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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리질리언스_극한 환경에서의 경영 전략 5

제5화. 위기 대응, 고신뢰조직에서 배워라

Power of Resilience


‘면역(免疫, immunity)’이란 생물이 감염이나 질병으로부터 대항하여 병원균을 죽이거나 무력화하는 작용, 또는 그 상태를 말합니다. 유해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입을 방어하는 작용을 하는 면역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자연 면역인 ‘선천 면역’과 감염이나 예방 접종 등을 통해 얻어지는 획득 면역, 즉 ‘후천 면역’으로 나뉘는데요. 재해와 같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닥치면 인체는 즉각적이고 반사적으로 생존 반응을 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 몸속에 선천적으로 프로그램화된 ‘방어기제’, 즉 선천 면역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여기에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뛰어난 방어기제가 가세하는데, 이것이 바로 후천 면역인데요. 이는 경험과 훈련을 통해 배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주비행사, 핵 항공모함, 경찰 특수기동대(SWAT), 산불소방대와 같이 극한 상황에서도 맡은 바 임무를 철저히 완수하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조직을 훈련하는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실제 위협은 준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을 경영학에서는 High Reliability Organization (HRO), 즉 ‘고신뢰조직’이라고 하며, 이러한 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수많은 돌발사고를 당하더라도 대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점입니다. 다음의 다섯가지로 고신뢰조직의 특징을 유형화하여 보다 세부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고신뢰 조직의 첫 번째 특징은 ‘Preoccupation with Failure’, 즉 실패를 깊이 있게 다루기입니다. 고신뢰조직은 통상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매우 작은 실패 사건들 조차도 놓치지 않고 추적합니다. ‘기업 비즈니스가 올바른 상태를 유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 어떻게 잘못될 수 있는가? 어떤 일들이 잘못되었는가?’ 이에 대한 대답들은 기업 조직, 시스템이 어떻게 약화되는가에 대한 단서를 알려주는 과거의 작은 실패들 속에 들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작은 실패들에 주목하라고 하는 것이 혹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싸여 일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까지 신경을 쓰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시스템이 예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알려주는 미약한 신호들을 적극적으로 찾으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두 번째 특징은 ‘Reluctance to Simplify’, 즉 단순화시키기를 거부하기 입니다.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상황을 해석하고 넘어가기를 거부한다는 의미인데요. 사실 복잡한 상황, 뉘앙스, 차이들, 세부사항 등과 같은 것들은 유지하는 데에 노력이 좀 더 많이 듭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것들이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산하는 약한 신호들을 좀 더 잘 알아챌 수 있게 해줍니다. 복잡한 역동적인 사건을 감지하려면 좀 더 복잡한 감지기들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보통 때와 다른 이상한 점이 있었는가?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고신뢰조직은 생각해 볼 수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그렇게 하여 조직은 현재 예상했던 것들을 넘어서서 보려고 노력합니다. 다양한 해석 관점들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나 팀, 집단에 대해서 보상을 하여 관점들이 다양해지면 예상들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정보들에 대한 감수성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단순화시키기가 억제되고, 그 과정에서 더욱 더 많은 문제들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집니다.


세 번째 특징은 ‘Sensitivity to Operations’, 즉 운영상황에 세심하게 신경 쓰기 입이다. 현장에서 돌아가는 통상적 운영상황에도 매우 세심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인데요. 일선의 운영라인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것은 상황전개를 따라 잡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운영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관리자들은 돌발사고들이 좀 더 잘 보이도록 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이 문제로 커지기 전에 바로잡을 수 있는 상황 역시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 특징은, ‘Commitment to Resilience’, 즉 회복탄력성 유지에 전념하기 입니다. 고신뢰조직은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버텨내고 즉각 회복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갖춥니다. ‘리질리언스’란 기업 경영에 있어서 수많은 비즈니스를 중단시키는 사건들에 부딪혀도 조직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고 오래 지속되도록 해야 하고, 영향과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다시 처음 상태로 되돌아오는, 즉 ‘Business As Usual’,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업의 회복탄력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회복탄력성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변화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종종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효율성을 위해 간소화시키거나 쥐어짜는 조직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그런 조직은 예상치 못한 한방의 사건에 의해 붕괴되거나 전소될 수 있습니다. 간소화란 조직으로부터 회복력과 유연성을 제거하는 것으로 경영자가 중복 부분을 제거할 때 그것은 조직에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희생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회복탄력적인 고신뢰조직은 매우 빠르고 정확한 피드백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즉석에서 실시한 조치들의 효과가 빨리 감지될 수 있도록 하고, 그 효과가 사태를 악화시킬 경우 다시 그 행동을 즉시 바꾸거나 포기할 수 있도록 합니다. 피드백이 느린 시스템을 가진 조직은 본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섯 번째 특징은 ‘Deference to Expertise’, 즉 전문성을 존중하기 입이다. 고신뢰조직은 긴급하고 중대한 상황에서 권위와 위계보다 현장 전문성을 더욱 중요시하고 존중합니다. 여기서 전문성을 따른다는 것은 최소한 다음 두 가지 가정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첫째, 권위는 전문성과 같다는 가정이고, 둘째, 직위가 높을수록 전문성도 크다는 가정입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를 관리하는 것은 작은 불일치현상 들이 더 커질 경우 일어날 수 있는 효과를 확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사고가 유례없이 커져갈 수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고 대처방안들을 가설적으로 구성해 보는 것입니다. 고신뢰조직은 또한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어 문제가 일어날 때 의사결정권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전문성을 가진 사람 쪽으로 이동시킵니다.


오늘날 기업은 효율성은 매우 높아졌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기에 취약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드물면서도 큰 파장을 가져오는 충격으로부터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과 속도를 의미하는 기업의 리질리언스는 극한 상황에서도 핵심적인 사업목표를 달성하는 기업의 역량인 셈입니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경험과 훈련, 그리고 준비를 통해 만들어지는 후천적 ‘방어기제’와 ‘면역체계’인 것이며, 고신뢰조직의 특징과 같은 리질리언스 역량을 준비하고 갖추고 있는 기업은 예측 가능한 사건 사고는 물론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위기상황에서도 빠른 업무 재개와 정상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기업 경영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은 항상 발생합니다. 어떤 조직들은 때마다 중심을 잃는 반면, 어떤 조직들은 위기를 본질적으로 극복해내는데요. 위기를 극복하는 고신뢰조직은 실패를 깊이 있게 다루며, 회복탄력성 유지에 전념하고 전문성을 존중하는 등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고신뢰조직이 위기를 대응하는 방식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어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시길 바랍니다.

데일리 인사이트 - 휴넷 CEO (hu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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