구나. 그게 바로 인생이구나.


어제 아침 교회에 가는 길에, 아들과 차 안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라는 주제로 글을 쓸 건데, 혹시 그게 무슨 뜻인지 아니?"라고 물어보니 아들이 갑자기 "어, 알지. 아빠,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오면 빨리 가려고 먼저 타려고 하잖아. 그런데 내릴 때는 맨 먼저 탄 사람이 마지막에 내리잖아. 그 말이잖아, 나 그거 알아."라고 대답했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이 단순한 말이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인생이 정말 그렇지 않은가. 남들보다 빨리 가려고 애쓰지만, 그 욕심 때문에 오히려 뒤로 밀려나는 순간이 찾아온다. 아들의 말은 인생을 설명하는 완벽한 비유였다.


순간, 운전대를 잡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더 빨리 가려고 차선을 바꾸며 앞서 나가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경험들이 떠올랐다. 오히려 그렇게 서두르다 보니 더 늦게 도착할 때도 있었다.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되는' 순간은 인생에서 수없이 찾아온다. 그러니 욕심을 부리고 서두르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현재를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힘을 빼고 천천히, 즐기며 재밌게 가는 것이 오히려 더 멀리 갈 수 있는 길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헤드헌터의 글에서도 비슷한 교훈을 얻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임원 같은 높은 자리에 오르기를 꿈꾸지만, 그 자리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자리까지 가는 길도 실력만으로는 어렵다.


운이 따라줘야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요소들이 성공을 결정짓기도 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오랜 시간 노력해 성공한 사람들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치킨집 사장이 되었든, 순댓국집 사장이 되었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모두 비슷한 자리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지금은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비슷한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결승점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얼마나 즐기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지에 달려있다.


남들보다 앞서가려고 스트레스받지 말자. 더 빨리 무언가를 얻으려 조급해하지도 말자. 각자의 속도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의 여정은 결국 각자만의 방식으로 완성된다.


그러니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 진정한 행복과 성공은 아마도 이렇게 꾸준히, 조급함 없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