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엄마의 사소한 부탁에 그저 좋게 말하면 될 것을 괜히 심란하게 하는 말을 해버린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땐 순간적인 감정에 휘말려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후회가 밀려온다. 좀 더 차분하게, 따뜻하게 말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 순간엔 왜 그렇게 마음이 답답했는지, 내 마음을 알아달라는 듯 괜히 엄마에게 짜증을 부렸다. 엄마의 잘못도 아닌데, 내가 조금만 더 배려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비슷한 일이 얼마 전 교회에서도 있었다. 우리 교회에는 어린아이들을 정말 예뻐하는 청년부 친구가 있다. 아이가 너무 예뻐서 결혼하고 싶다는 말에, 나는 그 친구와 그렇게 가깝지 않은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하면 너무 좋지. 빨리할수록 좋다며 빨리하라"며 쉽게 말을 던졌다.
그 친구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줄 알고 별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는 20대 중반의 아직 어린 학생이었다. 결혼은 아직 먼 이야기일 텐데, 내가 너무 생각 없이 말했나 싶어 마음이 불편했다. 순간 친구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괜히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오빠는 가벼운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말에 그저 생각 없이 재미를 위해 말을 뱉은 것을 후회했다. 말을 하기 전 한 번만 더 생각했다면, 분명 그런 후회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예전엔 말이 많고 유머도 넘쳤던 사람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면 항상 웃음을 주고, 분위기를 밝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건, 말을 많이 할수록 실수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재미있게 하려고 한 말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거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말을 적게 해도 실수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말을 아끼려고 하다 보니, 말 한마디 한마디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 그로 인해 더 큰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다. 말을 적게 하면 무심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 다가가기 어렵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때로는 뭔가 숨기거나,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말이 많든 적든, 실수를 피하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살다 보니, 말의 무게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말이 단순한 소리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이제는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던진 한 마디가 상대방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그 말이 그 사람의 하루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 더 신중하게 말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성경에서도 "속히 듣고 더디 말하며"라는 가르침이 있다. 그만큼 말을 아끼는 것이 지혜라고 한다. 그 말이 다시 내게 깊이 와닿는다. 살아가면서 너무 쉽게 말을 내뱉고, 그로 인해 벌어진 상처를 치유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내가 던진 말이 상대방의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미리 생각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 말을 아끼고, 더 신중하게 행동하려고 한다. 물론, 때로는 내가 무뚝뚝하거나 차갑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을 덜 해서 가끔 오해를 받더라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말을 줄여서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게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실, 말을 적게 해도 사람은 충분히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때로는 그게 더 큰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내가 하는 말의 무게를 더 깊이 생각하고, 한 마디 한 마디에 더 신중하려고 다짐하는 중이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잘 나간다고 해도, 가장 소중한 사람들 엄마, 가족, 친구, 동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한다면 그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는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를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해 보려 한다. ’이 말이 정말 필요한 말일까? 이 말이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혹시라도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은 아닐까?’ 이렇게 한 번 더 고민하고 나서야 말을 하기로 했다. 특히 가벼운 농담이나 불필요한 말을 하려 할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말들이 때론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상대방에게 불편함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그런 말이 나오려 할 때면, 잠시 멈추고 이빨을 꽉 물고 입을 닫으려 한다. 그렇게 한 번씩이라도 더 나오는 말을 참아내야 후회할 일이 줄어들 것이고, 상대방에게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결국, 적어도 상처는 주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은 때로는 칼보다 더 날카로울 수 있지만, 따뜻한 한 마디가 그 어떤 것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