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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리질리언스_극한 환경에서의 경영 전략 3

제3화. 넥스트 노멀에 대비하라

Power of Resilience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전대미문의 임모빌러티(immobility)로 인한 소비와 생산 중단과 단절은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기업, 가계 등 실물 경제까지 무너뜨리는 ‘복합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현재 코로나19 사태는 2008년 금융위기와 시장 급락, 경기침체 등에서 비교되곤 하는데요. 사실 두 사건의 차이는 극명한데, 첫째로 당시 금융위기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시작되었다면, 이번 위기는 바이러스라는 외부 변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둘째 2008년 금융위기는 주택 시장과 금융시장 붕괴가 수요 위축으로 이어졌다면, 이번 위기는 팬데믹으로 수요와 동시에 공급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 다를 것입니다.

사실 자연재해, 파업, 대형 사건, 사고로 인한 대부분의 글로벌 공급망의 중단은 공급업체에서 고객으로 가는 자재흐름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자재흐름 중단은 종종 정보흐름 중단과 결부되어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는 돈과 신용의 흐름을 중단시킵니다. 이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능력은 물론 제조업자가 공급업체로부터 부품·제품을 구입할 능력에 영향을 줍니다. 결국 금융위기는 공급은 물론 수요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물리적 재해, 재난은 대체로 분명한 지리적 진앙지를 갖고 있는 것에 반해, 금융위기는 광범위한 불확실성을 만들어냅니다. 우선 기업들은 수요, 공급에 대한 파급영향을 알 수 없었습니다. 뱅크런, 즉 은행의 파산이 일어날 것인가? 부동산 가격은 얼마나 떨어질 것인가? 주식시장은 얼마나 폭락할 것인가? 실업률은 얼마나 오를 것인가? 소비자, 고객, 소매업자, 공급업자, 정부가 위기상황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어느 공급업자, 물류기업, 소매업자가 먼저 도산할 것인가? 신용 긴축과 소비자, 기업 부문의 거대한 금융 불확실성은 소비자 수요를 하락시켰습니다.


광활한 평원에서 소몰이를 위해 말을 타고 달리는 카우보이가 들고 있는 긴 채찍을 아실 겁니다. 이 채찍은 손잡이 부분을 조금만 움직여도 채찍의 끝은 큰 파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소위 ‘Bullwhip Effect’라고 하는 황소채찍효과는 소를 몰 때 쓰는 긴 채찍의 경우 손잡이 부분에서는 작은 힘이 가해져도 끝 부분에서는 큰 파동이 생기는 데 착안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는 애초에 조그만 움직임이 나중에는 커다란 움직임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여 아주 사소하고 미미한 요인이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다는 butterfly effect, 즉 나비효과와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나비효과가 우연에 가까운 인과관계에 의해 형성되는 현상이라면, 황소채찍효과는 정보 전달의 왜곡으로 발생하는 필연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기업 경영, 특히 공급망관리 리스크를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입니다.


빠른 수요 위축은 업스트림 공급망의 활동에 증폭된 반응을 야기하는데요. 즉, 수요 충격은 공급업체 망을 타고 위로 전파될수록 극단적으로 커지게 됩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거시경제 데이터는 이러한 채찍효과가 보다 광범위한 규모로 나타났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 수요를 나타내는 미국 소매판매는 12% 감소했으나 미국 제조업자들은 재고를 15% 줄였고 제조업 판매는 30%, 수입은 30%이나 급락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으로도 광범위한 채찍효과를 만들어냈는데, OECD 국가 90% 이상에서 수출·수입이 동시에 10% 이상 감소했습니다. 결국 글로벌 금융 부문의 지진이 어떻게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판의 구조를 움직여 금융, 실물 경제 중단이라는 글로벌 쓰나미를 만들어냈는지 채찍효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당시 맥킨지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현재 어떤 기업들에게는 단기 생존이 유일한 경영 아젠다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기업들은 위기가 지나가고 뉴노멀 시대가 오면 어떻게 시장에서 포지셔닝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불확실성의 안개 속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위기 이후의 정상화되는 상태가 과연 어떤 모습일까?'입니다. 현재 이 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위기의 반대편에서 우리가 발견해야 하는 것은 다가올 미래가 최근 몇 년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모습과는 다를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기업의 경우 당장은 생존모드로 전환하여 재정적인 위기를 벗어나야 할 것이지만 위기 이후에 형성될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에 취해야 하는 근본적이고 중요한 조치들을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매입채무회전일수(DPO), 즉 거래 상대방에게 대금 지불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대한 늘리고, 매출채권회전일수(DSO), 즉 대금 회수에 걸리는 시간은 최대한 당기는 것은 중요한 조치입니다. 생존을 위해 기업은 모든 프로젝트에서 DSO와 DPO의 균형을 맞추기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재고의 안전마진은 고려하되 현금확보를 위해 재고보유일수를 가능한 줄이고, 불요 불급한 자본 지출은 연기하는 것 역시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전투에서는 승리할 지 모르지만 전쟁에서는 패할 위험, 즉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공급업체에 대한 지급기간 연장은 공급업체 재무상태의 악화를 초래하고, 자재·부품 재고를 너무 낮게 유지하면 일시적 공급 중단에 대한 완충장치가 약화될 것입니다. 또 낮은 완제품 재고수준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을 떨어뜨려 고객 관계에 긴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지불조건 엄격화, 대금 회수 기간 단축 등도 경기침체기 동안에는 위험할 수 있는데, 이는 고객들이 DSO 단축의 대가로 좋은 가격 또는 기타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더 긴 지불기간을 제시하는 공급업체로 고객이 옮겨가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상치 못한 중대한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현상 유지를 방해하는 것으로부터 대응하고, 나중에 이를 이해하고 관리하려 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경우 ‘블랙스완’과 같이 매우 희귀하고 발생 시 높은 파급영향을 지닌 충격과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위기 이후까지를 감안한 폭넓은 사고와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직원들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현 상황에 불안해하는 그들이 가능한 한 빠르고 안정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업무에 임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기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공급업체, 협력업체를 식별하고 필요한 곳에 그들이 사업 연속성을 확보하도록 돕는 것 역시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또한 고객과의 관계 형성 및 유지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회사가 위기시 고객을 대하는 자세, 태도에 따라 위기 이후 고객신인도, 충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간과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현재 공급망의 상황을 파악해 어떤 공급업체, 협력업체가 문제가 생기면 어떤 제품과 고객에게 영향을 줄지 적시에 미리 이해관계자에 고지하고 양해를 구할수 있어야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고객의 제품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은 공정하고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긴밀히 협업하고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업무연속성을 유지하고 분노를 유발하지 않는 방식으로 고객을 대하는 등 균형을 잘 유지하는 기업은 위기 이후 더욱 경쟁력 있고 강한 기업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기업들도 블랙스완 같은 파급력 높은 충격이 발생한 후 오히려 성장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복합적 위기가 발생한 지금. 기업들은 현상 유지를 위한 대응도 필요하지만 위기 이후의 ‘넥스트 노멀’에 대한 폭넓은 사고와 행동도 필요합니다. 2008년 금융 위기에 발생했던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워보시길 바랍니다.
데일리 인사이트 - 휴넷 CEO (hu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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