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아내가 해외 출장을 떠났다. 수요일 밤 비행기로 돌아온다고 하니, 일주일 동안 아들과 단둘이 지내야 한다. 아내가 떠나기 전, 솔직히 조금 걱정이 됐다. 평소에 아내와 함께 하던 집안일들을 아내가 없는 동안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살짝 있었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걱정은 점점 사라졌다.
처음에는 아들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등원하고, 하원하고, 식사를 챙기고,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는 일이 꽤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상하게도 아들이 나를 더 많이 돌봐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들이 건네는 한마디, 웃는 얼굴, 그리고 작은 손길이 나의 피로를 조금씩 사라지게 했다.
최근 일하면서 느꼈던 속상한 일들, 가슴속 깊이 쌓여 있던 근심과 고단함이 아들과 함께 지내는 며칠 동안 눈 녹듯 사라졌다. 그 어떤 휴식이나 특별한 여행도 아닌, 평범한 아들과의 일상 속 순간들이 내 마음을 치유하고 있었다.
주말이 되자 아들과 무엇을 하며 보낼지 고민이 됐다. 평소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에서 쉬거나 즉흥적으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번 주말은 조금 다르게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의미 있고 특별하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몇 가지 작은 계획을 세웠다.
토요일 아침에는 미리 주문해 둔 레고를 함께 조립하기로 했다. 그런 다음, 근처 쇼핑몰로 가서 내가 필요한 물건도 보고, 아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코너를 구경한 뒤 전시회에도 들르기로 했다. 평범하게 흘러갈 수 있는 하루였지만, 아들과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을 더 특별한 추억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세운 계획이었다.
토요일 아침, 간단히 아침밥을 차려주고 아들과 함께 레고 조립을 시작했다. 레고를 만들며 아들과 함께 뭔가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생각보다 더 즐거웠다. 서로 웃고 대화하며 한참을 집중하다 보니, 아들의 손재주와 집중력이 생각보다 뛰어나 아들을 칭찬했다. 레고를 다 조립한 뒤, 약속한 대로 근처 쇼핑몰로 향했다.
쇼핑몰에서는 내가 필요한 물건들을 간단히 살펴보고, 아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코너로 갔다. 아들은 장난감 앞에서 눈을 반짝이며 이것저것 구경했다. 중간중간 아들이 새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라 작은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이거 꼭 필요해!"라며 억지를 쓰는 아들의 모습에 난감했지만, 그 모습이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했다. "오늘은 구경만 하는 날이야, 다음에 사자"라고 설득하자, 아쉬워하면서도 곧 다른 장난감으로 관심을 돌리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장난감 코너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낸 뒤, 쇼핑몰 안에 있는 전시회로 발길을 옮겼다. 다양한 공간을 둘러보며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뜻깊었다. 평소라면 생각지도 못했을 이런 시간이 아들과의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마음에 새 힘을 더해주는 주일
일요일 아침, 아들과 함께 교회에 갔다. 평소에도 가던 교회지만 이날 예배는 유독 마음에 와닿았다. 예배를 드리며 그동안 마음속에서 갈팡질팡하던 생각들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삶에서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더 선명해졌다. 예배가 끝난 후, 감사할 것이 참 많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
예배를 마치고는 어머니 교회로 향했다.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머니의 따뜻한 미소가 내게 위로가 되었다. 가족이 주는 위로는 참 특별하다.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들과 함께 어머니를 만난 것이 이번 주말 가장 소중한 순간 중 하나다. 어머니와의 만남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집으로 돌아와 아들과 잠시 소파에 누웠다. 피곤했는지 금세 잠이 들었다. 그런데 먼저 일어난 아들이 장난감 나팔을 들고 와 큰 소리로 불며 나를 깨웠다. “아빠, 일어나요!”라고 말하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고 있는 아들을 보니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행복하다. 너는 내 삶의 큰 선물이야. 너 때문에 내가 웃는다.”
아들은 분명 엄마가 보고 싶기도 하고, 상황이 달라져 나름 힘든 점도 있을 텐데도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니, 내가 아들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들이 나를 돌보고 치유해 주는 것 같았다. 6살짜리가 뭘 안다고 이렇게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아들이 내게 주는 사랑은 그 어떤 큰 선물이나 보상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값지고 소중한 것이었다.
아내가 떠나기 전에는 혼자 아들을 돌보는 것이 힘들고 고단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은 그 자체로 치유였다. 매일 밤 책을 읽어주고, 꼭 안아주고, 기도하며 함께 잠드는 그 시간이 마음의 휴식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그 안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 나를 지켜주는 큰 힘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시간 속에서 느낀 깨달음과 따뜻함을 오래도록 간직하며 앞으로의 일상 속에서도 이어가고 싶다. 멀리 있는 아내도 그곳에서 즐겁고 뜻깊은 시간을 보내며,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이 다시 모이는 날까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귀여운 녀석, 네가 있어 아빠는 정말 행복하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