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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를 경영하라_불확실성 하에서 기업 생존과 성장전략 2

제2화. 당연한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라

Surviving and Thriving in Uncertainty : Managing Risk and Resilience


‘적벽대전’은 삼국지의 수많은 장면 중에서도 다양한 전략이 포함된 역동적인 스토리와 웅장한 스케일 덕분에 단연 백미로 꼽힙니다. 압도적 전력을 뽐낸 조조군이 군사력에 있어서 절대 열세의 동오에 대패한 것, 더구나 천하의 지략가 조조의 대패를 이끈 결정타가 바로 모든 사람의 예상을 깨고 등장한 한겨울의 ‘동남풍’이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전투에 동원된 군사력의 규모나 시기가 불분명하고, 심지어 지리적 배경이 적벽이 아니라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많지만, 설혹 픽션이라 하더라도 음미해볼 만한 내용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당초 조조군 안에서도 배를 묶어 놓으면 화공에 속수무책이라는 우려가 보고되었으나 조조는 이를 무시했습니다. 한겨울이니 동남풍이 불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그 근거였는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등장한 겨울 동남풍은 거대한 ‘블랙스완(black swan)’이 되어 조조군을 궤멸시켰습니다. 즉 기존 사고방식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사건이면서 파급효과가 엄청난 사건, 한마디로 판도를 뒤바꾸는 극단적 사건인 ‘X이벤트’가 현실화 되었던 것이지요. 


오늘은 ‘X를 경영하라’의 첫번째 원칙인 ‘가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라 (Check your assumptions at the door)’라는 내용으로 기업 리스크와 위기관리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경영 환경과 현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기존 가정을 잘 이해하고 이에 대립되는 반대 명제(anti-theses)를 제시함으로써 기업은 앞으로 일어날 주요 변화를 예측하고 이러한 변화가 기업에 도움이 될지 악영향을 미칠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리스크는 잘못된 가정에서 시작될 수 있으며, 자신의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이나 목표가 잘못됐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이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973년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해 2016년까지 44년 연속 흑자를 낸 유일무이한 항공사가 있습니다. 그것도 전통적 항공사 형태가 아닌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로 사업을 성공시키며 세계 최대 항공사가 되었는데요. 네. 맞습니다. 바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입니다. 이 항공사의 성공에는 전통적인 항공 사업에 대한 반대명제에서 만들어 낸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모델에 반대되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경쟁우위의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제대로 보여주었는데요. 예를 들어 다양한 기종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기존 항공사들과 달리 단일 기종으로 단순화 하여 운영하는 점, 예약 변경 시 수수료를 없애고 비지정좌석제를 운영하는 등 항공업계의 통념을 깨는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제시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외에도 항공업계의 전통적인 지휘와 통제를 위한 계층적 조직구조와 문화를 깨고 경영진은 고객에 봉사하는 직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역피라미드 조직체계를  만들었으며 업계 최초로 급여 이외에 임직원에게 이윤 분배를 시행하기도 하였습니다. 항공업계에서 당연시 되었던 항공서비스 운영 전략인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허브 공항을 중심으로 바퀴살형 구조)’가 아닌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중소 규모 공항을 연결)’ 서비스 전략을 적용한 점 역시 큰 효과를 발휘하였습니다. 


업의 근본적인 가정과 비즈니스 모델에 건설적인 의문을 제기하여 성공을 일궈낸 또 하나의 기업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세계 최대의 금융정보 서비스 업체인 톰슨로이터(Thomson Reuters)는 1980~90년대에 종래 가족기업의 면모에서 벗어나 사업 전환을 본격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외부환경 변화가 회사의 존립과 장래를 위협할 만한 주요 리스크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는데요. 대규모 체인점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던 소규모 소매상들이 광고주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과 인터넷 매체의 등장에 따라 구인·구직 등으로 대표되는 생활광고 시장이 퇴조했습니다. 최고경영자 해링턴은 알짜 사업부문을 포함해 모두 15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매각한 뒤 여기서 확보된 자금으로 회사를 사들였습니다. 당시 인수 기업들의 상당수는 시장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고품질 정보를 제공하는 곳들이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입수할 수 있는 무료 정보가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소비자들이 기꺼이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는 고급정보로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복안이었습니다. 활발한 인수합병(M&A) 전략을 구사하면서 급기야 2007년 유서 깊은 로이터통신을 인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로이터통신 인수 후에도 톰슨 로이터의 핵심역량 강화 노력은 멈출 줄을 몰랐는데요. CEO인 해링턴과 톰슨로이터 이사회는 자사가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성을 검토하고 확인하는 약 2,000명의 전문가 집단을 구축하는데 투자하기로 결정을 하는데요. 정보를 전달하는 기반 구조 없이는 전문지식이 무용지물 임을 깨달은 톰슨로이터는 정보를 바로 사용 가능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및 응용시스템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을 인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정보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결국 정보산업의 경쟁 우위는 정보제공 솔루션과 서비스에서 결판이 날 것이라 믿었던 것이죠. 


특히나 수익성이 높은 성숙된 사업부를 매각한 상황에서, 이처럼 어찌 보면 ‘엉뚱한’ 곳에 돈을 쏟아 붓는 행동과 움직임을 터무니 없을 만큼 위험한 것으로 보여졌고 당시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냈지만 묵묵히 한 방향을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해링턴의 통찰은 맞아떨어졌고 톰슨로이터의 전략적 행보 역시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갔는데요. 유통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동시에 정보의 평균적 품질은 떨어져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금융시장과 관련을 맺는 투자자 등 주요 고객들의 요구는 더욱 분명해졌으며, 고객 요구를 정확히 읽어내고 적극 대응해 시장 주도권을 장악한 톰슨로이터는 이후 블룸버그·뉴스코퍼레이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게 되었습니다.


천하의 지략가였던 조조는 명운을 건 전투를 앞두고 ‘겨울에는 동남풍이 불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왜 재검토해 보지 않았을까요? X이벤트와 같은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지 모르는 위험 징후를 무시하고 긴장의 끈을 놓아버린 것은 아마도 화북 일대를 평정하고 손쉽게 형주 지방을 차지한 연이은 성공에 도취된 탓은 아닐까요? 기업 리스크, 위기관리라는 측면에서 다시 한번 곱씹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기업의 위기관리는 앞으로 일어날 변화를 예측하고, 이러한 변화가 기업에게 도움이 될지 악영향을 미칠지 파악하는 일입니다. 이때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고정관념을 재검토하면 위기 상황에도 경쟁우위에 오를 수 있습니다. 통념을 깨는 서비스로 세계 최대 항공사가 된 사우스웨스트를 통해 기존의 사고방식을 뒤집어 44년 연속 흑자를 낸 비결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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