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마침내 두 번째 책 계약을 마쳤다. 첫 번째 책이 세상에 나올 때만 해도, 두 번째 책을 쓸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단지 매일 조금씩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막연하게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미한 희망이 생겼다. 처음엔 하루하루 글을 쓰는 일이 너무 버거웠다. 매일 글을 쓰는 게 정말 가능할까? 하루 이틀 하다 포기하지는 않을까? 이런 의심이 계속 나를 괴롭혔다.
그런데도 나는 매일 자기 전에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처음엔 몇 줄 쓰는 것도 버거웠지만, 조금씩 적다 보니 글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 글들이 쌓일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매일 쓰는 습관이 나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하루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지?', '무슨 생각을 했었지?' 이런 식으로 그날그날의 감정을 기록했다. 그런데 그런 글들이 어느새 주제와 연결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책의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쌓여가는 글이 결국 두 번째 책의 초고가 되었다. 나도 모르게 글쓰기가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고, 매일의 글이 나에게 다시 살아가는 힘이 되었다. 글이 쌓일수록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더 확신이 생겼고, 마침내 그 글들이 두 번째 책으로 이어진 것이다.
처음 40일 동안 나는 매일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기록했다. 어떤 날은 몸이 너무 지쳐있어서 그냥 쓰지 않고 잠들고 싶은 유혹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저녁 시간에 알람을 3~4개씩 맞춰놓았다. 그렇게 묵묵히 하루하루 글을 써 내려갔다. 40일쯤 지나자, 어느새 내가 쓴 글들이 쌓여있었다. 그때쯤 나는 한 번 멈춰서 내가 적은 글들을 분류해 보기 시작했다.
이 글들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주제로 묶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글들을 하나씩 다시 읽어보고 분류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글들이 주제별로 정리되었고, 그로 인해 책의 목차와 컨셉이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모든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진행되었다. 처음엔 단순히 하루를 기록하는 일이었는데, 그것이 하나의 주제가 되고, 결국 책이 될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리고 마침내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기 시작했다. 큰 출판사부터 내가 평소 좋아하던 출판사, 최근 출간된 책들이 인상 깊었던 출판사들까지, 가능한 많은 곳에 메일을 보냈다. 며칠 동안 답변을 기다리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냈다. 한 군데라도 연락이 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시간이 지나도 쉽게 답이 오지 않으니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두 군데 출판사에서 긍정적인 출간 제안을 받았다. 그 순간 마음속에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도,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어느 출판사와 함께 할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연락이 없을 때는 어디든 한 군데만 연락이 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두 곳에서 제안이 오니 선택이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첫 번째 책을 함께 작업했던 출판사와 다시 계약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곳에서의 경험이 좋았고, 신뢰가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첫 번째 책에서 쌓은 인연을 지속하고 싶었다. 결국, 내가 매일 쓴 글들이 또 한 권의 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단순히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데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결실을 맺게 된 것이 나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물론 두 번째 책 계약을 하고 나서도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 너무 빨리 내는 게 아닐까? 지금까지 쓴 글들이 과연 괜찮을까?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과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줬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썼던 글들, 그 자체가 나에게는 큰 의미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사실,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직장 생활에, 집안일, 육아 그리고 잦은 지방 출장이 많은 나에게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이었다. 매일 3시간 넘게 운전을 하고 돌아오면, 체력적으로 너무 지쳐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한 편씩 글을 써왔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성취감이었다. 피곤해서 눈이 감길 것 같은 날도 많았지만, 글을 쓰는 시간이 나에게는 묘한 위로와 기쁨을 주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하루 종일 '오늘은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는 날도 있었고, 때로는 자다가 문득 글감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글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글쓰기는 나에게 하나의 습관이 되어 있었다. 글을 쓰는 일이 점점 더 즐거워졌다. 가끔씩은 나도 모르게 흥미로운 주제가 떠오르기도 했다. 글쓰기가 나에게는 약간 중독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물론 여전히 부담스럽고 힘든 순간도 있지만, 글을 쓰는 시간이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내 삶을 더 집중하게 해준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고,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매일 글을 쓰면서,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조금씩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를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랑을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다. 내가 글을 쓰며 느꼈던 감정들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두 번째 책 계약을 하면서, 나는 다시 한번 글을 쓰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책도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부족하고 어설픈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을 감수하기로 했다. 내가 담은 진심이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그들의 삶에 힘을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누군가의 삶에도 작게나마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