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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를 경영하라_불확실성 하에서 기업 생존과 성장전략11

제11화. 운영의 기본원칙을 반드시 지켜라

Surviving and Thriving in Uncertainty : Managing Risk and Resilience


유럽의 작은 섬나라였던 영국은 19세기 막강한 해군과 함께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던 무역선들을 통해 세계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되었는데요. 수많은 무역선들의 활약만큼 배가 침몰하는 해난 사고도 자주 발생했는데, 그 원인은 다름 아닌 과적이었습니다. 당시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던 영국 하원의원 사무엘 플림솔은 대부분의 사고가 선주들이 무리하게 화물을 싣는 것에서 비롯됨을 밝혀내고 안전을 위해 한도를 설정해 적정량을 싣자는 최대 적재허용선을 입법화 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세계 모든 나라들이 국제 조약으로 지키고 있는 이 기준을 ‘플림솔 라인(Plimsoll Line)’이라고 부릅니다. 


‘플림솔 라인’은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화물 운송이 급하고 중요하다고 해도 임계치, 즉 정해놓은 한도를 절대로 넘지 말아야 합니다. 만일 배가 허용하는 최대치를 넘긴다면 초과된 화물뿐만 아니라 배는 물론 귀중한 선원들의 목숨까지도 다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로 리스크, 위기관리 관점에서 반드시 유지하고 지켜야 하는 원칙, 기준인, 즉 ‘플림솔 라인’을 지키는데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늘은 ‘X를 경영하라’ 핵심원칙 중 하나인 ‘운영의 기본원칙을 반드시 지켜라(Sustain operational discipline)’ 라는 내용으로 기업 리스크와 위기관리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로마인들은 운영의 기본원칙과 책임감을 강조하기 위해 새로 완성된 교량의 나무 지지대를 제거할 때 그 교량을 설계한 기술자들을 그 아래에 서 있게 했다고 합니다. 이는 당시에 완공된 일부 교량들이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데요. 미군 낙하산 부대에서는 낙하산을 포장하는 대원들을 무작위로 선정해서 자신이 포장한 낙하산을 직접 타고 강하 하게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임직원에게 대해 이 정도의 책임과 역량을 발휘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즉각적이고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대형 리스크에 대한 감지와 대응 체계 측면에서 로마인들의 교량 건축, 미군 낙하산부대의 사례에서 기업에 주는 중요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우주비행사, 핵항공모함, 경찰특수기동대(SWAT), 산불소방대를 보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소위 극한직업으로도 불리는 이러한 조직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맡은 바 임무를 철저히 완수하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고신뢰조직(HRO, High Reliability Organization)’이라고 부르는데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고 중 하나인 스리마일섬 원전사고를 조사하면서 미 예일대 찰스 페로 교수가 최초로 제시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이후 미시건대 칼 와익 교수가 이를 더욱 발전시켜 다음의 다섯가지로 고신뢰조직(HRO)의 특징을 정리하였는데요. 운영의 기본 원칙을 반드시 지키라고 하는 주제 와도 일관되는 내용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째, 이들은 통상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매우 작은 실패사건들 조차도 놓치지 않고 추적 합니다. 둘째,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상황을 해석하고 넘어가기를 거부합니다. 셋째, 고신뢰조직은 일선 현장에서 돌아가는 통상적 운영상황에도 매우 세심하고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넷째,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버텨내고 즉각 회복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갖추는데 전념합니다. 다섯째, 이들은 긴급하고 중대한 상황에서 권위와 위계보다 현장 전문성을 더욱 중요시하고 존중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고신뢰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수많은 돌발사고를 당하더라도 대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입니다.


미 해군 사령관을 지낸 마이크 아브라쇼프(Mike Abrashoff) 장군이 미 해군전함 벤폴드호(USS Benfold)의 지휘를 맡았을 때, 전체 함대 중 벤폴드호의 성과가 평균에 미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브라쇼프 함장은 이러한 이유가 전임 함장의 리더십, 그리고 함장과 승조원들 간의 의사소통 부재 때문이라고 진단했는데요. 아브라쇼프 함장은 전함 운영을 병사들의 시각에서 바라보게 됐고, 이를 통해 그들의 생각과 관점을 더 잘 이해하고 어떻게 병사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지를 깨닫게 됐다고 합니다. 함장으로서 금전적인 동기부여를 할 수는 없었지만, 아브라쇼프는 승무원들 스스로가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서 이들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문화로 바꿨습니다. 특히 아브라쇼프 함장은 다음의 네 가지 원칙을 전함의 운영의 기본으로 삼고 적용하여 결국 성공적인 변화를 이루어 냈습니다.


첫째, ‘기존의 모든 규칙에 의문을 제기하라’입니다. 장교나 사병이 아브라쇼프 함장에게 업무 결재를 받으러 오면 그는 어떤 행동이나 프로세스가 특정한 방식으로 수행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를 질문하였다고 합니다. 둘째, ‘책임감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라’입니다. 사람들을 훈련시킨 후 책임을 부여하고 공식 체계보다 낮은 직급에서 의사결정을 하도록 강조하였습니다. 모든 직급의 구성원들이 실제 직급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때로는 실패하는 것을 허용하였습니다. 셋째, ‘보고자를 칭찬하라’입니다. 실수, 사고, 실패는 일어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고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문제점을 보고하는 것을 권장하고 그들 스스로가 내린 의사결정에 대해 솔직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였습니다. 넷째, ‘리스크 수용을 장려하라’입니다. 조직 내에서실수가 발생하더라도 대담성과 브레인스토밍, 혁신, 그리고 적절한 리스크의 수용을 통해서만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리스크를 수용한 사람들은 성과를 이루었을 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야 하고 실패하더라도 처벌받지 않아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직 내부에 심었습니다.


결국 기업에 있어서 지속적인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원칙과 규율을 필요로 합니다. 사실 자율성과 유연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조직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기저에 엄격한 원칙과 규율과 그리고 절제가 동시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기업에서 운영의 기본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경보신호가 사전에 감지되어도 보고되지 않고, 실패의 잠재적인 원인들도 다뤄지지 않으며, 정보의 원천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을 것입니다. 필수 안전마진도 고려되지 않고, 경영진에 보고된 잠재 리스크에 대한 대비나 심지어는 임박한 위기 대응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흔히 경쟁력은 거창하거나 매우 독창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평범한 곳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보면 다른 많은 기업들이 잘 알고 있으면서 실천에 옮기지 않았던 것을 제대로 실행함으로써 남다른 결과를 보여준 경우가 많습니다. ‘위기에 미리 대비해야지’라고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유형의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19세기 영국 무역선들의 잦은 침몰 사고 원인은 다름 아닌 과적이었습니다. 무리하게 화물을 싣는 것이 해난 사고를 야기한 것이지요. 선원들이 안전을 위해 최대 적재 한도를 설정하고 지켜야 하듯, 기업 역시 위기 관리 관점에서 반드시 유지하고 지켜야 하는 원칙들이 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X를 경영하라’ 핵심 원칙 중 하나인 ‘운영의 기본 원칙을 반드시 지켜라’라는 내용으로 기업의 리스크와 위기관리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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