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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를 경영하라_불확실성 하에서 기업 생존과 성장전략 8

제8화. 안전마진을 유지하라

Surviving and Thriving in Uncertainty : Managing Risk and Resilience


에베레스트와 같은 최고봉을 등반할 때는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산악인이라 할지라도 얼마나 많은 장비를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산소 부족, 눈사태, 갑작스런 돌풍, 그리고 곳곳에 숨어 있는 얼음이 갈라진 틈인 ‘크레바스’ 등 통제 불가능한 요소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대부분의 산악인들은 정상 정복을 위해 필요한 장비를 가급적 최소한으로 준비하고 싶어합니다. 결국 생존에 필요한 장비를 되도록 많이 가져가서 갑작스런 X이벤트 상황 발생 시 대응하는 복원력(Resilient)의 이점을 더 챙길 것인가, 아니면 장비를 최소화하고 이동성을 높여 신속하게 정상에 오르는 민첩성(Agile)의 이점을 더 고려할 것이냐는 선택의 기로에서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오늘은 ‘X를 경영하라’의 핵심 원칙 중 하나인 ‘안전마진을 유지하라(Maintain a margin of safety)’ 라는 내용으로 기업 리스크와 위기관리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경영진과 기업은 스스로의 성공을 지나치게 과신할 수 있고, 스스로가 아주 현명하거나 규모가 커서 실패할 염려가 없다고 확신해서 잘못된 리스크를 수용할 수 있습니다. CEO라면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는 것과 동시에 스스로의 한계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린(Lean) 생산방식을 포함해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들은 모든 낭비요소와 불필요한 원재료, 활동 및 자원을 프로세스에서 제거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습니다. 적기생산과 적기재고관리 및 이와 관련된 노력들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전달할 수 있는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영진은 다음과 같은 의문도 가져야 하는데요. ‘최소한의 자원’ 으로 운영하다가 어느 순간 부족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적정한 수준의 안전마진을 유지하면서도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정 고도 이상의 고산지대에는 한 번의 서투른 행동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데스존(Death Zone)이 있다고 합니다. 전문 산악인들은 데스존에서의 각종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훈련하고, 한계상황에 닥쳤을 때 벗어날 수 있는 여유, 즉, 안전마진을 마련한다고 하는데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스스로를 한계상황까지 내몰아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실제 한계를 정확하게 알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전문 등반가의 경우, 육체적인 관점에서 최대한도에 달하는 시점, 즉 모든 기력이 소진돼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는 시점이 언제인지를 이해하는 것을 훈련에 포함한다고 하는데요. 음식과 물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극한의 추위와 바람에 신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훈련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한계에 도달하거나 한계를 초과할 때 작동하는 비이성적인 심리 변화에 대해서도 준비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계 상황에서 조난자들은 걸을 필요 없이, 절벽에서 뛰어내려 산아래로 날아 내려갈 수 있을 거라는 이상한 생각에도 사로잡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대한 스스로의 한계에 도달해 보는 훈련을 통해 전문 등반가는 등반 중에 언제 위험이 커지고, 언제 숨길 수 없는 이상징후가 나타나는지를 알게 되어 더욱 많은 계획과 준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예상치 못한 엄청난 사고 발생과 그 대응을 통해 안전마진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적극적으로 극복하면서 일상적 운영의 개선으로까지 연결된 기업 사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2011년에 있었던 인텔(Intel)사의 차세대 칩셋 제품 결함 사례인데요. 1월9일 인텔이 야심차게 출시한 차세대 칩셋인 쿠거포인트(Cougar Point)의 첫 선적이 시작되었습니다. 1월 중순 약 10만 개의 칩이 제조되었을 때 시장에서 문제 보고들이 나오기 시작되었습니다. 계속된 테스트를 통해 결국 예상치 못했던 핵심 트랜지스터에 작은 엔지니어링 결함이 발생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1월 31일 인텔이 공식적인 결함을 발표하자 칩의 배송 중단 및 리콜이 시작되었고, 결함을 추적하고 심각성을 이해했을 시점까지 약 800만 개 쿠거포인트 칩이 제조되어 선적되었습니다. 당초 인텔은 쿠거포인트 칩셋의 결함으로 3억 달러의 수입 손실과 결함 칩 교체에 따른 7억 달러 추가 비용 발생을 추산했습니다. 하지만 인텔은 내부적으로 ‘아웃풋맥스(Output Max)’로 불린 내부토론포럼을 적극 활용해 중단 문제 해결을 위한 제조라인 생산량 극대화에 집중하며 생산과 유통의 속도를 높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입에 대한 파급 영향은 완전히 경감되었고 예상 비용도 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대응 과정을 통해 인텔은 필요시 어떻게 더 신속히 반응할 수 있는가를 배우게 됐다고 합니다. 인텔은 이 기준을 ‘쿠거포인트 속도’라고 부르며, 속도와 민첩성의 향상을 지향하는 인텔의 현재진행형 진화에 있어 핵심적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쿠거포인트 당시 만큼이나 신속한 다른 방법을 언제든지 발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임직원들에게 심어주는 계기도 되었다고 합니다. 즉 ‘쿠거포인트 속도’는 이제 인텔이 든든하게 믿고 의지할 안전마진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 속담에 ‘1온스의 예방은 1파운드의 치료의 가치와 같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게 단위인 온스는 파운드의 16분의1 밖에 되지 않습니다. ‘안전마진’을 위해 무조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모든 생산시설을 요새와 같이 만들고 재고를 산더미처럼 쌓아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작지만 매우 중요한 준비를 비즈니스 상황, 회사의 처지, 해당 리스크의 특징에 맞추어 안전마진으로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많은 의사결정들은 필요한 수준의 안전마진이나 바람직한 수준의 안전마진이 고려되고 산출되어야 합니다. 재고 수준과 발주 수량은 운송비와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의 영향을 받습니다. 투자 의사결정은 경쟁사의 유사한 전략과 대응 방향 뿐 아니라 자본비용, 이자율 변동, 환율 변동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데이터 백업이나 IT 시스템의 요구사항과 관련해서는 비용, 시스템의 신뢰성, 잠재적인 시스템 중단 시 신속한 복구의 필요성 등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어야 합니다. 안전마진을 너무 낮게 가져가서 오류나 예측할 수 없는 사건에 대비할 수 있는 여지를 거의 혹은 전혀 남겨두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치명적인 결과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안전시스템을 만들 때 운전자가 정면충돌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반드시 두 가지 이상의 방어체계가 작동할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먼저 자동차 앞부분이 찌그러지면서 충격에너지를 흡수한 뒤 에어백이 추가 충격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안전벨트는 운전자의 몸이 앞으로 쏠리는 속도를 늦춰줄 수 있는 정도로만 늘어나고, 여기에 엔진 룸은 운전자가 앉는 공간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운전대는 계기판 쪽으로 무너져 들어가게 됩니다. ‘다층적 균형 방어(Layered and Balanced Defense)’체계의 기본으로, 이러한 시스템이 동시에 실패할 가능성은 0.5% 미만이라고 합니다. 기업이 성장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기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검은 백조와 창조적 파괴가 넘쳐나는 비즈니스 환경 하에서 기업의 전략적 행보를 가능케 하는 X경영을 위한 안전마진인 리스크관리와 리질리언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미국 속담에 ‘1온스의 예방은 1파운드의 치료의 가치와 같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게 단위인 온스는 파운드의 16분의1 밖에 되지 않습니다. ‘안전마진’을 위해 무조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모든 생산시설을 요새와 같이 만들고 재고를 산더미처럼 쌓아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작지만 매우 중요한 준비를 비즈니스 상황, 회사의 처지에 맞추어 안전마진으로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기업 경영을 위해 안전마진을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해야하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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