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은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보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하지만 출근과 동시에 그 다짐은 흔들린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풀리지 않는 업무,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정신을 흔들어 놓는다.
일상에서는 감사와 평온을 유지하려 애쓰면 어느 정도 되는데, 이상하게 직장에서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직장에서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3~4년 차가 되던 어느 날,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극심한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복싱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복싱장에서의 첫날은 줄넘기와 기초 체력 훈련으로 시작됐다.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이는 시간 자체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한 활력이었다.
3개월이 지나면서 점차 기술을 배우고, 스텝을 익히고, 주먹을 날리는 법을 연습하면서
복싱의 매력에 점점 더 빠져들었다.
매번 새로운 기술을 익힐 때마다 성취감을 느꼈고, 조금씩 자신감도 쌓여갔다.
그리고 복싱을 시작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마침내 처음으로 링 위에 올랐다.
코치님과의 스파링.
평소엔 나름 자신 있었던 스텝과 펀치,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던 전략은
링 위에 오르자마자 사라졌다.
긴장한 몸은 굳었고, 속수무책으로 얻어맞았다.
노력한 만큼 실력이 나올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준비를 해도, 링 위는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곳이구나.'
직장은 매일 우리가 올라서야 하는 링과 같다.
업무와 사람들 사이에서 부딪히며 때로는 공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더 자주 맞는다.
어떤 날은 한 대의 충격이 유난히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스트레스 없는 직장은 없다."
이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매일 보이지 않는 직장의 링 위에 오른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서면 더 많이 맞고, 더 아프다는 것을 알기에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올라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된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해도
직장에서 마주하는 모든 싸움을 완벽히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링 위에서는 다양한 변수들이 있다.
상대의 기량, 체력, 경기장의 분위기, 예상치 못한 부상…
직장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갑작스러운 고객의 요구, 상사의 피드백, 동료와의 갈등이
우리를 공격해 온다.
그러니 아무리 정신과 체력을 무장해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링 위에서 맞는 이유는 우리가 약해서가 아니다.
링은 완벽히 통제되거나 예측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링 위에서 안 맞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스트레스 없이 일하는 법을 찾으려 한다.
쉽게 일하는 법, 스마트하게 일하는 법,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난다.
하지만 '안 맞는 법' 같은 건 없다.
물론 더 많은 준비와 훈련, 더 나은 기술로 맞는 횟수를 줄이거나
충격을 덜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링 위에서의 싸움처럼, 직장에서도 모든 상황을 완벽히 피할 수는 없다.
예상치 못한 변수와 돌발 상황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다.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민첩해지며,
때로는 상대를 피하거나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
그렇게 훈련하고 준비하다 보면,
링 위에서의 시간이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다.
하지만 덜 맞는 날은 있을지언정,
완전히 안 맞는 날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맞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맞더라도 빠르게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링 위에서든, 직장에서든 말이다.
직장이라는 링 위에서 내려올 때마다 느낀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
'나는 왜 늘 지는 것 같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약한 게 아니라, 링 위에 선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용기와 도전이라는 사실을.
직장생활은 쉽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매일 링 위에 오르고, 그 도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적응하며 더 나아지는 법을 배운다.
그 반복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가진 힘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직장은 늘 긴장의 연속이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 아침 다시 링 위로 올라간다.
때로는 맞기도 하고, 때로는 때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하루를 버텨낸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직장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다.'
직장이라는 링 위에서 맞고, 때리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건
삶의 한 부분일 뿐, 우리의 존재 가치를 결정짓는 전부가 아니다.
직장은 원래 그런 곳이다.
완벽한 경기는 없고, 항상 예측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
그러니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보다,
'나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라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링 밖을 바라보자.
우리에게는 직장 말고도,
우리를 기다리는 가족, 친구, 취미, 꿈,
그리고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있다.
링 위에서의 싸움이 삶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의도적으로 휴식을 허락하고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연습도 필요하다.
오늘도 링 위에 올라갔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대단하다.
직장에서 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는
나를 지키는 방법을 배우는 것.
그게 직장에서도, 삶에서도 우리가 정말로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