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 같다. 지난주는 휴가였고, 그 전주는 외부 미팅이 많아서 사무실에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아침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익숙하면서도 낯선 기분이 들었다. 동료들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소외감이 밀려왔다. 그동안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동료들은 각자 맡은 프로젝트에 몰두하며 많은 진전을 이룬 듯했다.
특히 한 동료가 리더십 트레이닝을 위해 출장을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잠시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로 이런 기회를 얻은 것일 텐데,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무실로 돌아왔지만, 그동안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최근 내 프로젝트들이 하나같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그런데 다른 동료들은 그런 걱정이 없어 보이니, 나만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무실에 있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이런 마음을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나 자신에게 조용히 위로의 말을 건넸다. "넌 잘하고 있어. 정말 잘하고 있어."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답답한 마음에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프로젝트들이 지연되고 취소되었고, 나만 뒤처지는 기분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사무실에서 느낀 소외감에 대해 얘기하자, 누나는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지난주 교회에서 대표 기도를 맡았던 이야기도 꺼냈다.
사실 대표 기도를 맡았을 때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막상 기도를 시작하니 너무 떨려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긴장한 탓에 실수도 했고, 그 부끄러움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었다. 아내마저도 내 기도 시간이 빨리 끝나길 바랐다고 하니 더 민망했다. 이 이야기를 털어놓자, 누나는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 그냥 마음을 다해. 그게 더 중요해."
순간 누나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회사에서도, 교회에서도 잘하려고만 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마음과 진심을 잊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그 순간, 잘하려고 애쓰면서도 정말 마음을 다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형식적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중요한 건 잘하는 것보다 진심을 담는 것이었다.
그동안의 불안과 초조함은 결국 남들과의 비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누나의 말처럼, 너무 잘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마음을 다하고 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회사에서 느꼈던 소외감, 출장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부러움, 기도할 때의 떨림도 결국 나 스스로를 남들과 비교하며 부족하다고 여긴 결과였다. 하지만 내가 남의 인생을 대신 살 수 없듯, 남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결국 내가 살아내야 할 건 내 인생뿐이다.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 마음을 다해 내 인생을 살아내자. 지금의 나를 믿고,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 내가 걷는 길을 소중히 여기자.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