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서 일주일 내내 행사를 치르고 나니 몸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하루만 푹 자고 나면 다시 힘이 났을 텐데, 이젠 피로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나이가 들었나 보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실감한다. 출간 작업도 마무리되지 않았고, 업무는 계속 쌓여만 간다. 게다가 와이프도 회사 일로 바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안일까지 내 몫이 되었다.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는데,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다 보니 뭔가 제대로 마무리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삶이란 원래 이렇게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애쓰는 과정이 아닐까. 일이 많고 몸이 피곤해도 멈추지 않고 그 속에서 조금씩이라도 해나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거 아닌가 싶다.
가장 힘들 때일수록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잘 해내지 못해도 괜찮다고. 해야 할 일들은 끝없이 쌓여가는데, 정작 그걸 다 해내지 못할 때면 한없이 무력해진다.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하루하루 간신히 해내고 있지만, 이게 과연 맞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그만두고 싶은 순간들이 쌓여갈수록, 버티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런 순간에도, 문득 생각해 본다. 이 힘들고 지치는 과정이야말로 내가 꼭 겪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고. 넘어져 아파하는 나를 보며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도, 다시 일어나 나아가려 애쓰는 것도 결국 내 삶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인다.
조금씩 해내고 있는 이 순간들이 결국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버겁더라도 끝내야만 하는 이 과정이 나를 성장시키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될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내가 나름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모든 게 완벽하지 않아도, 그 불완전함 속에서 나는 여전히 나아가고 있으니까.
그래, 다 해내지 못해도 괜찮다. 어쩌면 지금 내 속도대로 가는 게 가장 적당한 걸지도 모른다.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그 시간을 주는 게 내가 나아지는 과정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때로는 조금 천천히 가는 것도 괜찮다는 걸 스스로에게 자주 상기시켜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