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성실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 계획을 세우면 반드시 지키려 했고, 남들보다 조금 더 준비된 상태로 있어야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원동력은 의욕이 아니라 불안이었다.
“혹시 뒤처지면 어떡하지?”
이 질문이 나를 움직이게 했고, 그 덕분에 여러 도전을 멈추지 않고 이어올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한국의 경쟁 사회는 나에게 늘 ‘뒤처지면 안 된다’는 압박감을 심어주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점수를 비교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는 동안 불안은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 시험을 앞두고 밤을 지새우며 마음을 다잡던 순간, 나는 모르는 사이에 불안을 계획과 행동으로 바꾸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저 불안을 억누르고, 계획대로만 움직이려 애썼다. 매일 잠에 들기 전, 다음 날 공부 계획을 세워야만 마음 편하게 잘 수가 있었다. 하지만, 세웠던 계획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견딜 수 없었고,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불안을 증폭시키곤 했다. 내 성취가 충분해도 남과 비교하면 언제나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 불안은 나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했지만, 동시에 피로와 긴장을 쌓게 만드는 양날의 검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안정보다는 불확실성을 택했다. 나는 불확실하지만 의대에 진학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기에, 의대 진학을 목표로 삼았다.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았고, 때로는 외로웠다. 부모님과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러웠을 때도 있었지만, 스스로 설정한 학습 계획과 목표에 따라 행동하며 하루하루를 쌓아갔다. 수많은 문제를 풀고, 모의고사 성적을 점검하며, 부족한 부분을 반복 학습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졌다. 불안을 단순히 두려움으로 여기지 않고, 의대라는 목표를 향한 추진력으로 바꾸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의대 진학에 실패하고 일본 유학을 결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과 다른 환경,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처음부터 불안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불안을 단순한 두려움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를 시험하고 성장하게 하는 도구로 삼았다. 하루 단위, 주 단위로 목표를 세우고, 계획과 실행을 기록하며 작은 성공과 실패를 점검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규칙적으로 잠들며 나만의 루틴을 쌓아갔다. 불안 속에서 스스로를 설계하고 점검하는 경험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가장 확실한 방식이 되었다.
사회인이 된 후에도 그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출근 전, 퇴근 후, 주말까지 내 모든 시간을 실험실처럼 활용하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기록했다. 부업을 시작한 이유도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었다. 새로운 경험을 쌓고, 나의 역량을 시험하고, 성장 경로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외국계 기업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스킬을 단순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설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행위로 받아들였다.
나에게 계획과 기록, 자기 계발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그것들은 불안을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이자,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엔진이다. 요즘도 나는 매달 목표를 세우고, 하루의 시간을 설계하며, 작은 성취와 개선을 반복한다. 브런치와 스레드에 글을 쓰고, 외국인으로 일본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스스로 설계하고, 실험하며, 조정하는 과정은 나를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힘이다.
물론 때로는 지치고 외로워질 때도 있다. 회사에서,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혼자 있는 순간,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하지만 바로 그 질문이 나를 다시 일으킨다. 불안은 여전히 내 안에 있지만, 이제는 그 불안이 나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는 오늘도 나를 설계한다. 불안을 연료 삼아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기록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경쟁과 비교의 습관, 유학과 사회생활 속에서 배운 자기 관리,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경험 모두가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었다. 나는 여전히 불안을 느끼지만, 이제 그 불안은 나를 향한 동력이자, 내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었다.
불안을 피하지 않고, 계획을 멈추지 않고, 나를 설계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삶.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며, 앞으로도 나는 오늘과 같이 나를 설계하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