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불안하다. 익숙한 곳에서 벗어난다는 건 두렵다. 우리는 늘 안정감을 추구하지만, 역설적으로 삶의 본질은 끊임없는 변화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이야말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벽이 될 수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모든 것이 바뀌고, 나 역시 변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변화를 거부하면 오히려 더 큰 혼란에 휘말린다.
회사에서도 변화는 피할 수 없다. 매년 조직 개편이 이루어진다. 어제까지 친근했던 팀장이 다른 부서로 떠나고, 새로운 팀장이 들어온다. 익숙했던 업무가 바뀌고, 때로는 내가 좋아하던 프로젝트를 다른 동료가 맡게 된다. 불편하고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런 변화들이 결국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었음을 알게 된다. 새로운 상사가 새로운 관점을 가져오고, 내가 맡지 못한 프로젝트는 동료에게 더 적합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과정은 내가 몰랐던 가능성을 열어주는 과정이다.
가정에서도 변화는 끊임없이 찾아온다. 아이가 한 살, 한 살 자랄 때마다 새로운 변화가 찾아온다. 처음에는 단순히 먹이고, 재우고, 돌보는 일에 집중했다면, 아이가 크면서 점점 더 많은 것이 달라진다. 등원 시간이 바뀌고, 해야 할 공부도 늘어나고, 아이가 사귀는 친구도 바뀐다. 부모로서 나도 거기에 맞춰 생각과 행동을 바꿔야 한다. 문제는 끝없이 생긴다. 어떤 문제는 해결되고, 또 다른 문제가 찾아온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런 변화들이야말로 인생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 매일 똑같은 일만 반복된다면 삶이 얼마나 지루할까?
운동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필드나 연습에 많은 시간을 쏟지는 않지만 골프를 좋아한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게임 같다. 공을 치고, 홀에 넣으면 끝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변수가 숨어 있다. 날씨, 바람의 세기와 방향, 손목의 각도, 스윙의 타이밍, 심지어 내가 그날 먹은 아침의 영향까지 모든 게 결과에 반영된다. 오늘은 드라이버 샷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데, 내일은 똑같이 쳤다고 생각해도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처음엔 이 변덕스러움에 짜증 나고 스트레스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골프의 매력이 바로 그 '예측 불가능함'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모든 걸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오히려 편안해졌다.
삶도 그렇다. 어떤 날은 모든 게 잘 풀리는 것 같다가도, 다음 날은 시작부터 엉망인 날도 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들이 겹치면서 계획이 틀어지고, 실수도 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겪으며 우리는 조금씩 성장한다. 어제와 같은 내가 아니라, 조금 더 나은 내가 된다.
물론 변화를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익숙한 것에 머무르려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변화는 늘 불확실함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는 대부분 변화 속에서 찾아온다.
최근에 겪은 일이다. 내가 몇 달 동안 공들인 회사 프로젝트가 갑작스럽게 중단되었다. 순간 상실감과 분노가 밀려왔다. 머릿속에는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생각만 맴돌았다. 하지만 파트너사의 조언 덕분에 프로젝트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수정과 재구성을 거쳐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시킬 기회를 얻었고, 예상치 못한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약 처음의 변화가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익숙한 틀 안에서만 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경험을 통해 느낀 건 변화가 늘 좋은 결과를 약속하는 건 아니지만, 반드시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성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변화를 싫어한다. 변화는 늘 준비되었을 때나 미리 신호를 주고 찾아오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를 거부할수록 삶은 더 어려워진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건 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쩌면 우리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패는 변화를 통해 얻는 중요한 교훈이기도 하다.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준다. 어제는 몰랐던 걸 오늘은 알게 되고, 어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변화가 없는 삶은 정체된 삶이다. 오늘 나를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드는 건 결국 내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변화는 때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그런 변화들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러니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변화를 통해 내가 어디로 갈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
결국 변화는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