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와 병원을 다녀왔다. 아내가 출장에서 돌아온 뒤 몸이 힘들었는지, 나와 아이 모두 감기에 걸렸다. 다행히 아이 컨디션이 크게 나쁘지 않아 집에서 쉬며 몸을 회복하기로 했다. 함께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마치고 약을 짓고, 집에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마트에 들렀다.
마트 안은 주말이라 북적였고, 시식 코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먹고 싶은 음식 앞에서 기웃거리며 기다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음식을 건네주시는 아주머니께 “감사합니다, 많이 파세요!”라고 인사를 드리자 아주머니도 웃으며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장을 다 보고 나니, 아내가 마트 옆 와플 카페에서 와플이 먹고 싶다고 했다. 계산을 마치고 카페에 들러 와플과 커피세트를 주문했다. 와플 하나에 3,500원, 세트는 4,900원. 카페에 앉아 와플을 먹으며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정말 멀리 있는 것이 아니구나.’
와플 두 조각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누며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바로 행복이었다.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의 차에 기름이 다 떨어져 주유소에 들렀다. 그런데 최근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졌다는 경고등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터라, 주유소 옆 타이어 가게에도 잠시 들렀다. 요즘은 공기압을 채우는 데도 비용이 드는 경우가 있어 조심스레 차를 대고 “공기압 좀 채워주세요”라고 부탁드렸다.
그러자 가게에서 쉬고 계시던 아저씨 두 분이 다가오셔서 친절히 공기압을 점검해 주시고는, “그냥 가세요!” 하며 웃으며 배웅해 주셨다. 수고스러우셨을 텐데도 아무 대가 없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그 순간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아들은 차에서 이런 아저씨의 친절을 보고 내가 차에 타려는 순간 갑자기 내리겠다며 신발을 고쳐 신었다. 아저씨들이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셨지만, 아들은 기어코 차에서 내려 자신이 들고 있던 간식을 꺼내어 아저씨들께 드렸다.
“바람 넣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저씨!”라는 아이의 말에 아저씨들도 웃으며 손을 흔드셨다.
그 모습을 보며 아저씨들이 하시는 일이 잘되길 조용히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감사는 이렇게 작은 순간에서 시작되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와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놀이를 한 뒤 각자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근처 운동장으로 나가 7km를 뛰고 턱걸이를 하며 땀을 흘렸다. 집에 돌아오니 아이는 엄마와 함께 색종이로 무언가를 접으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얼른 대화에 끼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씻고 자리로 다가가 셋이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잘 시간이 되어 아이를 씻기고 함께 누웠다. 아이의 숨소리가 고요한 방 안을 채우는 순간, 나는 오늘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 날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나도 깊이 잠들었다.
푹 자고 난 이른 새벽, 모두가 잠든 조용한 집에서 홀로 일어나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며 생각했다. 왜 우리는 늘 더 특별한 것, 더 대단한 것을 찾아 헤맬까? 행복은 사실 늘 우리 곁에, 평범한 일상 속에 있었는데.
어제 하루를 천천히 떠올려 보니, 참 감사할 일이 많았다. 병원에서, 마트에서, 카페에서, 타이어 가게에서, 집에서 가족과 나눈 따뜻한 순간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몸이 움직이고 숨을 쉴 수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그냥 있는 것들에 집중하다 보면 감사의 순간들은 끊임없이 찾아온다. 그런데 우리가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마음을 새롭게 다잡는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것들에 감사하며 하루를 살아가자고. 그것이야말로 삶을 가장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