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대전에서 전시회에 참가 중이다. 평소 익숙했던 루틴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지내다 보니 마음이 조금 불안하다. 운동도 하고 글도 쓰며 지켜오던 루틴이 깨지니,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어렵다. 내가 만들어온 생활의 균형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얼마 전부터 공을 들여 준비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CEO도 도입을 서두르고 싶다며 10월에 발주를 계획했다. 나와 파트너사들 모두 이번 계약이 올해 마지막 수주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본사에 지원 요청도 하고 특가 지원도 받았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다. 그런데 어제, 최종 결정자인 회장님께서 “지금은 시기상 좋지 않다. 신규 센터로 이전한 후 다시 검토하자”라는 결론을 내리셨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여기까지 왔는데,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차분해지려 노력했지만, 스트레스가 쌓였는지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을 먹게 되었다. 빵을 먹고, 배가 부른 상태에서 치킨까지 시켜 먹었다. 배가 부르면 기분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속이 불편해지고 기분도 더 나빠졌다.
사실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먹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일부러 더 먹은 듯했다. “이럴 땐 먹어도 돼, 먹어야 돼”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로하려 했던 것 같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기분이 좋든 나쁘든, 그걸 핑계로 몸을 더 힘들게 만드는 행동을 한다는 걸. 기쁜 일이 있을 때는 “오늘만큼은 괜찮아”라며 과식하거나 과음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나를 위로해야 해”라며 또 몸을 혹사한다. 그 순간엔 괜찮을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몸은 점점 더 지쳐간다.
몸은 우리가 원할 때마다 늘 최선을 다해준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몸은 우리의 요구에 맞춰 움직여 준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몸을 잘 돌보지 않는다. 기쁠 때는 더 즐기려고, 힘들 때는 위로받으려고 몸을 더 지치게 만든다.
그럴 때일수록 몸을 쉬게 해줘야 한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는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며 몸을 쉬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축하다. 힘든 일이 있을 때도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체력이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 진정한 위로다. 몸이 충분히 쉬어야 마음도 함께 회복될 수 있다.
이제는 축하할 일이 있을 때도,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도 더 이상 몸을 혹사시키지 않으려 한다. 그런 순간일수록 몸을 먼저 회복하게 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회복되어야 진정한 기쁨도, 위로도 느낄 수 있고, 다시 더 나아갈 힘이 생긴다.
결국, 몸을 아끼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몸이 편해야 마음도 편해지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우리 몸은 늘 나를 위해 애쓰고 있다. 그 몸을 더 아끼고 돌보는 게 진짜 나를 사랑하는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