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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를 경영하라_불확실성 하에서 기업 생존과 성장전략 9

제9화. 목표기간을 설정하라

Surviving and Thriving in Uncertainty : Managing Risk and Resilience


<전쟁과 평화>로 우리에게 유명한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행복한 가정은 대부분 많은 점에서 닮았고, 불행한 가족은 제각각의 핑계와 이유로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인데요. 소위 잘나가는 기업을 들여다 보면 보편적인 성공 요인들을 대부분 충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에 빠져있거나 실패한 기업 들은 그들만의 수많은 원인과 이유를 언급하고, 폭포수처럼 전개되는 문제의 충격과 영향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경쟁력을 논할 때 흔히 기발하고 거창한 아이디어나 전략 실행을 연상하지만, 실상은 평범한 실천이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성공 기업 중에는 다들 뻔히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원칙을 집중하여 실천한 경우가 많은데요. 성공적인 리스크 관리, X경영 비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리스크관리에 실패한 수많은 기업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대부분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잘못된 가정과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하고, 실패의 가능성에 둔감하며, 단기 성과에 너무 집착합니다. 각 사업부문과 외부환경 간 연결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치명적인 리스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경계를 소홀히 하는 것 역시 공통점으로 들 수 있겠는데요. 대부분 ‘X를 경영하라’를 통해 강조하고 있는 주요 원칙들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X를 경영하라’의 핵심 원칙 중 하나인 ‘목표기간을 설정하라(Set your enterprise time horizons)’ 라는 내용으로 기업 리스크와 위기관리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단기성과주의’, 영어로는 short-termism이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장기적인 생존가능성을 위협할 수도 있는 방향으로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더 나은 성과를 내지만, 종국에는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도록 행동하는 것” 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단기적인 생존에만 매달리면 장기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장기 성과보다 단기 수익을 선호하는 기업은 궁극적으로 성장과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단기적인 생존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기 성과와 중장기 성과에 대한 안목, 영어로는 ‘Time Horizon’이라고 하는 목표기간을 모두 가져야 기업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지요. 기업이 위기를 대처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사안에만 매달리면 근본적인 대안을 찾기 어렵고 결국 위기는 현실화되고 불행은 시작되기 마련입니다.


최근 화두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 문제를 다루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를 고려하면 단기성과주의와 장기적인 지속가능성 간의 구분이 명백해집니다. 지속가능경영의 실천 덕목은 ‘최적화(optimizing)’입니다. 기업이 장·단기적으로 생존, 성장하기 위해 상충될 만한 의사결정을 조율하고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말하는데요. 장기적이고 환경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접근방식 역시 최적화에서 나옵니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은 ‘극대화(maximizing)’입니다. 이윤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매달리다 보면 환경이나 안전에 대한 고려는 뒷전으로 밀리기 쉽습니다. 이는 또한 장기적인 자본투자를 줄이고 자원의 낭비·오염·고갈과 같은 파괴적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2009년 금융위기 직후 불확실성 때문에 대다수 기업이 투자를 줄이던 시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는 90억 달러(한화로 약10조6천억원)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는데요. 당시 MS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발머는 회사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 부득이하다며 빗발치는 투자자 반발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발머의 머릿속에는 미 전자·통신장비 업체 RCA의 지속적 투자 성공사례가 깊이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1920년대 미 라디오 제품 시장을 장악했던 이 회사는 30년대 대공황 기간에도 R&D 투자를 이어가 라디오뿐 아니라 TV 시장에서까지 상당 기간 절대 우위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인텔 역시 비슷한 시기에 차세대 32나노미터급 프로세서 개발을 위해 반도체 중간 재료인 제조공정에 70억 달러(한화로 약 8조3천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경쟁사인 미 AMD도 반도체 제조공정 분리 계획을 밝힌 가운데 나온 이 대규모 투자 결정은 일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었습니다. 직전 분기 순이익이 90%나 급락할 만큼 업황이 엉망이었지만, 당시 12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 및 투자 자산을 무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더욱더 강력해지고 있는 아마존과 치열한 유통전쟁을 치르고 있는 월마트(Walmart)는 일찍부터 사회와 환경성과를 경영성과와 같이 고민하였는데요. 2005년 10월, 월마트 최고경영자 리 스캇(Lee Scott)은 쓰레기와 온실가스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서 “환경을 위한 선량한 관리자(duty of care)”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공표했습니다. 스캇은 월마트가 무엇보다도 규모가 크다는 것에 대해 비난을 받아온 것을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는데요. “월마트에 대한 비판과 월마트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저희는 지난 수년간 고객과 협력업체, 시민단체, 정부, 비영리민간단체 등 주요 이해관계자를 직접 만나고 의견을 경청했습니다. 저희가 만난 많은 개인과 단체들은 저희와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월마트를 강하게 비난하는 많은 사람들도 저희가 사업을 그만두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끼며, 저희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들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월마트 스캇 회장의 이 발표는 단순히 일반 대중을 의식한 홍보용이라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포함해서 사회적으로 매우 다양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이후 월마트는 공급업체들에게 포장용기가 환경친화적인지에 근거해서 협력업체 평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통보하는 것을 시작으로, 더 많은 혁신을 이끌어냈고 폐기물을 줄였으며 배송비를 감소시키는 등 실질적인 경영성과로도 이어졌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 사례는 단기성과주의의 한계를 극복한 경우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회사가 더 많습니다. 경영실적을 올리라는 주주 등 주요 이해관계자의 압력을 받다 보면 기업은 전략적 방향성을 잃고 글로벌 경쟁력 제고나 R&D·환경·동반성장 등 지속가능 경영에 필수적인 투자를 게을리하기 쉽습니다. 투자자와 경영진·이사회,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이르기까지 단기 성과에 몰두한 나머지 10년, 20년 뒤 회사의 장래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위협이 멀리 있을수록, 그 위협에 대처하도록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즉각적이고 심각한 결과가 눈앞에 전개되지 않는 한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말이기도 한데요. 통상 기업을 무너뜨리는 건 눈앞에 다가온 위협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서서히 드러나는 장기적 리스크인데도 말입니다. 리스크야말로 단기 대증요법이 아니라 장기적 접근방식을 통해서 관리해야 합니다. 


“고려해야 할 필수 목표 기간은 무엇인가?” “비즈니스 전략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필수 목표 기간에 집중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다양한 의사결정과 그 영향을 평가하는 데 어떠한 기간 범위를 적용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되짚어보며 단기적 생존과 장기적 성장 및 번영을 균형 있게 보고 의사결정을 하라는 X경영의 원칙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최근 화두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문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업은 단기적 생존과 장기적 성장을 균형 있게 바라보아야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의 성장이 가능합니다. 이때 단기 성과와 중장기 성과에 대한 안목, 목표 기간이 중요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월마트와 같이 단기성과주의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를 살펴보고, 장기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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