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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리셋 Sep 01. 2024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노력

매주 팀 미팅을 하고,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한 달간의 진행한 업무를 공유하는 먼슬리 미팅이 있다. 이 미팅은 단순히 평소에 했던 일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업계 동향, 그리고 잠재 고객의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공유하는 중요한 자리다. 여기서 지난 한 달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가 시스템 보드에 숫자로 드러난다. 여러 활동들, 그리고 노력들이 모두 중요한 요소이지만, 결국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숫자다. 아무리 많은 활동과 실행을 하더라도 그 결과가 숫자로 드러나지 않으면, 회사와 상사는 아무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번 달 활동들을 보고하기 위해 자료들을 미리 정리하고 최종 내용을 업로드하기 위해 시스템에 들어갔다. 그런데 시스템에 들어갔을 때, 텅 빈 페이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얼마나 의미 있는 활동을 하지 않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부끄럽고, 창피하고, 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좀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번 한 달 간도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지냈는데, 이런 결과를 보니 힘이 빠졌다. 그래서 나는 지난달에 무엇을 했는지 곰곰이 되돌아보았다.


사실 나는 평소에 해야 할 일들을 루틴처럼 꾸준히 해왔다. 신규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전화를 돌리고, 외부 커뮤니티 행사에 참여하며, 새로운 고객을 만나 제안을 했다. 또한, 회사 블로그도 운영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보고할 만한 프로젝트 가능성이 당장 있어 보이는 안건들은 많지 않았다. 얼마 전 기대했던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투자 상황이 좋지 않아 지연되거나 캔슬되었다. 신규 고객 미팅도 첫 미팅 이후로 다음 단계로 넘어간 프로젝트가 없었다. 시스템이 매력적이지 않았던 건지, 내가 세일즈를 잘하지 못했던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성실히 해왔다. 그럼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나에게 큰 좌절감을 주었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노력해도 움직이지 않는 시장 상황을 보면서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몇 만 원에서 몇 십만 원짜리라면 내 돈을 써서라도 숫자를 만들고 싶지만, 내가 파는 시스템이라는 건 그렇지 않다. 수십억에서 수백억까지 가는 프로젝트들을 발견하기 쉽지 않고, 그만큼 투자 여력을 갖춘 곳을 찾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부끄럽고 한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느냐에 달려 있다. 인생에는 다양한 길이 있고, 고난과 좌절의 순간도 언제든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세계 복싱 챔피언도 경기에서 맞을 때는 맞고, 피할 때는 피하며, 때릴 때는 때린다.


내 인생도 결국 그런 과정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항상 좋은 길, 편한 길만을 걸을 수 있을까? 회사에서 내가 겪는 고통과 아픔, 그리고 절망도 어쩌면 누군가는 반드시 겪어야 할 몫일 수 있다. 그 몫이 내게 주어진 것이라면, 내가 그 역할을 맡은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팅을 앞두고 '이제 어떡하지?'라는 고민과 압박감이 몰려왔다. 미팅에서 내 순서가 되었을 때, 준비한 내용들을 발표하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초라하게 보이는 나의 대시보드를 보며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내가 했던 활동들, 그리고 전략들은 이렇다. 그러나 생각만큼 성과가 좋지 않다. 업계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서 이번 달은 보고할 것이 많지 않다. 그리고 다음 달도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더 어려워질 것 같다. 시장 상황이 안 좋다." 그렇게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말했다. 자존심도 상하고, 자존감도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핑계를 대는 것 같아 더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상황을 보고하고 미팅을 마쳤다.


미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년에는 전시회 참가를 아예 포기할 생각이었지만, 우리가 한 번도 나가보지 않은 전시회에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로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 순간, 우울하고 낙심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며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보였다. 새로운 힘이 생겼다. '다시 해보자.' 어려운 상황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다시 즐겁게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문득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책이 떠올랐다. “10개 중 8개를 해내다가도, 나머지 2개가 보이지 않아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기억났다. 하지만 그 책에서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생각하고 시도하다 보면, 결국 하나씩 해결책이 떠오르고,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과정은 하루가 걸릴 수도 있고, 다음 달이 될 수도 있으며, 심지어 그다음 해에야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 그 끝에는 반드시 결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 말이 머릿속을 스치자 새로운 힘이 생겨났다. ‘그래, 다시 해보는 거야.’ 대부분이 힘들어서 포기하지만, 나는 또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자. 그러면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할 거야. 그래, 재미있게 해보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결국 길은 보일 거야!

이런 생각이 들자, 모든 것이 조금 더 명확해졌다. 도전은 끝나지 않았고, 나는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다.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내가 가야 할 길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더 이상 두려움이나 불안감에 얽매이지 않고, 주어진 길을 걸어 나가자. 중요한 것은 끝까지 해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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