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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항시인 Sep 04. 2023

파리에서 밥 해 먹기... 결국은 한식대첩

프랑스의 마트, 치즈, 빵 그리고 한식

미국 유학생 커뮤니티에선 유명한 말이 있죠. 남편이 박사 과정이면 부인은 박살 과정이라는! 길고 어렵고 스트레스 많은데 돈은 쪼들리는 험난한 박살 과정을 마치고 신분 세탁에 성공해 드디어 '주재원 부인'이 되었으나, 난 네 아이의 엄마! 하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로 살 떨리는 하루하루를 살면서, 세 돌 된 막내 아이를 종일 데리고 있던 프랑스 첫 1년은 미국이 다시금 펼쳐지는 데자뷔 기간 이었습니다. 간편식, 조리식, 배달 및 반찬 가게가 발달한 한국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가 해야 하는 외국에서의 주부일상은 '장보고 밥하고 치우기'로 점철되는데, 외국에서 한식 해 먹고살려면 만만치 않은 시간과 노력, 금전이 들어갑니다.

생선+껍질콩. 버터. 소금. 후추. 허브 오븐요리... 느끼하다고 괄시당함. 결국 돌아온 그 자리엔 한식만이....

프랑스의 마트들

 파리는 좁디좁은 도로, 주차 공간은 그냥 없다고 보면 되는 상가와 건물들이 특징이에요. 외곽에 있는 코스트 코나 차 타고 가야 하는 대형 마트 몇 곳 빼고는 거의 집 근처 슈퍼에서 조금씩 장을 보는 게 일상이에요. '샤리오'라고 불리는 장바구니를 너도 나도 들고 다닙니다. 전 가족 먹을 음식을 제가 다 해야 하니, 거의 매일 장을 봤어요. 미국 마트에는 통조림이나 박스포장, 포장, 가공육등 식품 공장을 거진 음식들이 대부분인데, 프랑스 마트엔 야채, 과일 같은 신선식품이 많고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먹거리에 신경 많이 쓰는 파리지앵들은 한 곳에서 장을 보기 보다, 고기는 정육점, 치즈는 치즈가게, 와인은 와인전문점, 야채 과일은 직거래 장터등 최고의 신선도를 자랑하는 전문 구입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프랑스에선 동네마다 요일별로 장터가 꼭 열리는데, 가장 프랑스적이며, 가장 신선한 식재료의 구입이 가능한 곳이랍니다.

초창기엔 샤리오가 없어서 짐수레를 끌고 장 보러 다녔죠.

프랑스 와서 놀라웠던 것은 '냉동식품'의 품질이었어요. 냉동식품이 질 떨어지는 싸구려가 절대 아니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 마냥, 먹는 것을 중요시하는 프랑스인들은 신선한 재료를 바로 급속 냉동해서 공급하는 훌륭한 냉동식품 라인을 만들어 냈더라고요. '냉동식품'만 파는 전문 가게 [Picard]라는 곳이 있는데, 냉동 디저트, 피자, 해산물, 야채, 과일. 빵까지 꽤 품질이 좋아서 애용했답니다. 냉동 피자나 냉동 크루아상이 파는 피자나 크루아상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괜찮군!' 할 정도의 만족을 주고, 아이스크림 라인은 매우 훌륭하답니다. 뼈 발라낸 고등어를 포함해서 해산물류가 다양해서 한식 요리에도 좋았고, 가을 & 겨울엔 냉동 밤도 나와서 계절상품으로 쌓아두곤 했지요. Picard가 없었으면 도시락 싸는 것이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신선해 보이는 라비올리 파스타
사실은 소스 빼고 다 냉동 식재료로 만든 것!

2. 유제품, 와인 그리고 빵

프랑스에서 먹으면 좋은 대표적인 세 가지는 '유제품, 와인 그리고 빵'이죠. 버터나 요구르트는 유지방 함량이 높은 아주 깊고 진한 맛이고, 브랜드나 종류도 참 많아요. 와인은 종류와 수량의 규모가 말할 것도 없고, 대형 마트의 와인 코너가 거의 신선식품 코너만큼 크기도 하고, 백화점 식품관 지하 전층이 와인만 취급하는 등 프랑스 인들의 식생활에 와인은 정말 중요해요. (코로나 때 필수 업종 외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는데, 와인 판매점은 국민 필수 상점으로 구분되어 문을 열었다는!) 제가 보기엔, 프랑스 식탁에서 와인은 우리의 김치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느끼한 음식들을 와인발로 중화하고 소화해 내는 그런 느낌이에요.

끝없이 펼쳐진 치즈의 세계! 몰라서 못 사 먹는... 모험과 신비의 세계

빵은 신선하고 맛있어요. 그런데 블랑제리(빵집)에 가보면 한국 빵집에 비해 종류가 별로 없어요. 바게트나 크루아상, 페이스트리랑 타르트와 덩어리 진 신선한 전통 빵들이 대부분이고, 한국인이 즐겨 먹는 식빵류는 슈퍼마켓에서 공장빵을 사요. 점심시간에는 다양한 바게트 샌드위치들과 샐러드를 사러 빵집마다 줄이 지요. 프랑스 와보니, 한국 제과점 사장님들이 진짜 고생하시는구나 싶어요. (구운 빵 말고, 튀긴 빵도 많이 파는 한국 빵집!) 프랑스엔 한국에서 먹는 생일용 동그란 생크림 케이크가 없었어요! 디저트 빵류는 작은 타르트가 많고, 케이크라 불리는 것들은 대부분 티라미수이거나 길쭉한 롤 케이크 모양이에요. 한국 사람들은 여기 있는 일본 빵집이나 한국 빵집에 가서 생크림 케이크를 주문해서 먹더라고요.

프랑스 타르트류, 과일 파이류- 너무 달아서 커피 없으면 다 못 먹어요.

 프랑스 디저트들은 그 모양과 색감이 곱고 이쁘고 화려하죠. 크램 브랠리 정도는 괜찮지만, 다른 디저트류들은 솔직히 한국인 입맛에 너무 달아요. 프랑스 제과에서 설탕을 15% 줄인 것이 일본제과, 일본 거에서 또 설탕을 10% 줄인 것이 한국 제과라고 해요. 흔한 우리나라의 디저트 리뷰가 "너무 달지 않고 맛있어요."잖아요.. ^^ 단짠은 몰라도 막 달기만 한 건 싫어하는 우리 민족이죠.


안타깝게도 치즈 싫어하고, 술 안 마시는 남편으로 인해 프랑스 식도락의 1/3은 날아가버렸고... 혼자서 이런 치즈 저런 치즈 조금씩 사 보지만, 부엌 구석에 앉아 혼자 조금씩 맛보는 치즈들은 솔직히 재미없네요. 치즈 종류가 많은데, 몰라서 못 사 먹어요. 잘 알려진 모차렐라나 브라타, 에멘탈, 체다 뭐 이런 류만 사 먹다가 꽁떼라는 치즈를 알게 되어 가끔 사 먹었어요. 염소치즈나 블루치즈, 까망베르같은 냄새 강한 치즈들은 가족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니 저도 외면합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제과중 하나인 에끌에흐. 대형 사이즈로 유명한 곳

3. 모든 식재료는 김치로 통한다.

 치즈, 빵 디저트 다 좋은데 결국 우리 대한 사람들은 대한 음식으로 귀결하게 되어있어요. 처음엔 샌드위치며 파스타며 다양하게 현지식 흉내 내 보지만, 결국 남편과 가족들은 두부 된장찌개와 김치전에 제일 열광하죠.

격주로 김치를 담는 파리의 한인 주부. 사 먹는 김치는 비싸요.

다른 반찬들이 없어서 그런지, 외국 오면 김치의 몸값이 급부상합니다. 시댁 친정 있는 한국에선 배추부터 시작해서 김치 담을 일이 거의 없었는데, 프랑스 오자마자 격주로 조금씩 담아먹어요. 배추 알맞게 저리는 게 의외로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비싼 종갓집 김치는 사 오면 맛있다고 이틀 만에 클리어하니, 제가 담아야 좀 오래 먹지요. 맛보다 길이로 승부하는 프랑스 무 사진 갑니다. 하나 사면 바람 들 때까지 먹고 또 먹는 프랑스 무! 맛없어서 오래가는 내 김치 같은 ~!

1.5리터 생수병과 작은 사이즈 생수병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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