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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항시인 Sep 04. 2023

일단 옷은 잘 입는 나라

미술의 나라 프랑스, 파리지앵들의 패션

 프랑스 파리의 첫인상은 딱 한 단어, "예쁘다!" 였습니다. 프랑스라는 나라를 수식하는 표현을 하나 고르라면, 주저 없이 "이쁜 나라"라고 외치겠습니다. 유명한 화가들은 다 프랑스 출신이거나, 프랑스를 거쳐갔거나, 프랑스에서 삶을 마감했죠. 이곳은 자타가 공인하는 '미술과 패션의 나라'입니다.


남다른 색감의 봉막쉐 서점

프랑스 파리에 와서 처음 봉막쉐 백화점에 갔을 때, (전 봉막쉐라는 단어가 왠지 강원도 사투리처럼 들렸는데, 프랑스 최초의 백화점이었어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이 바로 서점이었어요. 백화점 안 큰 서점엔, '그림책, 화보집, 미술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만화책조차도 고급스러운 느낌의 칼라 양장본으로 쫙~ 평생 그렇게 많은 디자인. 명화. 스케치. 화보집은 처음 봤고, 책들 자체의 색감이 고급스럽고 남다르다는 느낌 받았어요. 디자인과 색채, 미술의 나라답게, 프랑스 거리의 건물들은 조각 작품 같고, 사람들은 옷을 무척 잘 입어요. 전 국민이 머플러와 선글라스를 애용하는 듯하고, 너도 나도 따라 하는 유행보다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분위기라, 찐 핑크 바지 입은 남자들도 전혀 어색해보이지 않았아요.

미술 관련 책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전시장 같았던 백화점 서적코너

프랑스 패션의 핵심은 핏!

 젊은 여자들 이쁘게 입는 건 세계 어디나 보편적이겠지만, 프랑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부터 초등학생들까지 스타일이 살아있다는 것을 심미안 없는 저도 느낄 정도입니다. 옷차림에 신경 쓰는 분위기가  만연한데요, 잘 살펴보니 옷을 딱 맞게, 핏이 살게 입는 특징이 보였어요. 양복이나 재킷, 겨울엔 코트조차 딱 맞게, 핏이  떨어지게 입는 것이 포인트 같은데, 그만큼 비만인 사람들의 수가 적고, 몸매가 받쳐주니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머플러. 모자. 스카프. 벨트와 액세서리 등의 소품을 적절히 센스 있게 활용합니다. 크고 작은 다양한 스카프와 머플러가 파리지앵 패션의 핵심이라 볼 수 있는데, 워낙 날씨가 변화무쌍하니 파리지앵들은 가방에 스카프 하나씩은 넣고 다니더군요.

선글라스, 스카프, 머플러, 장신구 등 패션 소품들이 많아요.
'파리지앵처럼 스카프 메는 법'을 배운 외교관 부인회

남녀노소 패션 센스 충만

겨울이면 시크하게 단색옷을 주로 입지만, 봄이 되면 화사하고 밝은 옷들, 수많은 꽃무늬천들이 온 거리를 뒤덮습니다. 남자들이 꽃무늬 셔츠 입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파리만의 특이한 분위기가 있어요. 깨끗하고 잘 관리된 신발들도 눈길을 끄는데, 할머니들이 하이힐 신은 모습 종종 보이고, 남자들이 끝이 뾰족한 신발, 멋스러운 신발 신은 모습도 볼 수 있어요. 지하철에선 편한 단화 신고 약속 장소 도착해 가방에서 멋진 구두를 꺼내시던 파리 할머니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노출 측면에서 여성 상의가 파인 옷은 많은데, 의외로 하의가 짧은 옷은 별로 없다는 점이 특이했어요. 핫팬츠나 미니 스커트는 잘 못 봤지만, 끈 나시 같은 옷들은 여름에 자주 보이는데, 전체적으로 보기 민망할 정도의 노출은 거의 없었어요.


파리 명품 매장엔 동양인 관광객과 중동 부자들 바글바글.. 프랑스인들은 많지 않아요. 명품은 파리지앵들에게도 지나치게 비싸답니다. 명품으로 휘갑친 돈 자랑 패션이 아니라, 핏과 색채 그리고 깔끔함과 멋스러움의 오묘한 조화를 뿜어내는 파리지앵들의 패션은 막눈인에게도 멋져 보입니다.

파리 사마리텐 백화점을 거니는 할머니들의 멋짐

여하튼 결론은 이 나라는 '입는데 신경 쓰는 나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리에서는 '못 생긴 건 용서받아도, 못 입는 건 용서 못 받는다'우스갯소리도 있답니다.  파리의 거리에서 목 늘어진 쨍한 색의 단색티 입고, 반바지에 쪼리 신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 관광객들. 허리에 두른 여행용 쌕으로 파리지앵들에게 미국발 패션 테러리즘을 시전... 일단 미국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에 비해 신체 사이즈가 커요.(비만이 많다는 듯..ㅋ) 반면, 프랑스에 은근히 키 작은 남녀들이 많아서 서양사람들이라고 다 큰 건 아니구나 싶었어요.

파리 백화점은 아이쇼핑 하며 안목 높히기 좋은 곳

물욕 자극 여심 저격 파리

프랑스에는 비단옷뿐만 아니라, 이쁜 소품. 특이한 색감과 디자인의 물건들과 접시. 앤틱 용품들이 많아서 이쁜 거 좋아하는 여자분들의 물욕이 자극된다는 데 물욕이 없는 저는 평정심을 잘 유지하며 살았습니다. 집 밖만 나가면 수많은 명품 브랜드 매장들과 최고급 럭셔리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이곳에서, 전 그저 묵묵히 양파와 우유, 감자와 두루마리 휴지를 구매할 뿐이죠. 그럼에도 일면 속으론 기대합니다.

이 패션의 땅의 기운이 패알못인 내게도 스미어, 일천한 미적 감각이 조금이라도 자라나기를...!

야한 속옷 매장 은근히 많은 프랑스. 입을 일 없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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