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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리셋 Sep 03. 2024

달라졌다는 착각

인간은 깨달음을 통해 성장한다고 믿는다. 나 역시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유튜브에서 지혜를 얻으며 "이제는 달라졌어"라고 확신한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열기는 식어갔고, 결국 나는 다시 원래의 습관과 사고방식으로 돌아갔다. 깨달음을 얻고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나를 보며, ‘정말 내가 변한 걸까?’라는 의문이 마음 깊은 곳에서 생겨났다.


사람들은 자신이 남들보다 낫다고 느낀다. 나도 대학에 입학하거나, 취업에 성공하거나, 이직을 통해 더 좋은 기회를 잡았을 때, 내가 성장했고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느꼈다. "이제는 내가 달라졌어"라고 다짐하며 새로운 시작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되는 문제들이 다시 찾아왔다. 새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새로운 환경에서의 도전들이 나를 덮쳤다. 결국 나는 원래의 나로 돌아갔다. 변화는 희미해지고, 나는 다시 익숙한 패턴 속에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스스로 내가 변했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결혼을 했을 때, 아들을 낳았을 때, 이직을 했을 때, 집을 샀을 때, 투자에 성공했을 때, 진급했을 때, 해외 출장을 다녔을 때, 연봉이 올랐을 때, 차를 바꿨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의 삶이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믿었다. 책을 읽고 깨달음을 얻었을 때도,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이 변했을 때도, 심지어 책을 썼을 때조차 나는 진정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바뀌었다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바뀐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여전히 이전과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욕망을 쫓으며, 같은 불안 속에 살아간다. 외적인 변화는 분명히 있다. 더 나은 직장, 가족, 재정적 안정도 그렇다. 하지만 그런 변화가 나를 본질적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나는 변화를 원했지만, 그 변화는 내 내면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10대 때도 그랬고, 20대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싸움은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돈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책임과 불안이 따라온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 직접 나와 유튜브에서 그들의 삶을 이야기해 준다. 그들 또한 행복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만, 그만큼 더 큰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감당해야 한다. 돈이 많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더 나은 것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존재다. 돈이 많다고 해서 그 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돈이 많든 적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불안과 부담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목표를 이루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10대에는 대학 입학이, 20대에는 취업이, 30대에는 결혼과 집 마련이 인생의 완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목표를 달성한 후 나는 또 다른 문제들과 마주하게 된다. 결혼 후에는 자녀 양육의 부담과 부모님에 대한 책임, 대출의 압박이 찾아오고, 직장에서는 승진을 위한 경쟁이 시작된다. 이 고민들은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것이 나타난다. 목표를 달성해도 그 순간의 만족은 오래가지 않는다. 곧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다시 달려간다. 결국, 삶은 끊임없는 고민과 갈등의 연속이다. 목표를 이루는 순간은 잠시 기뻐할 수 있지만, 그 기쁨은 금세 사라진다. 나는 또 다른 고민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목표가 있어야 삶이 의미 있다고 느끼면서도, 목표를 이루는 순간 다시 다른 목표를 찾아 나선다. 끝없는 갈망과 고민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한계임을 깨닫게 된다.


나는 인터넷, 유튜브, 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고, 내 삶이 변했다고 느낀다. 처음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보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변화는 희미해지고, 결국 나는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간다.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찾아 배우고, 성장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주 나 자신을 잃어버린다. 자극이 강할수록 나는 그것에 매료되어 본래의 나를 잊게 된다. 하지만 그 자극이 사라지면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가고, 변화의 흔적은 사라진다.


완전히 바뀔 수 없는 나를 인정하고, 깨달음을 교만함으로 삼지 말고, 언제나 겸허하고 겸손하게 살아가자. 깨달음을 얻었더라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나 자신을 받아들이자. 결국,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목표를 세우며 스스로를 변화시키려 애쓰지만, 그런 것들로는 나의 본질을 바꾸지 못한다. 한 번 무너졌다고 해서 더 무너지게 놔두지 말자. 무너지고 쓰러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이다. 나를 일으켜 세우자. 다시 일어서자.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며 작은 것에 감사하는 삶을 살자. 남들과 비교하며 끝없는 갈망 속에 빠지는 삶이 아닌,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작은 것에 감사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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