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기업 리질리언스_극한 환경에서의 경영 전략 2

제2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제대로 알고 대비하라

Power of Resilience


오늘날의 기업들은 근대 역사상 가장 복잡한 글로벌 경영환경 하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말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촘촘히 복잡하게 연결된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 위에 비즈니스의 모든 과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효율성과 비용 최적화 잇점을 가짐과 동시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사건, 사고로 인한 출렁거림을 피할 수 없는 높은 불안정성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비즈니스 중단은 치명적인 자연재해, 대규모 안전사고로도 발생할 수 있고, 공급업체, 임직원, 고객, 경쟁업체, 자연환경, 정부 등으로 인해 언제든지 그리고 예상치 못한 형태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공급망을 위협하거나 중단시키는 이벤트는 직접적으로 회사를 공격할 수도 있고, 연결된 2차, 3차 공급업체 또는 고객의 고객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공급망을 교란시키거나 중단시키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발생하게 되면 기업과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공급망(Supply Chain)을 이루는 구성 요소와 내재하는 리스크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개별 회사 입장에서 보자면 공급업체, 공급업체의 공급업체, 그리고 서비스 제공업체로 구성된 공급망은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부품과 자재를 의미하는 공급망의 ‘What’입니다. 두번째, 부품의 공급업체 네트워크를 뜻하는 공급망의 ‘Who’가 있습니다. 세번째, 부품, 제품의 제조, 조립, 유통 장소를 뜻하는 공급망의 ‘Where’입니다. 네번째, 자재, 정보 및 현금의 흐름을 의미하는 공급망의 ‘Flow, 즉,  How things move’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번째로 공급망 각 단계에서 저장, 처리되는 자재, 부품, 완성품의 재고를 뜻하는 공급망의 ‘Stock, 즉 Where things sit’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섯 가지 측면의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위기 상황을 예상해보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 회사가 무엇에 취약하고 어떤 준비와 훈련이 필요할지 가늠해 보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급망의 ‘who’와 ‘where’는 지진, 쓰나미,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 공급업체의 도산 또는 법정관리, 규제 리스크와 같은 지리적 리스크, 운영 리스크에 영향을 미칩니다. 부품 아웃소싱은 특히 해외의 경우, 아웃소싱 제조과정에 대한 통제수준을 감소시키고 법률과 규제 및 지정학적 리스크에 기업을 노출시킵니다.


또한, 공급망의 ‘who’와 ‘where’는 공급망의 ‘탄소발자국’ 이슈와 잠재적 사회적 책임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공급망의 ‘flow’ 측면은 촘촘히 연결된 글로벌 공급망 구조의 기저를 이루는 물류, 재무, 정보인프라 부문의 연결성 리스크를 예상하게 해줍니다. 자재흐름 측면은 적시 선적 리스크, 주요 수송터미널, 항로, 허브에서의 잠재적 중단 리스크를 포함합니다. 정보흐름 측면은 정보기술 혼란 상황, 예를 들어 컴퓨터 다운, 소프트웨어 결함, 사이버 공격 등에 대한 공급망의 취약성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개인정보를 포함해 기업의 고객정보 뿐 아니라 산업기밀 유출 등 여러 형태의 정보보안과 관련된 많은 위기는 아무리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돈의 흐름 측면은 금융 위기, 도산, 환율 리스크 등에 대한 상거래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급망의 ‘stock’ 측면은 지리적 리스크, 제품 품질 리스크, 부품 노후화 등의 리스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은 더 복잡해지고 넓어지며 길어지고 취약해지는 추세에 있습니다. 비즈니스환경의 변화를 포함하여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커지게 하는 주요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글로벌 무역의 폭발적 성장입니다. 기업은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는 원거리 공급업체에 제조과정을 아웃소싱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일이 잘못될 기회는 더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둘째, 제품, 서비스 다양성의 증가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차별화 요구로 기업들은 한 제품에 대한 보다 다양한 옵션, 변형이 가능한 형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는 수요 예측의 난이도 증가, 과다 재고, 그리고 고비용으로 이어집니다. 셋째, 다양한 기술, 더 커진 복잡성의 존재입니다. 자동차의 각 서브 시스템은 고유의 제어장치와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어, 자동차 한대에 약 30~100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내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차량 헤드라이트, 에어백, 백미러, 좌석, 도어 모두가 전용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신기술들은 전자기술 이상의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결국 제품 복잡성의 증가는 더 많은 공급업체가 필요해졌음을 의미하며, 공급업체 증가는 또 다른 공급업체에 대한 필요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더욱 복잡한 공급망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넷째, ‘다이아몬드’ 형태의 공급망 구조와 산업 클러스터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전형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조는 개별 OEM, 즉 완성품 제조업체나 상표권자들이 다수의 공급업체를 보유하고, 이들 공급업체 각각이 또다시 다른 많은 공급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트리구조의 형태입니다. 하지만 OEM이나 상표권자가 모르는 사이 일부 공급망에서는 상이한 패턴이 나타나곤 하는데요. 단일 공급업체가 공급망의 깊숙한 곳에서 쐐기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경우 트리구조가 아닌 다이아몬드 모양에 더 비슷한 형태를 띱니다. 즉, OEM과 많은 공급업체들이 한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러한 다이아몬드 구조는 또한 광범위한 품질 리스크에도 취약합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과 같이 실리콘밸리가 정보기술기업의 클러스터(cluster)인 것처럼 헐리우드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미국 메사추세츠 캠브리지는 바이오기술연구소, 북부 타이완은 반도체 제조 및 테스팅, 태국은 디스크드라이브 제조의 클러스터입니다. 세계 각지 산업 클러스터로 공급업체들을 집중시키는 최대 요인은 세계 ‘최우량’, 즉 최고 성능과 최저 비용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공급업체에서 조달하려는 장기적 변화 추세와 각국 정부들이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산업 클러스터 전략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급망 측면에서 이러한 산업 클러스터화는 클러스터 참여사가 공급업체, 고객인 기업들의 취약성을 증대시키는데요. 왜냐하면 지진, 화산 폭발, 노동소요, 정치적 불안정처럼 클러스터에 향을 주는 중단이 동일산업의 다수 기업에 동시적 충격을 가하기 때문입니다.


발생 가능성이 낮은 이벤트가 개별적으로는 일어나기 어렵지만, 전 세계와 연결된 글로벌 기업의 경우에는 이러한 종류의 다수 이벤트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즉, 특정 시점과 특정 공급업체의 시설에 특정 장애가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대한 일이 주어진 기간 동안 언젠가 글로벌 공급망 어딘가에서 일어날 확률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한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일상적 위기상황으로 인한 중단, 또는 예상치 못했거나 매우 드문 중단과 같은 어떠한 위기가 생기더라도 ‘다시 충격을 딛고 정상화(bounce back)’하는 데 필요한 리질리언스, 즉 회복탄력성의 확보, 잠재해 있는 리스크에 대한 개선과 이미 진행되고 있는 공급망 교란, 중단에 대해 사전에 정의된 대비와 대응 프로세스의 개발이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2019년 일본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했습니다. 그 여파로 국내 기업들은 일정 기간 위기를 겪었는데요. 글로벌 무역이 성장함에 따라 이와 같은 충격은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재해나 공급 업체 도산 등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알아보고, 이에 맞춰 구체적인 전략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 류종기 Risk Intelligence & Resilience Lab

데일리 인사이트 - 휴넷 CEO (hunet.co.kr)

작가의 이전글 Outthink_ESG와 지속가능성, 기업 리스크관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