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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항시인 Sep 11. 2023

성당을 모스크로 내놓으라고?!

카톨릭과 이슬람; 프랑스의 종교 이야기

 유럽 여행 최고의 관광 안내서는 성경이라고 하죠. 유럽 문화와 역사의 핵심에는 기독교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천년 역사의 흐름도 끊어질 수 있는 법, 빠르게 세속화된 프랑스인들로 인해 비어 가는 가톨릭 교회와, 점점 증가하는 이슬람교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새로운 물결... 프랑스의 종교 이야기를 해 볼게요.

American Church in Paris 파리에서 제가 다녔던 교회에요.

1. 과거의 영광, 프랑스의 가톨릭 교회


 프랑스는 '가톨릭 교회의 맏딸'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럽을 대표하는 가톨릭 국가입니다. (이러면 우리는 궁금하죠. 그럼 맏아들은?? 이탈리아래요. ^^) 지어놓은 교회들 보면 "와~! 어떻게 이런 걸 지었지? 정말 대단했네!" 감탄이죠. 1845년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인 사제 김대건 신부님을 배출하고, 한국 가톨릭 사제를 양성한 곳이 바로 '파리 외방 전교회'입니다. 1660년부터 지금까지 아시아로 보낸 4천500여 명의 선교사 가운데 360명이 조선과 한국 땅을 밟았다고 해요. (일본 가려다 표류해서 의도치 않게 한국 온 분들도 ㅋ)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을 했어도 변화가 없었던 일본에 비해, 한국의 천주교는 모진 박해에도 불구하고 급성장하여 '신박한 선교 성공 사례'로 세계 교회사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의 여명기에 프랑스의 기여가 크다고 볼 수 있지요.  


 모든 공휴일이 교회력을 따르고, 어느 동네를 가던 크고 멋진 성당이 있는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현재 유럽 기독교가 그렇듯, 프랑스의 가톨릭 교회도 점점 비어 가고 있습니다. 명문 사립 가톨릭 교육 기관들이 많고, 절반에 가까운 프랑스인들이 자신은 가톨릭인 것 같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매주 성당에 나가고 신앙생활을 하는 인구는 4~5%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중세 고딕 성당을 대표하는 루앙 대성당

성당마다 노인들만 가득하니, 프랑스 가톨릭 교회도 젊은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런 포스터도 붙이는 등 노력 하지만 신앙을 잃어버린 세속화는 이미 걷잡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제들도 부족해 아프리카 출신들이 들어오고 있죠.

" 내 삶에 교회가 있어요~~ 교회는 당신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어요. 당신도 교회에 기여할 수 있답니다~"

프랑스의 성당은 종교 시설의 본연의 역할보다는, 관광지, 공연장, 결혼식이나 자선 사업 행사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지요. 저도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마들랜 대성당에서 하는 음악회에 가보았는데, 높은 층고와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매우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하더군요. 파리의 많은 문화재급 대성당에서는 연중 클래식, 공연이 열립니다. 대성당급은 이렇게라도 수익(?)을 창출하지만, 관리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작은 성당들이 많습니다.

비발디 4중주 공연 @ 마들랜 대성당

2. 치고 올라온 이슬람교


 프랑스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사이, 프랑스에서 가장 성장한 종교는 '이슬람교'입니다. 프랑스인들이 이슬람을 믿는다기 보다는 이슬람 이민자들과 그들의 후손, 난민들의 증가 때문이지요. 프랑스는 과거 식민지였던 알제리나 모로코 북아프리카 이민자들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들이 와서 자녀를 많이 낳다 보니 모슬림 자연증가율은 비약적 입니다. 유럽에서 무슬림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프랑스(10%)인데, 특히 파리 북부의 '생드니'라는 지역은 아랍어가 프랑스어보다 많이 들리고, 실업률 높고, 폭력 사건이 파리의 몇 배 이상 많이 일어나는 그들만의 세상. 차 타고 지나간 적 있었는데, 갑자기 거리 풍경과 사람들이 달라져서 좀 무서웠고, 차가 정차할 때 구걸하는 히잡을 쓴 여인들이 다가와서 마음이 어려웠어요. (시리아 난민들?) 물론 생드니 지역도 나름의 고유문화와 정취가 있는 살만한 곳인지라 그 지역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무슬림들은 잘 동화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프랑스 무슬림 사회에서 자녀들에게 공교육 대신 가정이나, 무인가 이슬람 학교에서 이슬람 전통과 율법만 가르치는 추세가 늘고 있고, 하루 다섯 번 기도와 라마단 철저 준수 등 젊은 세대들은 강력한 율법 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런 분리주의에 대해서 강력하게 경고하고 분리주의 반대법을 발의하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참 친절하고 순수한 무슬림 여인들

 구조적인 가난과, 차별을 겪은 무슬림 청년들은 반감을 품고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되기도 하고, 이들을 테러에 이용 하려는 IS 세력도 있데요. 지난 2년간, 모슬림 남편이 아내를 때리고 산채로 불태워 죽이는 사건, 사무엘 파티 교사 참수 사건, 성당 테러사건, 여자 경찰이 무슬림 남자의 칼에 목이 찔진 사건 등 프랑스를 충격에 빠뜨린 큰 사건들이 유난히 많았어요. 평균 이상의 출산율로 점차 인구는 많아지는데, 자기들끼리만 모이고, 사건도 끊임없이 일어나다 보니, 반이슬람 정서 vs 이슬람 정통주의 간 갈등의 골은 깊어 갑니다.


 1500년 된 터키 성 소피아 성당이 몇 년 전 모스크로 바뀌었지요. 프랑스에서도 비어 가는 성당은 늘어가고 모스크는 모자라다 보니,“방치돼 있는 수천 개의 가톨릭 교회를 이슬람 사원으로 달라”라고 이슬람 지도자들이 공개적으로 요청을 한지도 오래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선 2주에 1개 꼴로 모스크가 세워진다니 성당은 언제까지 거부할 수 있을까요?무아마르 카다피가 이런 말을 했데요.


"두고 보아라. 알라가 총 한 발, 대포 한 방을 쏘지 않더라도 유럽에서 이슬람에게 승리를 안겨줄 것이다.

앞으로 수십 년 내 유럽의 5000만 무슬림 인구는 이 지역을 이슬람의 땅으로 만들 것이다."


3. 돌아온 위그노? 성장하는 프랑스 개신교


  심란한 와중에 주목할 만한 새로운 흐름이 있으니, 바로 프랑스 내 개신교인들의 급격한 증가입니다. 지난 5년간 프랑스 개신교인구가 15%나 늘었고, 개신교 교회의 숫자도 현재 2700여 개로 5년간 7% 정도 늘었다고 합니다. 물론 아직도 전체 인구의 5% 이하이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 유럽 전체 개신교회 중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률을 보입니다. 저는 파리에서 Hillsong Worship이라는 대규모 콘서트 장을 빌려서 개신교 예배를 드리는 곳에 몇 번 가보았는데, 거길 가득 채운 젊은이들을 보고 놀랐었어요. 프랑스에 살면서 수많은 성당을 보았지만, 늘 비어있거나, 미사 시간에도 어르신들뿐인데, 세상에나... 젊은 크리스천들은 여기 다 모여있었던 건가?! 싶었지요. 아이 학교 친구의 20대 흑인 여성인 네니도 알고 보니 개신교인 이였고, 저에게 프랑스 개신교 연합 여름 캠프도 소개해 주어 저희 아이들이 2년간 재밌게 참여했었어요.

Hillsong Paris. 파리 개신교 예배.. 젊은이들이 많았어요

프랑스는 늘 가톨릭 국가였지만, 사실 역사를 따라 올라가 보면, 칼뱅의 종교 개혁 이후 '위그노'라 불리는 많은 개신교도들이 있었답니다. 신구교의 갈등이 있어서, 구교에 의한 신교 집단 살인(성 바톨로메오 축일 대학살)이나 위그노 전쟁 같은 종교 내전도 겪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루이 14세의 강력한 프로테스탄트(개신교) 탄압으로 인해 전체 인구  5%에 달하던 100만 명의 위그노들은 프랑스를 탈출합니다. 금융과 무역, 정밀 기계 제작 등 지식과 기술, 자본력까지 갖추고 있던 위그노들을 받아들인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은 지식인들과 자본의 대거 유입 덕분에 비약적인 국가 경제 성장을 이루게 되었죠. 개신교 박해를 통해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유럽 주변국들의 발전과 도약크게 기여(?)한 프랑스네요.


4. 프랑스의 진정한 국교는?


이런저런 역사와 종교 이야기는 그렇고... 실상 오늘날 프랑스의 진정한 국교는? 제가 볼 때는 바로 바캉스교 입니다! 모든 프랑스인들은 바캉스교인들로서 해마다 어김없이 성지순례처럼 휴가지 순례에 나서며,  오직 휴가를 위해 1년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바캉스 교에는 두 종파가 있는데, 바로 줄리우스파와 아우구스트파. 줄리우스 파는 주로 7월 (July), 아우구스트파는 8월(August)에 휴가에 나서며, 두 종파는 식당과 교통, 숙소를 나눠 쓰며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겨울 스키 바캉스로 연합을 펼치기도 하죠. 바캉스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빈틈없이 준비하고, 아낌없이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모습이 거의 종교 수준이랍니다.

비캉스교를 향한 깊은 믿음과 헌신.... 바캉스를 위해 사는 프랑스인들?

*용어 정리*

구교 가톨릭 + 신교 프로테스탄트(개신교)를 합친 기독교인들을 통틀어 크리스천이라고 함.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을 무슬림이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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