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은 자유수영을 하는 날이다. 보통 강습에 나오지 않지만, 주말에 자유수영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그중에는 수영 경력이 20년이 넘는 박 사장님이 계신다. 박 사장님은 젊은 시절 동호인 활동을 활발히 하셨고, 아마추어 수영 대회에도 자주 나가시며 수영을 오랫동안 꾸준히 해오신 분이다. 오늘도 수영장에서 박 사장님을 만나 인사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나의 어깨 상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박 사장님은 항상 나의 어깨를 걱정하시면서 수영 자세에 대해 조언해 주시는데, 솔직히 나는 그 말이 잘 와닿지 않았다. 내심 수영 실력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고, 자세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사장님은 계속해서 내가 어깨를 제대로 밀지 못해 통증이 생긴다고 말씀하셨다.
몇 번이고 '알겠습니다'라고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오늘, 박 사장님은 마음을 굳게 먹으신 듯 다른 사람들의 자세까지 하나하나 분석해 가며 차이를 설명해 주셨다. 놀랍게도 박 사장님의 설명을 듣고, 다른 사람들의 수영 자세를 보니 그 차이가 명확하게 눈에 들어왔다. 박 사장님이 말씀하신 '어깨를 제대로 밀어주지 못하는 동작'과 실제로 어깨를 충분히 사용하는 동작의 차이가 분명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곧바로 박 사장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자세를 수정해 보았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어깨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물을 헤치며 나아가는 감각이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그전에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나는 그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천천히 몇 번 더 자세를 반복해 보았다. 매번 할 때마다 어깨에 걸리는 힘이 덜해졌고, 물살을 타는 느낌은 더욱 명확해졌다. 박 사장님은 이후에도 계속 내 자세를 잡아주시며 코칭을 해주셨다. 그 덕분에 나는 마치 수영 실력이 한 단계 더 성장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운동을 다 마친 후, 머리를 말리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너무 나만의 방식에 고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특히 나이가 들수록 자신만의 방식을 더 고집하게 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나는 그동안 내 방식이 옳다고 믿었고, 다른 사람들이 조언을 해주면 마음속으로는 불편해하며, 오히려 그들을 무시했던 건 아닌가 싶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단순히 수영 자세만 고친 것이 아니라, 삶의 자세 역시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이제 일한 지 10년이 넘었고, 그동안 많은 경험과 성과를 쌓아왔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나의 일에 대해 개선점을 제시하거나 피드백을 주면 종종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 그들의 피드백이 나에 대한 공격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수영장에서 박 사장님의 조언을 듣고 나서, 그런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제대로 귀담아듣지 않고, 오히려 내가 옳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이 들었다. 직장에서 누군가 나에게 조언할 때마다 내 방식만 고집하며, 다른 사람들의 시각에서 나의 문제를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이 깨달음은 나의 과거 경험으로도 이어졌다. 고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드럼을 치던 때가 떠올랐다. 나는 4-5년 동안 드럼을 연주했는데, 그때도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악기 연주는 조화다." 피아노, 드럼, 베이스, 기타, 보컬 등 각 악기가 자신만의 역할을 하면서도 전체적인 사운드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나는 내 연주에만 몰두하느라 다른 악기들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곤 했다. 나는 내가 잘 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내 연주가 전체 음악의 조화를 깨트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내 연주에만 집중한 탓에, 남들이 듣는 관점에서 내 소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했던 것이다. 고집스럽게 내 방식만 고수하면서 음악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시각이다. 내가 아무리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다른 사람들이 불협화음을 느낀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음악이든, 일이든, 혹은 인간관계에서든 외부의 시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 박 사장님의 조언은 수영뿐만 아니라, 내 일상과 직장, 그리고 인간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물론 자세를 바꾸는 것은 한 번에 되지 않는다. 수영이든 삶이든, 그 문제를 인식하고 조금씩 고쳐나가다 보면 결국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또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내가 바뀌어야 할 부분을 고쳐나간다면, 나는 더 유연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간다면, 더 멋진 자세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